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후 대구 북구 매천동 농수산물도매시장 주차상가 지하전기실. 사람 키를 훌쩍 넘는 높이의 변압기 문을 열자 '위험! 특고압' 경고표시가 눈에 띄었다. 2만2천900V의 고압 전류가 흐르는 변압기 위로 절연 장갑을 낀 점검요원이 한 손에 손전등, 반대쪽 손에는 온도를 측정하는 '서멀 건'(Thermal Gun)을 들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신태홍 한국전기관리㈜ 이사는 변압기 구석구석을 훑으며 이상 징후를 살폈다.
다음 달 말까지 실시되는 '대구 국가안전대진단'의 첫 대상으로 농수산물도매시장의 안전진단이 이뤄졌다. 대구시설공단 재난안전팀 관계자 5명과 건축, 전기, 소방 분야 시민전문가 3명 등은 이날 3층 상가 건물 2개 동(연면적 1만7천193㎡)의 안전 점검을 진행했다.
이날 점검에서 가장 초점을 맞춘 분야는 소방 관련 시설이었다. 대구시설공단 소방설비 담당자는 건물 지하 기계실에서 스프링클러와 소화전으로 가는 펌프 압력의 이상 여부를 파악했고, 점검일지도 꼼꼼하게 살폈다. 화재 시 사용할 방독면과 손전등의 비치 상태와 정상 동작 여부도 확인했다. 공단에서 관리하는 시설물들은 대체로 상태가 양호했다. 32개 소화전은 손쉽게 문을 열 수 있었고, 소화기 84대도 눈에 잘 띄는 곳에 비치돼 있었다.
그러나 상인들이 개별적으로 점포에 비치한 소화기들은 관리 상태가 좋지 못했다. 검은 먼지가 두텁게 쌓였거나 거미줄이 얽혀 있는 것들도 있었다. 특히 일부 소화기는 제조일자가 무려 22년으로 교체 주기도 넘긴 상태였다. 설 대목을 앞두고 농수산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차면서 빈 박스나 대형 선풍기가 화재 비상벨을 막은 곳도 있었다. 점포 1층 천장은 마감재가 군데군데 뜯겨 있었고, 각종 배선 위로 먼지가 뽀얗게 쌓인 채 노출돼 전기 과열 등도 우려됐다.
대구시설공단은 문제는 알고 있지만 개별 점포가 이용하는 전기제품이나 설비까지 제재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대구시설공단 관계자는 "상인들이 천장에 길고양이가 갇혀 죽으면 악취를 유발한다며 천장 마감재를 군데군데 뜯어놨다. 배선이 노출돼 있지만 한국전기안전공사에서 정기 점검을 하고 있고 이상 없다고 확인받았다"고 해명했다.
한편 대구시는 다음 달 30일까지 일반시설 및 위험시설 등 1만2천483곳에 대해 안전대진단을 실시할 계획이다. 일반시설 중 공공시설 2천377곳은 공무원과 공공기관 등 관리주체가 점검하고, 사유시설 1만106곳은 소유자와 관계자가 자체 점검을 실시한다. 박혜진 대구시설공단 재난안전팀장은 "연이은 대형사고로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을 줄로 안다. 내실 있는 점검을 통해 취약점을 발굴하고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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