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동영의 자전거로 떠나는 일본 여행] ⑦2018 오키나와 센추리런 대회

사나이답게 160km 완주 도전…맞바람 오르막 코스에 숨이 턱!

올해로 9회째인 센추리런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스타트 라인을 통과하고 있다.
올해로 9회째인 센추리런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스타트 라인을 통과하고 있다.
센추리런 대회 완주를 기념하며 대회 표지판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센추리런 대회 완주를 기념하며 대회 표지판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센추리런 대회 중 운영되는 푸드트럭.
센추리런 대회 중 운영되는 푸드트럭.
참가자의 안전을 위해 일렬로 주행하고 있다.
참가자의 안전을 위해 일렬로 주행하고 있다.

겨울철 일본에서 가장 따뜻한 오키나와는 매년 1월이면 자전거 대회로 분주하다. 이름도 거창한 센추리런( Century-Run) 대회가 열린다. 올해로 9회째이다. 총 4개 코스로 진행된다. 비경쟁 대회다. 순위가 없고 정해진 시간 내에 목적지에 들어오면 완주증을 준다.

초보자를 위한 50㎞ 웰컴코스, 해안을 따라 달리는 시사이드 100㎞, 올해 신설된 코스 중 약 40%가 산지로 구성된 힐사이드 100㎞, 그리고 대회 하이라이트인 160㎞, 더 정확히는 168.5㎞인 센추리 코스로 구성된다. 걱정이 앞섰지만 사나이답게 160㎞ 센추리런 코스에 참가했다.

◆총 참가자 1천900명, 세계 9개국 참가, 한국인 136명

2018 오키나와 센추리런 대회 조직위에 따르면 올해는 센추리런 코스 632명, 시사이드 코스 787명, 힐사이드 코스 142명, 웰컴코스 299명 등 총 1천860명이 참가했다. 전 세계 9개국에서 220여 명의 외국인들이 참가했는데 136명이 참가한 한국이 단연 돋보인다. 매년 4월, 10월 히로시마현에서 개최되는 대회와 비교하면 규모는 작지만 명성, 난이도, 다양성을 고려하면 오키나와센추리런 대회에 좀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듯하다.

운영의 노하우도 상당하다. 일본 아나항공(ANA)과 JTB여행사가 공식 스폰서로 선정되었는데 대회의 대부분을 JTB여행사에서 진행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대회 진행

여행사를 운영하는 필자는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단순하게 대회 참가에만 머물지 않고 대회 운영 포인트를 눈여겨보았다.

자전거대회의 운영은 굳이 비교하자면 마라톤 대회와 비슷하지만 그것보다는 두 수 위다. 사고 위험성은 차치하더라도 많은 변수가 따르고 장거리인 탓에 인력 소요도 상당하다. 언뜻 보아도 최소 200명 이상의 스태프들이 종사하는 듯했다. 대부분의 자전거 대회가 그러하거니와 이러한 대회는 수익성과는 무관하다. 센추리런 대회는 약 10만원 정도의 참가비를 받지만 대회 운영 경비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대신 홍보 효과가 탁월하다. 그동안 여러 차례 국내외 대회에 참가해봤지만 수익을 목적으로 치르는 대회는 찾기 어려웠다.

오키나와 센추리런 대회는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소위 비난할 만한 구석이 전혀 없었다. 오키나와와 자주 비교되는 제주도에서 이러한 국제대회를 진행하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234㎞의 제주도 자전거 해안일주도로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우수성을 자부한다.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오키나와 코스보다 훨씬 뛰어나다.

세계자전거 최고 대회인 '뚜르드 프랑스'(14박 15일 동안 3천500㎞를 달린다)와 비교할 수는 없으나 제주도는 자전거대회 개최지로 충분히 매력을 지닌 곳이다. 동해안 일주 코스도 또 다른 매력이 넘치는 루트이다.

행사의 진행을 크게 네 분야로 나누어 지켜보며 분석해보았다. 직업이 병이다.

행사 전 인터넷으로 접수하면 된다. 접수자에 대한 문답 카테고리도 충분하고 불쾌하지 않다. 사전 배번, 유의 사항 등 꼼꼼히 여러 번 안내된다.

행사 하루 전을 포함하여 행사 당일 4개의 코스를 시간대별로 철저히 구분하여 출발시킨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요소요소에 안내판과 스태프를 적절히 배치하여 장거리지만 달리는 내내 혼선이 없었다. 센추리런 코스의 경우 중식 포함 총 7개의 보급소를 운영하면서 특색 있는 먹거리들을 제공했다. 기술, 운영, 의료, 홍보, 비상팀으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운영했다. 예컨대 기술팀은 자전거 수리, 사고 전반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했다. 대회 내내 단 한 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운영팀은 선두, 중간, 후위로 나누어 라이더를 유도한다. 밴 차량과 오토바이를 적절히 섞어 완급을 조절했다. 의료팀은 당연히 부상자나 중도 포기자 처리 등 신속히 대응하는 게 눈에 띄었다. 홍보팀은 스타트, 골인을 포함하여 촬영하고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워주었다. 비상팀은 수시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원활한 대회 운영을 이끌었다. 중간 보급소 또한 먹거리, 완주 스티커, 간단한 의료지원 등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음료수만 하더라도 생수, 차, 이온음료 등 다양하다. 점심은 간단하지만 일본의 특징이 돋보이는 덮밥을 제공했다.

본부의 대응 자세도 좋았다. 라이더와 밀착하여 배번 배포, 티셔츠 제공, 코스 안내, 완주증 발급, 포토존 등 다양하게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혼란스럽지 않았다. 여기에 당연히 일본 특유의 친절함과 책임감이 더해졌음은 물론이다. 푸드트럭존을 운영해 음료, 맥주, 다코야키, 햄버거 등을 즉석에서 먹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본부에서 1인당 500엔 무료 쿠폰을 제공해 추가 비용 없이 먹거리들을 맛볼 수 있게 해주었다. 무엇보다 특이한 점은 중도 탈락자에 대한 배려였다. 버스와 트럭을 이용하여 수송함은 물론 컷오프(cut-off) 시간을 정해 늦은 라이더에 대해서도 잘 대처했다. 이래저래 오키나와 센추리런 대회는 명성답게 자전거대회를 어떻게 운영하는가를 한눈에 학습할 좋은 기회였다. 작은 배려가 큰 만족을 준다는 교훈을 강하게 주었다. 대부분의 일들이 그러하거니와 마지막 2%의 터치가 성패를 좌우한다. 일본은 그러한 세심함에서 강했다.

◆바람과 오르막과의 싸움, 168㎞

오전 7시 온나커뮤니티센터는 사람들로 북적댄다. 인근의 호텔들도 벌써 동났다. 새벽 5시 30분 눈을 비비며 일어나 부리나케 준비하고 약 7㎞ 정도 달려 만좌모 인근에 있는 대회장에 도착했다. 160㎞ 센추리 코스 참가자는 오전 7시부터 세 그룹으로 나누어 출발한다. 오후 5시까지는 들어와야 한다. 평속 25㎞는 달려야 한다. 다행히 대회 코스는 지난 4일 동안 다녀온 곳들과 중복이 많이 되었다. 생각보다 업힐(up-hill) 코스가 많아 결코 만만치 않다. 총 7곳의 보급소가 있어 다양한 간식과 어미너티(쾌적함)를 제공한다. 센추리런 코스는 온나촌을 출발하여 나고시, 니키진까지 업힐, 코우리섬, 오지마섬, 나고시로 돌아와서 우루마시, 미군기지, 이케이섬, 오키나와시를 돌아 다시 만좌모까지 오는 코스이다. 업힐과 바람과의 싸움이다. 컨디션 조절도 잘해야 한다. 오버해서는 안 된다. 자꾸만 처진다. 업힐도 힘들다. 젊음이 부럽다. 100㎞가 넘어가자 엉덩이가 계속 욱신댄다. 점심 후 시작된 업힐은 더 힘들었다. "나쁜 놈들 밥 먹여 놓고 오르막을 오르게 하면 어쩌냐." 숨도 막힌다. 바람 강한 코우리대교, 이케이섬 해중도로는 더욱 힘들다.

이러다 컷오프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빠져가던 힘이 마지막 보급소를 지나 목적지 인근에 오니 도리어 힘이 난다. 그래도 시간은 이미 오후 5시를 넘었다. 어쩌지, 도리 없다. 갈 데까지는 가보는 거다. 예정된 오후 5시를 훌쩍 넘겨 골인점에 도착했다. 희열이 솟는다. 자전거를 내팽개치고 물을 들이켠다. 엉덩이랑 안장이 붙은 듯하다. 화장실로 뛰어가 몰래 마사지를 했더니 조금 나아졌다. 포토존으로 가서 사진을 찍고 완주증 발급 장소에 줄을 섰다. 늦었지만 쭈뼛대며 줄을 섰더니 뒤로도 계속 사람들이 들어온다. 추가적인 배려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대회 정보를 얻고자 대회 본부로 간다. 다행히 운영 주체인 JTB여행사 담당자가 한국어에 능숙하다. 책임자와 명함을 주고받고 이것저것 물어보며 향후 다양한 교류를 약속했다.

비바람 날씨 속에 고생한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지만 이로써 추억에 남을 오키나와 라이딩 320㎞도 끝이 난다. 일본 라이딩을 마치는 날, 자전거가 아닌 차로 다시 오키나와로 가는 호사를 꿈꾼다. 그 정도의 축하 파티는 받아 주겠지. 오키나와는 그런 넉넉한 섬이다.

다음은 가까운 규슈 일주를 위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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