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세종병원 화재는 1층 응급실에서 시작된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며 사망자 37명과 부상자 139명(중상 12명 포함)의 큰 피해를 낳았다. 병원 건물에 스프링클러가 없어 불길이 빠르게 번졌고, 소방당국이 도착했을 당시에는 이미 진입이 어려울 정도로 불길이 거셌던 것으로 알려졌다.
◆불길은 응급실에서 시작
불길은 병원 1층 응급실에서 시작한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발화지점 및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화재는 세종병원 1층 응급실 부근에서 발생했다. 오전 7시 32분쯤 처음 접수된 8초 분량 최초 신고 녹취록을 보면 한 남성이 다급한 목소리로 "세종병원입니다 불났습니다. 빨리 좀 와주세요"라고 말한다. 뒤이어 "세종병원 1층 응급실"이라면서 불이 난 장소를 재차 설명한다. 그러나 정확히 어디서, 어떤 이유로 불이 시작됐는지는 아직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밀양소방서 관계자는 "1층 천장부 혹은 응급실에 있던 2대의 스탠드형 냉난방기 중 1대에서 스파크가 튀며 불길이 시작됐다는 얘기와 응급실 수술도구를 소독하는 처치실에서 시작됐다는 얘기가 있지만 정확한 확인을 위해서는 감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고 당시 응급실에는 환자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망자들의 신원 파악을 마치는대로 본격 화재 조사에 들어갈 전망이다. 이날 오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이 화재 현장에서 1차 기초 감식을 마친 가운데 27일부터 본격 감식작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노인 환자 많고 유독연기가 다량 발생해 인명 피해 키워
이번 화재로 37명이 사망하고 139명이 다쳤다. 부상자 중 10명은 의식이나 움직임이 없는 '긴급'환자로 알려졌다.
인명피해는 5층짜리 병원 1, 2층과 4층에서 나왔다. 병원 측은 사고 당시 세종병원에 83명, 세종요양병원 94명 등 총 177명의 환자가 있었다고 했다. 대부분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알려진 세종병원 2층에는 모두 8, 9개의 병실과 총 35개의 병상이 있었고, 모두 차 있는 상태였다고 밝혔다. 요양병원에서는 사망자나 부상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병원 측은 세종병원에는 총 9명의 당직자가 근무하고 있었고, 사고 당시 모두 정상 근무 중이었다고 했다. 사망자 중에서는 야간 당직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각 1명도 포함돼 있었다.
소방당국 및 병원 관계자들은 아래층에서 중앙통로를 따라 퍼져 나간 연기를 들이마시면서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인명피해가 많았던 이유에 대해서도 여러 분석이 나왔다. 송경철 세종병원 이사장은 "환자들의 70~80% 이상이 고령인데다 이미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던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던 중환자 5명이 대피를 위해 인공호흡기를 떼야 했다. 이들 5명의 사망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소방차 도착했을 때 이미 진입 어려운 상태
소방당국에서는 소방차량 63대와 소방대원 335명이 출동해 오전 9시 29분쯤 큰 불길을 잡고 10시 25분 완전 진화했다고 밝혔다. 진화에 2시간 가까운 시간이 걸린 이유에 대해 최만우 밀양소방서장은 "선착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화염과 연기가 이미 너무 커져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현장 대원들에 따르면 헬멧을 쓰고서도 진입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고 전했다. 최 서장은 "병원 1층에서 건물 내부로의 진입이 어려워 소방차 사다리 및 옆 건물 옥상을 통해 2'3층으로 진입하는 등 동시다발적인 소화 및 인명구조 활동을 벌였다"며 "요양병원 쪽으로 불길이 번질 것을 우려해 뒤이어 출동한 구조대원 상당수를 요양병원에 투입해 인명구조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요양병원에는 파킨슨씨병, 중풍, 치매 환자 등 요양병원 특성에 맞는 환자들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병원에는 내시경 검사 및 골절환자 등 일반 처치 및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있었다.
◆세종병원에 스프링클러 없었다
소방당국은 지난달 제천 화재 참사 이후 지난 9일 세종병원에 대한 소방특별조사를 벌였다. 당시 조사에서는 피난기구에 '바닥고리'가 설치되지 않아 시정명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약 6개월 전 병원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점검에서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보고서를 작성해 소방당국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 진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스프링클러가 세종병원에 없었다는 점도 피해를 키운 결정적 원인으로 지적됐다. 세종병원에는 소화기 22대, 자동화재탐지설비와 시각경보기만 각 27개가 설치돼 있었다.
송 이사장에 따르면, 세종병원은 바닥면적이 224.69㎡로 소방시설 설치 유지에 관한 법률에 따른 스프링클러 의무설치 기준인 바닥면적 1천㎡에 미달했다. 송 이사장은 "세종병원과 접해있는 세종요양병원의 경우 관련 법이 개정된 이후 올해 6월 30일까지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돼 있어 다음 주에 공사를 할 예정이었다"고 덧붙였다.
응급실 소화기 배치 여부에 대해 송 이사장은 "소화기는 법령 기준대로 배치돼 있고 전부 다 사용했다"며 "건물 바깥 주차장에서 빈 소화기를 확인했다"고 했다. 매년 실시하도록 돼 있는 대피훈련을 정상적으로 실시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송 이사장은 "각종 점검 및 대피훈련은 규정에 따라 실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세부적인 실시 일자나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송 이사장은 또 "세종병원과 세종요양병원 건물에는 각각 25억원의 화재보험을 들어놓은 상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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