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로 용지 소유주 "구청, 이용료 내라"

개인 소유권 강화 판례 이후 부당이득금 청구 소송 늘어

수십 년 전부터 도로로 사용되던 토지의 등기부상 소유자들이 구청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 개인의 소유권을 강화하는 대법원 판례가 나오면서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문제는 이들 소유주가 땅을 팔 의사가 없는 경우, 구청은 매월 일정액의 사용료를 무기한 지불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달 10일 법원은 도로 점유에 대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제기한 A씨에게 대구 동구청이 월 14만원의 사용료를 내라고 판결했다. 수십 년 전부터 도로로 사용되던 동구 율암동 한 도로(약 300㎡)를 지난 2014년 매수한 A씨는 동구청이 무단으로 도로로 사용하고 있다며 매월 토지 사용료를 내라고 요구했다. 동구청 관계자는 "과거에는 오랜 기간 도로로 사용된 땅에 대해서는 사실상 구청 등을 해당 토지의 권리자로 인정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6월 대법원에서 개인의 소유권을 강화하는 판례를 내놓으면서 A씨처럼 사용료를 받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은 주로 1970년대 새마을사업 등을 통해 제대로 된 보상 절차를 거치지 않은 상태로 만들어진 도로가 주대상이 된다. 오랜 기간 소유 사실을 몰랐던 후손들이 소유권을 상속받으면서 구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방식이다. 실제 지난해 6월 대법원은 1971년부터 도로로 사용되던 토지 소유자 후손이 2012년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대세적으로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것이라기보다는 일시적으로 소유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양해한 것으로 봐야 한다"라며 후손들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현재 대구시와 8개 구'군이 사용료를 내는 도로는 16곳으로, 연간 사용료만 6천여만원에 달한다. 북구가 8곳으로 가장 많았다. 북구청은 칠성동의 길고 좁은 도로(2천500㎡)를 소유한 B씨에게 지난 1994년부터 매월 180만원씩 주고 있었고, 수성구청은 땅값이 비싼 수성구 범어동 한 도로(200㎡)를 소유한 C씨에게 2014년부터 매월 50여만원을 주고 있다. 서구, 달성군 등은 지출 내역이 없었다. 구청 한 관계자는 "소유자가 토지를 팔 생각이 없어서 장기간 사용료를 주고 있다"며 "강제로 토지를 매입할 수도 없다 보니 매월 세금을 들여서 사용료를 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 2014년에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동구 신암동 신성로'아양로 일부 구간(6천279㎡)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법원이 대구시에 사용료를 부담하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과거 대구선 철도부지였던 이곳은 등기 이전이 완료되지 않은 채 도로가 만들어졌고, 법원의 판단에 따라 대구시는 2016년과 지난해 도로 사용료로 1억4천여만원을 지불해야 했다. 사용료가 부담스러웠던 대구시는 지난해 12월 약 30억원을 들여 이 땅을 매수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6'25전쟁 등을 거치면서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던 대구 지역은 토지대장이나 관보 등 관련 기록들이 비교적 잘 보관돼 있어 분쟁이 적은 편"라며 "상대적으로 정리가 제대로 안 된 토지가 많은 광주'전남 지역의 경우 이런 땅들만 노리는 브로커까지 판을 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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