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경제는 분리할 수 있고 또 분리돼야 한다는 것이 애덤 스미스 등 고전주의 경제학자들의 믿음이었다. 이는 경제는 스스로 작동하기 때문에 경제에 대한 정치의 개입이 없거나 최소화돼야 모든 이들에게 최대의 이익이 돌아온다는 자유방임주의로 나타났다. 그리고 국가에는 정치체계와 경제체계라는 두 개의 체계가 서로 독립해 존재한다는 19세기 자유주의 국가 이론의 뼈대가 됐다.
이런 믿음의 출발점은 사회 전체의 이익은 곧 개인의 이익이며 따라서 사회 구성원 모두의 이익은 긴밀하고 불가분하게 연결돼 있다는 '이익의 조화'(harmony of interests)라는 명제였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쓴 목적은 이를 증명하기 위함이었다. 고전 경제학자에게 이 명제는 개인만 아니라 국가 간의 이익도 보장하는 마술 지팡이였다. 개인의 사익 추구가 자동으로 사회 전체의 이익을 증진하듯이 개별 국가의 경제적 이익 추구도 세계경제의 이익 증진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자유무역론의 근거다. 영국은 이를 일관되게 지지했다. 보편적 진리여서가 아니라 자본주의 선두 주자로 자유무역에 사활적 이익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과 독일 등 후발 주자는 달랐다. 철저한 보호주의로 자국 산업을 키웠다. 그 수단은 정치가 결정하는 관세였다. 애덤 스미스조차 국방을 위해서 관련 산업을 보호할 것을 주장했다. 이런 사실은 정치와 경제의 분리는 현실 세계에서는 입증되지 않는 환상일 뿐임을 뜻한다.
사실 개별 국가의 경제적 결정은 대부분 정치와 긴밀히 연관돼 있다. 정도에서 차이가 있거나 또는 직접적이냐 간접적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 내 롯데마트에 대한 중국 정부의 치졸한 영업 방해는 우리의 군사주권을 부정하고 안보전략에 훼방을 놓으려는, 경제의 외피를 쓴 정치적 보복이 아니었던가.
그런 점에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박에 '통상과 안보는 별개'라는 차원에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계획은 큰 우려를 낳는다. 미국의 통상 압박이 한미 간 무역 불균형이라는 경제 문제가 아니라 미국과 엇박자를 내고 있는 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이 지시한 '당당하고 결연한 대응'은 헛다리를 짚고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아직도 '정치와 경제의 분리'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문 정부가 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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