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저임금 오르자 사납금도 올려…실질임금 되레 줄어 택시기사들 뿔났다

대구 노사 임단협 합의 논란 확산

최근 대구 법인택시 노사가 합의한 임금 및 단체협상안을 두고 택시 기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최저임금이 올랐지만 택시 기사가 회사에 내야 하는 사납금도 덩달아 오른데다 회사가 지급하는 고정급은 소폭 인상에 그쳤기 때문이다.

대구 법인택시 노사는 지난달 26일 임단협을 마무리 짓고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번 임단협은 올해 최저임금이 16.4% 오르면서 시작부터 진통을 겪었다. 지난해 10월 시작된 교섭이 중단됐다가 올 1월에야 재개됐고 격론 끝에 노사가 합의안에 서명했다.

그러나 택시 기사들은 올해 임단협 결과를 두고 실망감을 표시하고 있다. 하루 사납금이 13만1천원에서 13만6천원으로 5천원 인상된 반면, 회사가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고정급은 118만원에서 122만원으로 4만원 오르는 데 그쳐서다. 사납금이 오르면서 기사들의 실질소득은 오히려 8만5천원(사납금 인상분 5천원×25일-임금 인상분 4만원)이 줄었다. 법인택시 기사의 임금은 고정급과 사납금을 제외한 운송수익금으로 구성된다. 사납금은 지난 2015년 11월에도 7천원 오른 바 있다.

일부 택시 기사들은 노사가 최저임금법을 피하고자 소정근로시간을 줄이는 편법을 썼다고 주장한다. 임금이 지급되는 소정근로시간(노사가 합의하는 근로시간)이 월 160시간에서 145시간으로 15시간 줄었기 때문. 소정근로시간이 줄면 임금도 함께 감소한다. 경력 10년의 택시기사 A(45) 씨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월급이 20만원 정도 오를 거라 기대했는데 노사가 근로시간을 줄여 임금 인상분을 낮추는 모습에 크게 실망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법인택시 노사는 장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택시업계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었다는 입장이다. 서울(18만원)과 광주(14만7천원), 부산(13만8천원) 등 다른 광역시에 비해 대구의 사납금이 너무 낮아 '타 시'도 수준으로 현실화해달라'는 사업자들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었다는 것.

택시노조 관계자는 "내년부턴 근로시간이 165시간으로 환원되고, 2020년부턴 소정근로시간을 180시간으로 하겠다고 임단협에 명시했다"며 "택시업계가 너무 어려워 고통 분담 차원에서 이뤄진 결정"이라고 해명했다. 택시업체 관계자는 "한때 100여 개에 달했던 택시업체가 90개로 줄었다"며 "기사들의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선 2013년부터 동결 중인 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대구시 관계자는 "임단협 이후 택시 기사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어 업체 관계자와 기사들을 만나 여론을 듣고 있다"면서 "요금 인상 여지가 있는지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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