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가 지닌 최대 무기는 열정과 감동이다. 이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어김없이 전해지고 있다.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을 제외한 대다수 종목이 우리에겐 어색하지만 현장 관람과 TV 중계방송을 통해 전달되는 묘미는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생소한 종목이었던 컬링은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외신 등을 통해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의성을 본거지로 한 경북체육회 팀이 컬링 세 종목의 태극마크를 독차지하고 있기에 지역민들의 시선은 더 뜨겁다.
지난 19일 월요일 오전 9시 경기로 펼쳐진 한국과 스웨덴의 여자 경기를 휴대전화로 시청했다. 같은 시간 인터넷 접속 건수가 3만이나 됐다. 프로야구나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에서나 볼 수 있는 수치다. 국내 프로축구 경기의 접속자 수가 많아야 수천 명인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관심이다. 올림픽 이전 인터넷으로 컬링 경기 중계를 찾아본 사람은 100명을 넘지 않았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8일 경기를 관람한 뒤 페이스북을 통해 "컬링 팬이 됐다"고 할 정도로 컬링은 평창올림픽을 통해 상한가를 치고 있다.
이런 열기는 한국 컬링대표팀의 선전 덕분이다. 대표팀은 이미 가진 것 이상의 실력을 발휘했다. 믹스더블팀은 2승 5패를 기록, 6위로 경기를 마쳤다. 남자팀은 올림픽 첫 출전에 종주국 영국을 상대로 첫 승리를 맛보는 등 3승을 챙겼다. 여자팀은 목표한 메달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컬링의 도입, 발전 과정과 현실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컬링을 즐길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비인기 종목인 컬링을 국내에 보급하고 평창올림픽 대표팀을 발굴·육성한 데에는 김경두 경북컬링협회 전 회장의 희생이 있었다. 김 전 회장은 가족과 친구를 앞세워 처절한 홀로서기로 지금의 영광을 일궈냈다. 김 전 회장의 아들(김민찬)·딸(김민정)·사위(장반석)는 선수와 감독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하고 있으며 친구인 오세정 현 경북컬링협회장은 아들(오은수)을 국가대표로 두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을 때 컬링을 개척했다. 레슬링 선수 출신인 그는 1990년대 초반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컬링의 미래를 점치고 보급에 나섰다. 영어 원서 번역으로 컬링을 공부한 뒤 선진국을 찾아다니며 기술과 인프라를 연구했다. 이렇게 해서 국내 첫 컬링전용경기장인 경북컬링훈련원이 2006년 탄생했고, 이를 기반으로 현 국가대표팀이 성장했다.
그 과정은 험난했고, 지금도 가시밭길이다. 컬링이 가족 스포츠란 점은 명확하지만, 우리나라 정서상 가족 팀은 비난거리였다. 선수가 없어 아내와 아들·딸, 친구와 그 가족을 동원했는데, 컬링이 전국체전 정식 종목이 되는 등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혼자 다해 먹는다"는 말이 돌아왔다. 지난해 대한컬링연맹 회장 직무대행을 맡아 올림픽 준비에 나섰으나 거센 방해에 시달렸다. 다른 종목과 달리 단일팀으로 선정되는 국가대표 세 자리를 경북체육회가 싹쓸이한 게 화근이었다. 회장 선거를 기한 내에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연맹은 대한체육회의 관리단체가 됐고, 그는 징계받을 상황까지 몰렸다. 방해 세력과 대한체육회는 올림픽 준비보다 회장 선거를 더 중요하게 여겼다.
피해는 고스란히 대표팀에 돌아갔다. 올림픽 경기장인 강릉컬링센터의 개보수로 홈 어드밴티지를 누리는 사전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으며 국가대표 훈련장도 시설 미비로 사용할 수 없었다. 관리단체이다 보니 다른 종목 대표팀이 누리는 올림픽 지원 프로그램은 그림의 떡이었다.
정부와 대한체육회는 컬링 발전의 훼방꾼 역할을 했다. 경상북도와 의성군은 의성컬링장 건립을 도왔지만 방관자로 머물러왔다. 대구시는 1990년대 컬링 개척자들의 대구 정착을 외면했다. '컬링 팬' 이낙연 총리는 국가대표팀의 선전을 시기하는 세력이 누구인지 알아보고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컬링장을 건립하고 컬링국제투어를 유치, 스포츠로 상생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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