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88 서울올림픽 30주년이 되는 해다. 1988년 5월 KBS에서 서울 프레올림픽쇼를 방영했다. 자니 윤과 영화배우 로레타 스윗의 사회로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펼쳐진 화려한 쇼였다. 조용필, 김완선, 시나 이스턴, 실비 바르탕, 훌리오 이글레시아스 등 인기 가수들의 공연은 다시 봐도 흥미진진하다. 당시 뉴스에서 손석희 앵커는 미국에서 30여 명의 제작진이 내한해서 국내 초유의 호화 무대를 펼친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에서 살았지만 올림픽 관련 문화행사를 현장에서 경험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작년 8월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정경화 바이올린 리사이틀을 관람했다. 공연 다음 날 아침 나는 깊은 산속에서 몇 달간 수양을 해야 도달할 수 있을 법한 고요하고 평화로운 마음 상태를 체험했다. 오랜만에 구삼열 대표에게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올해 1월 30, 31일 일정을 비워놓으라는 답신을 받았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평창겨울음악제가 처음으로 서울에서도 열린다는 신문 기사를 접하면서 그 의미를 뒤늦게 깨달았다.
지난달 3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2018 평창겨울음악제의 막이 올랐다. 3시간 동안 진행된 개막 공연은 다양한 장르의 공연으로 열기가 넘쳤다. 윤이상의 '첼로와 하프를 위한 이중주' 연주를 들으면서 1972년 뮌헨올림픽 개막 기념작으로 윤이상의 오페라 '심청'이 세계 초연되어 찬사를 받았다는 기사가 떠올랐다.
평창겨울음악제에서도 '세계 초연'이라는 문구가 프로그램에 몇 차례 등장했다. 판소리 명창 안숙선은 정명화 예술감독과 함께 '평창 흥보가'를 세계 초연했다. '평창올림픽 대박 나소'라는 외침이 인상 깊었다. 발레리나 겸 안무가 김유미는 '아이리스'와 '쉴 사이 없는 사랑'이라는 제목의 창작 안무를 세계 초연으로 선보였다. 정명화의 첼로 연주, 클라라 주미 강의 바이올린 연주와 함께 김유미가 발레 공연을 펼치는 모습은 피겨 여왕 김연아를 연상시켰다.
개막 공연의 마지막 곡은 파블로 카잘스의 '새의 노래'였다. 정명화 예술감독은 강릉 공연에서 무대에 나와 곡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오래전 내가 번역 출간한 노먼 커즌즈의 '불치병은 없다'가 생각났다. 푸에르토리코에 있는 카잘스의 집을 커즌즈가 방문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아흔이 다 된 카잘스는 여러 노환으로 고생 중이었다. 하지만 피아노와 첼로 연주를 하면서 30대 청년처럼 기력이 되살아나는 기적이 매일 일어났다. 책 속의 주인공을 평창겨울음악제에서 만나니 반가웠다.
사인을 받으려고 정트리오의 엘피(LP)앨범을 들고 갔다. 개막 공연 후 리셉션이 열리는 곳으로 오면 된다고 구삼열 대표가 알려줬다. 리셉션은 평창겨울음악제에 참여한 아티스트와 음악제 관계자들만 참석한 의미심장한 자리였다. 지난 7년간 평창음악제를 이끌어온 정명화'정경화 예술감독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공연이 아주 좋았기에 강릉아트센터에서의 공연도 관람하고 싶어졌다. 이미 매진된 공연이었지만 티켓을 구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12월 개통된 KTX를 이용해서 강릉역으로 이동했다. 25년 전 나는 강릉에서 공중보건의로 근무했다. 그때는 늦은 밤 청량리역에서 무궁화호 열차에 탄 후 잠을 자면 아침에 강릉에 도착했다. 격세지감을 실감했다. 잠시 들렀지만 예전의 강릉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오륜마크 조형물이 돋보이는 역 앞에서 유니폼을 입은 젊은 외국인들이 해외 관광객을 안내하는 모습도 보였다.
'2018년 2월 그 순간 당신은 누구와 어디에 계시겠습니까'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서울시청 앞에서 접했다. 평창겨울음악제 덕분에 2018년 2월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강릉에 다녀왔다. 다양한 평창문화올림픽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고 하니 기회가 되면 또 방문하고 싶다.
성승모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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