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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오죽과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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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터넷상에서는 '평화올림픽'과 '평양올림픽' 실시간 검색어 대결이 있었다. 그것은 세대나 이념에 따라 보는 것이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건전한 토론이 불가능한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정치인들이야 올림픽이 망해서 대통령 지지율이 폭락하면 선거에서 이기고, 권력을 차지할 수 있다는 실익이 있어서 그렇다고 치지만, 보통 사람들이 그렇게 열성적으로 올림픽의 가치를 깎아내릴 필요까지야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실익이 없는 일을 그렇게까지 열성적으로 하는 사람들의 이유를 들어보면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항상 옳으며, 반대쪽 사람들을 그대로 두면 나라가 위험해진다는 이야기를 한다. 반대쪽의 의견을 원천적으로 무시하기 때문에 사실상 대화는 불가능하다.

학생들에게 논술이나 토론 수업을 하게 해 보면 미숙한 학생들은 반대의 입장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자기 입장만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승부욕만 넘쳐서 억지 논리와 상대에 대한 비방까지 동원하면서 끝까지 고집을 부리는 학생들도 있다. 이런 학생들에게 반대의 의견을 수용하는 것이 논리에서 지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를 해도 잘 안 될 때는 아주 구체적인 주문을 한다. 글을 쓰거나 토론을 할 때 '오죽'과 '물론'을 꼭 한 번씩 쓰라고.

'오죽'이라는 말은 "오죽 어려웠으면 도둑질까지 했겠어?"처럼 도둑질을 했다는 표면적 사실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심층의 사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말이다. '물론'은 "물론 복지도 중요하지만 성장 없이는 복지도 없다."처럼 반대의 논리를 인정하면서 자신의 논리가 더 낫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사용하는 말이다. 이 두 말을 사용할 수 있다면 그만큼 시야는 넓어지고, 상대방을 인정하는 것이 바탕에 있기 때문에 기분 나쁘지 않은 토론도 가능해진다.

이를 올림픽에 적용해 보자. 최고 인기 종목인 아이스하키는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에서 불참을 통보하고, 스포츠 강국 러시아는 IOC 징계로 국가 자격으로 참여를 못하게 되었다. 게다가 세계인들은 연일 한반도의 핵전쟁 위기를 전하는 한국발 기사를 접하며 곧 전쟁이 일어나는 줄 알고 있다. 한 가닥 희망이었던 것이 중국인들이 춘절 기간에 대거 방한하는 것이었는데, 그마저도 사드 문제로 막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오죽'했으면 홀대를 받을 줄 알면서도 중국에 갔겠나. '오죽'했으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북한의 요구를 다 들어주면서까지 북한의 참여에 공을 들였겠나. '물론' 중국에 굴욕 외교를 한다는 비난을 들을 수도 있고, 북한에 저자세로 일관한다는 비난도 들을 수 있다. 정부가 그 점을 인정하면서도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을 이야기한다면, 반대쪽에서는 자신들이 프로답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굴욕 외교, 저자세'로 비난하는 것보다는 더 책임 있는 논리를 갖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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