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군자불기

매년 정초부터 2월까지는 면접 기간이다. 대학 입학부터 여러 기관 채용까지 다양한 종류의 면접이 있다. 자신을 소개하고 평가받는 과정은 새로운 집단의 일원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다. 이맘때면 몇 해 전 대학원 면접 볼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조별로 집단 면접을 하는 형식이라 자연히 다른 사람의 답변과정도 지켜보게 된다. 그중 내 앞의 여학생이 면접관들의 질문에 어찌나 크고 당찬 목소리로 대답하던지, 그 뒤 차례인 나를 주눅 들게 할 정도였다. 당황해서 제대로 답변도 하지 못한 채 면접을 마쳤던 기억이 생생하다.

면접심사 경험이 있는 중견기업 임원인 한 선배의 말에 의하면 지원자들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걸음걸이와 표정만 봐도 어느 정도 당락을 가늠할 수 있다고 한다. 매년 비슷한 수준의 지원자들을 수없이 보기 때문에 이력서 자체에는 큰 차이점을 찾을 수 없고 당당한 걸음걸이와 또렷한 목소리 그리고 자신감 넘치는 표정이 오히려 부족한 이력서를 채워주고 지원자를 돋보이게 한단다.

여러 후배들에게 면접의 기술을 전수한 자칭 '면접의 달인'이라는 나의 친구는 면접의 제1순위로 자신감을 꼽는다. 그리고 그 자신감은 자신을 완벽하게 믿을 때만 제대로 발휘되는 기술이라며 자기 확신을 강조한다. 수십 번 연습을 해도 실수나 떨림은 있을 수 있고, 극도의 긴장감 때문에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스스로 믿음이 부족한 결과다. 완벽한 준비란 있을 수 없기에 자신감으로 헤쳐 나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면접론이다.

돌이켜 보면, 처음으로 강단에 서서 대중 강의를 할 때 이상하리만치 많이 떨렸다. 처음이라는 부담감에 많은 내용을 잘 전달할 수 있을지, 만족스러운 강의를 할 수 있을지 확신도 없었다. 또, 열심히 듣고 있는 청중 100여 명의 눈빛에 압도되어 그들을 휘어잡을 자신감도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어떻게 하면 실력 이상의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까. 그 방편 중 하나는 스스로 어떤 한계를 설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조금 부족하더라도 미래에 무한히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으면 더 당당할 수 있다. 그래서 논어에 나오는 '군자불기'(君子不器)라는 말을 좋아한다. '사람은 만들어가는 대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할 수 있으니 자신의 한계에 매달리지 말라'는 뜻이다. 자신을 '흙수저'라고 규정짓고 능력과 성장 가능성마저 제한하는 주변 친구들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그들도 반복된 실패로 스스로 믿음이 부족해진 나머지 자신의 그릇을 한정지은 것이 아닐까.

나 또한 스스로 한계를 설정하고 포기하거나 자신감을 잃어버린 일은 없었는지 반성하며, 지금도 나의 큰 그릇 만들기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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