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긴급 진단-대구공항 서비스 뒷걸음] 항공기 1편만 지연돼도 격리대합실 바닥에 앉을 판

좌석 부족한 격리대합실…탑승구까지 통로 너무 좁아 "여행 가기도 전에 진 다 빠져"

7일 오후 대구국제공항 2층 국제선 출국장 입구에서 보안 직원들이 탑승객 여권과 항공권 등을 검사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7일 오후 대구국제공항 2층 국제선 출국장 입구에서 보안 직원들이 탑승객 여권과 항공권 등을 검사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대구국제공항(이하 대구공항) 이용객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관련 시설과 서비스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최근 5년 사이 이용객은 5배 이상 늘었고, 수용능력이 한계를 넘었지만 공항 인프라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탓이다. 국내 3대 공항으로 떠오른 대구공항이 제역할을 하려면 국제공항다운 편의시설과 공간 확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장 바닥처럼 변하는 대합실

연간 수용능력이 375만 명인 대구공항은 연간 이용객 400만 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에만 350만 명이 대구공항을 이용했고, 지난달에는 겨울방학 성수기와 맞물리며 무려 35만 명이 대구공항을 찾았다. 대구공항 개항 이래 월간 최고기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항공기 운항 시간이 몰리는 이른 오전과 늦은 오후에는 대합실에 자리가 없어 바닥에 앉아 기다리거나 출입국심사대 앞으로 길게 줄을 서는 일이 일상화됐다. 특히 대구공항은 수속 전 누구나 머무를 수 있는 일반대기실에 비해 격리대합실과 입국 통로가 좁기로 악명 높다. 출국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는 공간인 격리대합실은 항공기 1편만 지연 운항돼도 승객이 앉을 공간을 찾기 어렵다. 제주도에 가려고 공항을 찾았다는 양지현(23'대구 북구) 씨는 "1시간 넘게 출발 수속을 밟은 뒤 탑승구까지 가니 사람이 너무 많아 앉을 자리조차 없었다"면서 "여행을 가기도 전에 진이 다 빠졌다"고 고개를 저었다. 잦은 해외 출장으로 매달 공항을 이용한다는 윤모(56) 씨도 "지난해 겨울 일본행 항공기가 지연된 적이 있었는데 대합실에 승객이 너무 많아 바닥에 앉아 쉬었다"며 "입국할 때도 길게 주욱 늘어선 줄을 보면 속이 터진다. 지연된 비행기로 인해 입국 시간이 겹치기라도 하면 아주 북새통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편의 시설 부족한데 지연 운항 잦아

편의 시설 부족도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현재 대구공항 청사 내에서 이용객들이 간단하게 요기를 할 수 있는 식당은 단 1곳에 불과하다. 그 외 편의시설도 편의점 1곳과 카페 4곳이 전부다. 출국을 앞둔 이용객이 여행자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창구도 없다. 이용객 고근호(24'대구 동구) 씨는 "올 때마다 느끼지만 편의시설이 너무 부족하다"며 "사람은 많은데 간단히 음식을 먹을 공간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대구공항에 취항한 항공편이 늘면서 지연율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2014년 4.1%였던 대구공항의 항공기 지연율은 2년 만인 2016년에는 9.5%로 2배 이상 높아졌다. 전국 평균 지연율인 12.3%보다는 양호하지만 이용객들이 체감하는 불편은 크다. 7일 대구공항을 찾은 서혁준(25'대구 북구) 씨는 "30분 넘게 기다리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라며 "오늘은 승객이 별로 없는데도 제주도행 항공기가 지연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애인 이용객의 불편도 적지 않다. 대구공항은 항공기 슬롯(힝공기 운항시각)이 포화상태여서 항공기에 타고 내릴 때 탑승교(보딩브리지'공항 내의 터미널 빌딩 대합실에서 항공기의 출입구와 연결되는 탑승용 다리) 대신 항공기 주기장에서 계단차를 이용해야 하고, 장애인 이용객을 위한 리프트 시설이 없다는 것이다. 스리랑카에서 열리는 휠체어테니스 국제경기에 참석하고자 대구공항을 찾은 한학범(42'대구 달성군) 씨는 "인천이나 김해국제공항은 장애인을 위한 리프트 시설이 있는데 대구공항은 매번 장애인 선수를 업고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고 푸념했다.

대구시와 한국공항공사, 법무부 등은 급증하는 이용 수요에 맞춰 주차빌딩(3층'723면)을 신축하고 자동출입국심사대(4대)와 셀프체크인카운터(4대)를 설치하는 등 본격적인 시설 확대에 나섰다. 그러나 늘어나는 승객 수에 비해 시설 확충은 여전히 더디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설확충과 서비스 증진을 시작했고, 아직은 시작 단계"라며 "한정된 공간이지만 최대 450만 명까지 수용할 수 있도록 공항공사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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