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시 4차 산업 청년체험단 美 실리콘밸리 방문기] 애플·인텔·구글, 빠른 투자·인재 채용으로 고속 성장 일궈

대학·기업 동반성장 시스템, 기술·인재·자본 집적 환경 4차 산업 생태계 구축이 관건

제1기 대구시 4차 산업혁명 체험단은 애플과 인텔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주요 기업을 방문, 한국 출신 관계자들로부터 조언을 들었다. KNK글로벌(www.knk-global.com) 제공
제1기 대구시 4차 산업혁명 체험단은 애플과 인텔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주요 기업을 방문, 한국 출신 관계자들로부터 조언을 들었다. KNK글로벌(www.knk-global.com) 제공
한국인 출신 스타트업 창업자, 조성문 차트매트릭 대표. KNK글로벌 제공
한국인 출신 스타트업 창업자, 조성문 차트매트릭 대표. KNK글로벌 제공
인텔 본사의 경북대 출신 엔지니어 임민열(왼쪽), 배창석 박사. KNK글로벌 제공
인텔 본사의 경북대 출신 엔지니어 임민열(왼쪽), 배창석 박사. KNK글로벌 제공

'제1기 대구시 4차 산업혁명 청년체험단'이 지난달 8~20일 미국을 방문, 세계 최대 규모 종합 가전'IT 전시회인 'CES 2018'을 둘러본 데 이어 세계적인 4차 산업혁명 중심지로 자리 잡은 실리콘밸리를 방문했다. CES 2018이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미래 좌표를 보여줬다면, 실리콘밸리는 그 기반 위에서 세계를 뒤흔드는 창의'창업의 저력을 과시했다. 4차 산업혁명 생태계를 새롭게 구성해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는 게 목표인 대구시가 필요로 하는 기술'인재'자본 등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특히 실리콘밸리는 ▷애플'인텔'구글 등 세계적 창의 기업의 집적 ▷청년들이 발 빠른 속도로 성장시키는 스타트업(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창업 기업) 창업 ▷스탠퍼드대학교 등 유수 대학과 기업의 산학 연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대구의 향후 행보에 여러 시사점을 던졌다.

◆애플'인텔'구글, 글로벌 기업의 '인재 용인술'은?

▷애플, "직원 개인 역량 최대한 발휘하도록 지원"

권준협 애플 매니저는 "삼성 경우 직원이 도태되면 떠나야 하지만, 애플에서는 자신의 역량을 찾아 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여기서 애플의 경쟁력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신입 시절에는 삼성이나 애플이나 힘들다. 다만 삼성은 그냥 굴린다. 애플도 초반 2, 3년은 굴린다. 그러나 그런 과정을 거친 다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주도적으로 하게 하고, 대신 목표를 달성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요구한다. 그러면서 직원 개인의 발전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2000년대만 해도 한국인 직원이 수십 명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수백 명에 이른다. 권 매니저는 "한국이 디스플레이 분야에 강점을 나타내면서 디스플레이 기술 선두 기업인 LG와 삼성에서 이직해 온 직원이 많다"고 귀띔했다.

▷인텔, "학교 간판 전혀 통하지 않는 곳, 유연 근무 강점"

인텔 본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임민열'배창석 박사는 "직원들이 자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다른 팀, 심지어는 다른 회사로의 이동이 원활히 이뤄진다. 이는 하나의 기업을 넘어 실리콘밸리 전체의 선순환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또 "인텔은 CEO도 다른 직원들처럼 책상 하나 놓인 작은 사무실에서 일하고, 재택근무 등 유연 근무도 퍼져 있다. 이는 미국과 한국 기업 문화의 차이로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배 박사는 "인텔은 학교 간판, 학벌 등이 전혀 통하지 않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을 지방대 출신이라고 밝힌 그는 "한국에 있었다면 가졌을 지방대 콤플렉스가 여기서는 무색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어떤 문제든 해결책을 찾고 그것을 설명할 수 있는 사고력과 표현력이 필요하다. 이를 미국의 언어이자 글로벌 언어인 영어로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 출신 직원들이 저마다 출중한 실력을 갖췄음에도 영어 실력이 부족해 자기 의견을 회의에서 제대로 얘기하지 못해 기회도 얻지 못하는 경우를 적잖게 본다"며 "언어가 되면 그때 실력 대 실력으로 제대로 경쟁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구글, "개인 실패를 기업 경쟁력으로 치환"

구글에서 일하는 한국 출신 데이비드 정 매니저는 구글의 인재 채용관을 한마디로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진지한 호기심을 가진 사람'으로 정의했다. 이 말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구글에 제도 및 시스템으로 구축돼 있다. 실패를 경쟁력으로 치환하는 제도 및 시스템이다.

그는 "물론 마냥 실패만 할 수는 없기에 구글은 이미 확보한 수익을 고려해 실패를 얼마나 할 수 있을지, 한마디로 실패할 여지를 남겨둔다. 따라서 이때의 실패는 실패가 아니라 시도나 실험이 된다. 실패의 비즈니스 모델인 셈"이라며 "그래서 실패에 대한 책임도 긍정적으로 묻는다. 해고 같은 처벌이 아니라 다음 분기에 경영진으로부터 피드백을 받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스타트업 경쟁력은 '빠른 결정'

애플'인텔'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의 시작은 모두 작은 스타트업이었다. 1939년 창업해 실리콘밸리 1호 스타트업으로 기록된 휼렛 패커드(HP)처럼 차고 내지는 창고에서 시작한 경우가 많다.

이들의 또 하나의 공통점은 고속성장이다. 실리콘밸리에 와서 음악엔터테인먼트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차트매트릭'을 창업해 성장시키고 있는 조성문 대표는 "빠른 결정이 중요하다. 그에 따른 빠른 인재 채용, 빠른 투자 유치 등이 고속성장의 바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인 출신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창업자 A씨도 "세계 최초로 기술을 개발했다 하더라도 이를 제품'서비스에 늦게 적용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행여나 기술을 베끼더라도 시장을 선점하는 게 성공의 지름길이다. 빠른 실행력이 4차 산업혁명 시대 성공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실리콘밸리 생태계에 깊숙이 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빠르게 움직이되, 끈질기게 실리콘밸리의 기업가'투자자 등 관계자들과 접촉해야 한다는 얘기다. A씨는 "실리콘밸리에 있는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건물에 입주한 한국 스타트업 업체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다. 얼마 버티지 않고 떠나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곳 주소가 적힌 명함을 받아든 실리콘밸리 관계자들은 '곧 한국으로 떠날 업체구나'하고 아예 관심을 접어 버리기 일쑤"라며 "대구시가 실리콘밸리에 교류와 진출 등을 위한 공간을 마련할 경우 참고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대구 산학 연계, 실리콘밸리가 힌트

실리콘밸리는 스타트업 창업이든, 기업에 취업하든 모두 높은 수준의 인재 풀이 기반이다. 실리콘밸리의 기원이 된 스탠퍼드대학교가 그 중심에 있다. 실리콘밸리를 낳은 스탠퍼드대는 실리콘밸리 덕분에 인재로 북적인다. 가령 다른 대학에 장학금을 받고 갈 기회를 포기하고 스탠퍼드대로 모이는 인재가 적잖다. 전공별로 세계 최고 수준의 교수진이 구성돼 있는 데다, 바로 옆 애플'인텔'구글 등의 세계적 기업으로 취업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자신이 스타트업을 창업할 경우에는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세계적 펀드회사들도 모여 있어서다. 대구가 늘 고민하는 산학 연계의 힌트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대학과 기업이 동반상승하며 자금도 끌어들일 수 있는 4차 산업혁명 생태계다.

제1기 대구시 4차 산업혁명 체험단원들도 실리콘밸리 관계자들의 조언에 공감했다. 대학생 참가자 예두열(26) 씨는 "대구에 스타트업을 준비하고 또 창업할 수 있는 공간이 더 필요하다고 느꼈다. 스탠퍼드대학과 실리콘밸리의 관계처럼 대구도 4차 산업혁명에 맞춘 대학과 기업의 산학 연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세심 대구청소년지원재단 진로직업코디네이터는 "아이들이 꿈을 규정짓지 않고 자유롭게 꿀 수 있는 문화,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주고 실패조차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실리콘밸리의 성장동력으로 느껴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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