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포항제철소 내 산소공장. 포항제철소에는 산소공장이 16개 설치돼 있고, 이곳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가스(산소'질소'아르곤)로 공장(제선'제강'파이넥스) 전체가 돌아간다. 파이넥스 2공장 근처 산소공장은 대수리 기간이어서 멈춰 서 있고 나머지 15곳은 가동 중이다. 평소와 다름 없이 TCC한진 직원들은 현장 공사를 위해 출근했고, 안전점검을 받은 후 오전 9시 현장에 투입됐다.
회전기계동력설비정비업을 맡은 이 회사 직원 3명은 25m 높이의 산소공장 냉각탑에 오른 뒤 상부에 위치한 맨홀 뚜껑을 열고 내부에 들어갔다. 크레인을 타고 높이 5m에 있는 곳에 도착한 이들은 필러필터 충전재 교체를 위해 작업을 시작했다. 점심시간을 지나 무난하게 이어지던 작업은 오후 3시 휴식시간을 맞아 잠시 멈췄다.
30분을 쉰 근로자들은 다시 냉각탑 안으로 들어섰다. 질소가 새 나온 것으로 추정된 공간에서 작업 재개 10분이 채 안 돼 무언가 잘못됐다는 인식할 새도 없이 그들은 쓰러졌다. 동료와 연락이 끊기자, 1명이 현장을 찾았다가 또다시 그대로 화를 당했다.
10여 분이 지난 시간 또 다른 동료가 이를 발견하고 포스코소방대에 신고했고 구조작업이 진행됐다. 포스코소방대는 119에 신고, 공동으로 구조작업을 펼쳐 오후 4시 46분 이모(47) 씨를 시작으로 5~8분 단위로 주모(26)'안모(31)'이모(60) 씨를 차례로 구조해 병원으로 옮겼다. 어떤 이는 병원에 도착하기 전 구급차 안에서, 어떤 이는 병원에서는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받다가 숨졌다. 오후 6시 이들이 모두 사망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가족들은 득달같이 달려왔고 병원은 울음바다가 됐다.
26일 새벽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장인화 철강생산본부장, 오형수 포항제철소장이 빈소를 찾아 책임을 통감한다며 유족을 위로했다. 아침이 밝았지만, 유족들의 슬픔은 이어졌다. 슬픔은 곧 분노로 바뀌었다. 26살 아들을 하늘나라로 보낸 아버지는 26일 오전 11시 50분 현장에서 사고 브리핑을 하는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을 붙잡고, "옷 위 가슴에 산소측정기를 달고 있었지만, 질소가 새는 것을 감지하는 경보음은 없었다"며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고 울분을 토했다.
경찰은 이날 온종일 현장감식과 부검을 통해 원인 찾기에 나섰고, 빈소는 허망한 울음소리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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