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대 학생들 청소년 상담 앱 개발…고민 있다면 '등대' 찾아와

학교폭력 경험 개발 계기, 뜻 맞는 5명 팀 이뤄 완성

청소년 상담 애플리케이션
청소년 상담 애플리케이션 '내 등에 기대'(등대)를 개발한 경북대 학생들이 8일 오후 대구 한 카페에서 앱을 실행시켜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배용빈, 이교항, 이정민, 이윤수, 김지현 씨.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청소년들이 언제라도 기대어 쉴 수 있는 따뜻한 이야기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대구지역 대학생들이 직접 만든 청소년 상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내 등에 기대'(등대)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대학생 멘토와 청소년 멘티가 마음 편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상담을 마친 청소년에게는 멘토가 책 한 권을 선물하는 등 청소년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간 점이 특징이다.

'내 등에 기대' 앱의 메인 화면에는 청소년들이 올린 글이 펼쳐진다. 진로, 가족 등 다양한 주제로 또래 청소년 및 멘토들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공간이다. '토니가 들어줄게' 게시판에는 가정폭력이나 학교폭력 등 무거운 고민들도 보였다. 이곳에는 토니(멘토)만 댓글을 달아 상담을 해줄 수 있다. 상담을 마친 청소년에게는 멘토가 평소 읽던 책 한 권을 선물한다.

이 앱은 이정민(27'경북대 영어교육과) 씨의 작은 고민에서 시작됐다. 학창 시절 학교폭력을 경험했다는 이 씨는 교생실습과 교육봉사 등을 거치며 청소년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일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씨는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더라도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고민해주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 씨는 같은 단과대에서 마음을 모은 김지현(26), 이윤수(24) 씨와 함께 앱을 고안했다. 초기엔 어려움도 많았다. 3명이 모두 모바일 앱 제작에 '문외한'이었던 것. 개발업체에 의뢰해 앱을 만들었지만 오류가 속출했고, 금전적 부담도 커졌다. 이정민 씨는 고민 끝에 SNS에 '개발자를 모집한다'는 글을 올렸고, 컴퓨터공학과 배용빈(27) 씨가 합류했다. 글을 보고 "이런 일을 꼭 해보고 싶었다"고 합류한 이교항(24) 씨까지 5명이 팀을 이뤄 앱을 완성했다.

이용자가 늘면서 쏟아지는 상담 글에 멘토들의 고민도 덩달아 늘었다. 특히 성폭력이나 가정폭력 등 민감한 주제는 다 함께 모여 상의하고, 상담심리 전문가의 조언도 받아 답글을 달아준다. 정말 심각한 고민의 경우 청소년폭력예방재단 '푸른나무청예단'으로 전달해주고 있다. 이들은 "청소년들이 보다 '거창하게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정민 씨는 "우리는 10대를 공부만 하면서 보냈지만, 지금 청소년들은 자기 삶을 찾아나가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여기에 작은 밀알이라도 되는 것이 목표"라며 "앱 이름 준말인 '등대'처럼 청소년들이 어두운 바다에서 찾은 등대 불빛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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