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원자력발전소들은 자체적으로 지진 계측 시스템을 원전 시설 안에 갖춰놓고 있다. 지난 11일 새벽에 발생한 리히터 규모 4.6 포항 지진 때에도 국내 대부분의 원전은 지진을 계측했다. 그런데 진앙에서 가장 가까운 월성원전이 이번 지진을 감지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보 발생 기준치 미만 값이어서 계측이 안 되었을 뿐 원전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 한국수력원자력 측의 해명인데, 너무 안일한 자세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종훈 민중당 의원에 따르면 국내 원전들 가운데 월성원전만 이번 포항 지진을 계측하지 못했다. 진앙으로부터 훨씬 멀리 떨어진 고리(부산 기장'85㎞), 한울(경북 울진'113㎞), 한빛(전남 영광'274㎞) 원전의 지진계는 지진을 감지했는데, 정작 가장 가까운 월성원전(43㎞)만 지진을 계측하지 못한 것이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다.
설계상 월성원전의 지진계측기는 지진 발생에 따른 최대지반가속도 기준 0.01g 미만 값을 감지할 수 없다고 한다. 0.01g는 리히터 규모 4.0에 해당하는데 이번 포항 지진으로 월성원전 시설이 받은 충격은 0.01g 미만이어서 계측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게 한수원 측의 설명이다. 원전 안전에도 이상 없다고 하지만 한수원의 현실 인식에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한수원 해명대로라면 지난 11일 새벽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한 사실을 월성원전 측은 8분이나 늑장 발송된 재난 문자메시지를 보고서야 알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 된다. 더구나 한수원과 별도로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월성원전 인근 야산에 설치한 지진계의 수치가 이번에 0.0136g을 기록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0.01g 미만 값이어서 감지가 불가능했다는 한수원의 해명도 따져봐야 할 일이다.
원전은 그 어떤 시설보다도 지진 발생 상황을 신속하고 정확히 파악해야 자동 및 수동 가동정지 등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수 있다. 지진에 대한 원전 안전 대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월성원전은 0.01g(규모 4.0 미만) 지진도 감지할 수 있는 지진 계측 시스템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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