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에게 남북 정상회담을 제의받은 문재인 정부의 최대 고민거리는 평창올림픽 이후로 연기한 한미 합동 군사훈련의 재개 여부이다. 북한 노동신문이 7일 "재개 시 조선반도 정세는 또다시 엄중한 파국 상태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했듯이 재개는 북한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고, 재(再)연기는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재연기를 선택하면 한미동맹은 파국이나 다름없는 균열을 각오해야 한다.
문 정부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그러나 상황을 냉철하게 평가해보면 딜레마일 것도 없다. 남북 정상회담이 운위(云謂)되고 있지만, 북핵이란 현실은 그대로다.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2박 3일간 문 대통령을 4차례나 만났지만, 북핵 문제는 한 번도 거론하지 않았다. 청와대가 김정은의 친서를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미뤄 친서에도 북핵 문제는 빠졌을 것이 분명하다. 북한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러니 고민할 필요가 없다. 예정대로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을 재개하면 된다. 북한이 핵 문제에 대해서 입도 뻥긋 않는데 우리가 자발적으로 무장해제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원칙적으로도 그렇다. 방어가 목적인 한미 합동 군사훈련과 북한의 불법적 핵'미사일 개발 사이에는 어떤 등가성(等價性)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문 정부의 행보는 큰 우려를 자아낸다. 문 대통령은 9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연기할 단계가 아니다.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예정대로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는 아베 일본 총리의 권고에 "주권 문제이니 거론하지 말라"며 말을 흐렸다. 지난 5일 대정부 질문에서도 똑같은 장면이 연출됐다. 정진석 한국당 의원이 "평창올림픽 이후 한미 합동 군사훈련이 재개되느냐"는 질문을 8차례나 던졌지만, 이낙연 총리는 "한미 정상이 올림픽과 관련해 연기하기로 합의한 것"이란 대답만 반복했다.
재개한다는 것인지 안 한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재연기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문 정부는 이런 '안개 피우기'를 속히 접고 확실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문 정부를 지지할지 말지를 결정한다. 그것이 바로 책임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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