매일신문

[사설] 경북개발공사 적임자, 어찌 퇴직 경북도 공무원뿐인가

경북도는 23일 제8대 경북개발공사 사장으로 전직 경북도 건설도시방재국장을 내정했다. 신임 사장은 면접에서 복수로 추천된 2명 가운데 최종 후보자로 뽑혀 3년 동안 공사를 이끌게 됐다. 경북도는 '경험과 경륜을 갖춘 적임자'라고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20년의 공사 역사를 따져 보면 퇴직 경북 공무원 재임용이라는 큰 틀의 경북도 방침을 재확인시킨 인사에 불과해 매우 실망스럽다.

이번 인사는 무엇보다 퇴직자 재임용이라는 옛 방식의 재연이나 다름없다. 1997년 설립된 공사는 지금까지 7명의 사장이 거쳐 갔다. 공기업 출신인 현 7대 사장과 정당 간부 출신 1명을 빼면 모두가 경북도 출신 간부였다. 이번 인선의 형식은 공모였지만 결과는 해오던 대로다.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장고'(長考)를 하는 바람에 예정보다 5일이나 늦었다는 설명은 오히려 구차할 따름이다.

이번 인사를 둘러싸고 여러 말들이 나돌아 궁금증만 커지고 있다. 김 지사의 최종 결정이 있기 전부터 이미 내정설이 파다했던 모양이다. 공사 노조가 일부러 성명서를 내놓고 항의하며 내부 승진을 요구하는 소동까지 벌인 까닭을 이해할 만하다. 게다가 퇴직한 지 5년이 넘은 옛 간부를 굳이 신도청 사업 등을 맡을 적임자라며 내세웠으니 더욱 그랬을 터이다. 누가 봐도 석연찮은 부분이다.

그렇잖아도 공사는 뭇 '적임자'의 임용에도 정부가 해마다 평가하는 청렴도 측정에서는 하위권을 맴돌고, 전직 사장은 재임 시절 비리 혐의로 지금 재판까지 받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경북도는 변화와 혁신을 이끌 외부 인물 영입이나 공사 경영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도 있을 내부 승진은 외면한다. 이러니 퇴직 간부만 챙기는 '불투명한' 인사만 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금이라도 구태를 끊어내는 길은 없는지 살필 일이다. 달리 길이 없다면 이젠 경북도의회가 나서야 한다. 인사 검증에서 이번 내정을 둘러싼 숱한 의문을 풀어야 한다. 검증 결과가 비록 구속력은 없을지라도 의회는 경북의 앞날을 위해 마땅히 할 일이 무엇인지를 분명 찾아 견제해야 한다. 이는 지방의회의 고유한 역할이자 의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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