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밀양 병원화재 참사] 한 달 새 대형 화재 3건…다중시설 공포

제천 참사 이어 또다시 큰불, 규모 작아 강화된 의무 제외

26일 오전 7시 30분쯤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전 7시 30분쯤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1일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에 이어 한 달 만에 또다시 대형 화재 참사가 발생했다. 서울 종로 여관 화재 사고까지 더하면 한 달 동안 무려 3건의 대형 화재로 72명이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한 3곳 모두 평소 여러 사람이 오가는 다중이용시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다중이용시설은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데다 내부가 복잡해 화재 등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이용객들이 대피로를 제때 찾지 못해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병원은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많고 불에 약한 화학약품과 이불, 옷 등이 많아 작은 화재로도 심각한 피해를 낳을 수 있는 만큼 강력한 화재 대응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거동 불편한 환자 많지만 대책 미비

지난 2014년에는 전남 장성의 요양병원 화재로 2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처럼 중환자가 많은 병원은 환자들의 대피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밀양 세종병원은 장기요양이 필요한 입원환자를 치료하는 요양병원이면서 일반환자 진료도 가능한 병원이다. 병원이 화재에 취약한 이유는 스스로 대피할 수 없는 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인공호흡기나 다른 의료기기에 의존하는 중환자는 침대 자체를 이동시켜야 하기 때문에 환자는 물론 의료진까지 위험에 노출된다.

소방당국은 사망자 대부분이 유독가스를 마시고 중태에 빠진 상태에서 다른 병원으로 이송된 뒤 숨졌다고 설명했다. 병원들은 화재 상황을 대비해 자체 매뉴얼을 만들고 모의 훈련 등도 하지만 실제 화재가 발생하면 대응이 쉽지 않다.

안전 규정 미비도 문제로 지적된다. 요양병원은 스프링클러 설치 규정이 강화됐지만 세종병원 같은 중소병원은 설치 의무 대상에서 제외됐다. 최영상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중환자나 고령 환자를 대피시켜야 하는 병원은 대피 중 구조자가 함께 사망할 수 있어 법적 적용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세종병원은 8년 전부터 건물 곳곳을 무단증축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밀양시에 따르면, 세종병원은 모두 147.04㎡ 규모로 무단증축을 해 2012년 8월 24일부터 무단증축 건축물로 등재됐다. 무단증축은 1층 통로와 4층 병원 식당 일부, 5층 창고 등으로 확인됐다. 시는 2011년 단속해 2012년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이행강제금을 부과해왔다. 병원은 이행강제금만 낸 채 현재까지 불법 건축물을 계속 방치해 왔다고 시는 밝혔다. 세종병원 옆 세종요양병원도 19.53㎡의 무단증축으로 같은 시점에 무단증축 건축물로 함께 등재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대책도 미흡해

반복되는 사고에도 정부 대응은 미흡한 상황이다. 보건복지부가 2014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에게 제출한 '17개 국공립 및 민간 의료기관 안전점검 실시 결과' 자료에 따르면 주기적인 소방점검과 정전대비 시설은 비교적 양호했지만 비상계단 대피로를 확보하지 않거나 피난 대비 시설, 신호유도등 등을 갖추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또 모의 소방훈련이나 안전교육을 하더라도 직원들의 이직이 잦아 정작 사고가 나면 대응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구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대구소방안전본부가 지역 내 의료기관과 요양원 등을 대상으로 소방안전시설을 점검한 결과 487곳 가운데 17곳의 소방안전 시설이 불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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