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경조 경북요트협회장 "후포 마리나항 내년 완공, 해양 레포츠 중심지 될 것"

코리안컵 국제요트대회 10년째, 독도 돌아오는 코스 외국인 참가

박경조 경북요트협회장이 울진군 후포항 요트학교 계류장에서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박경조 경북요트협회장이 울진군 후포항 요트학교 계류장에서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울진군은 작은 군이지만, 매년 전 세계의 사람들이 몰리고, 온갖 색의 요트들이 동해를 가득 메우는 시기가 있다. 심지어 내년이면 군 단위로서는 최초로 대규모 마리나항이 울진군 후포항에 들어선다. 한반도 동쪽 귀퉁이 작은 시골 도시에 요트라니. 얼핏 무모해 보이기까지 한 이 일들이 바로 박경조(66) 경북요트협회장의 뚝심으로 이뤄낸 업적들이다.

"아직도 요트가 부자들만의 꿈일까요? 요트를 통해 언젠가 울진이 미래 해양스포츠의 중심이 되는 날이 올 겁니다."

18살이 되던 해 부모님을 모두 여읜 박 회장은 고향을 떠나 울진 후포항까지 흘러들었다. 아무런 기술도 없이 무작정 어선에 올라탄 그는 미친 듯이 일에 몰두했다. 남들은 20년 걸리던 기관장 직책을 겨우 10개월 만에 따내고 전국 최연소 타이틀을 얻어낸 소년은 새로운 눈이 띄었다. 기술을 배우면 배울수록 더욱 편하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그는 6년간 번 돈을 모두 털어 스페인 유학길에 올랐다.

"그때 우리나라는 겨우 목선을 타고 근해에서나 조업하던 정도였죠. '외국의 선진 어업을 배워오면 분명히 돈이 된다' 그런 믿음이 있었습니다."

소년의 욕망은 보기 좋게 적중했다. 원양어업이 서서히 태동하고 경북 동해안을 중심으로 대게 조업이 활성화되면서 박 회장의 능력은 빛을 발했다. 몇 척의 어선을 보유한 선주가 되며 꿈을 모두 이룬 듯했다. 물론 요트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작고하신 이의근 전 경북도지사님을 만난 자리에서 요트산업을 추진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어요. 그때 유학시절 부러움으로만 쳐다보던 유럽의 요트들이 떠올랐죠. 도무지 가만히 있을 수가 없더군요."

요트란 단어조차 생소한 시절이었다. 경제계 인사들이 독점하고 있던 중앙 스포츠협회에서 군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대한요트협회장에 취임하며 국제요트대회까지 유치했지만, 칭찬보다 비난이 더 많았던 것도 당연하다. 요트 학교를 설립하고, 국제대회 유치를 위해 예산을 얻으러 다닐 때도 도움은커녕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뚝심으로 밀어붙인 결과 울진에서 200여 명의 외국 선수들이 참가하는 코리아컵 국제요트대회가 10회째 이어지고 있다. 울릉도~독도~후포를 잇는 코스를 통해 국제사회에 독도를 알리는 성과는 덤이다. 이러한 전적을 인정받아 현재 울진에는 국비 약 400여억원이 투입돼 17만400여㎡의 부지에 요트 등 레저선박 305척을 댈 수 있는 마리나항만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박 회장의 노력과 안목 덕에 울진이 선진 레저산업에서 앞서 나갈 수 있게 된 셈이다.

"처음 한국에서 자동차가 만들어질 때 사람들은 밥도 제대로 못 먹는 나라에서 허튼 꿈을 꾼다며 욕했죠. 그런데 지금은 한 집에 몇 대씩 자동차를 소유한 시대가 됐잖아요. 우리도 조만간 더 나은 삶을 누릴 테고, 요트산업이 두드러지는 날이 반드시 생깁니다. 그때 울진이 바로 그 산업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계속 앞장설 생각입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