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의성 마늘 소녀'가 어때서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던 것은 의성 출신들이 주축이 된 여자 컬링 팀이었다. 경북 북부지역 사투리로 스톤을 어떻게 던질지 협의를 하는 모습은 서울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비칠지 모르겠지만 우리 지역 사람들이 보기에는 참 친근한 모습이었다. 스톤을 던지고 나서 김은정 선수가 외치는 "영미~"는 새로운 컬링 응원 구호로 자리 잡기도 했다. 영미가 그렇게 많이 불릴 수 있는 이유는 영미와 영미 친구, 영미 동생, 영미 동생 친구로 구성된 팀의 특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컬링 팀의 애칭으로 많이 사용된 '의성 마늘 소녀'(혹은 '갈릭 걸스')는 같은 동네 출신들이라는 팀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이름이기도 했다.

그런데 컬링 팀의 감독이 '마늘 소녀'보다 더 예쁜 이름으로 부르거나 주장의 성을 딴 공식 명칭인 '팀 킴'으로 불러달라고 하고, 그에 맞춰서 방송사에서 새로운 애칭을 공모하는 이벤트를 한 것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 물론 '마늘 소녀'로 부르는 것이 부당하다는 의견에도 그 나름의 타당한 근거가 있다. 마늘이라는 특산품이 컬링과 상관이 없으며, 의성 지역을 강조한 이름을 쓰면 경기도 출신인 김초희 선수는 소외가 된다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팀 킴'이라는 이름은 그런 문제가 없으며, 외국 사람들이 보기에는 모든 선수의 성이 '킴'이라는 것이 매우 신기한 일이기 때문에 가장 적절한 애칭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김씨는 흔한 성이다 보니 김씨로 이루어진 팀이라는 것이 그렇게 특별한 것도 아니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어렵다. 또 선수들이 의성 출신이 아니더라도 의성에서 컬링에 입문하고 훈련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성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빼놓고 이들을 말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선수들이 웅녀처럼 마늘을 먹고 특별한 능력을 가지게 되었을 리는 없겠지만, 흔한 중국산 마늘과 달리 단단하고 매운 특성을 가진 의성 마늘은 우리 컬링 팀의 경기 스타일을 대표한다는 그 나름의 의미도 있다.

스노보드의 이상호 선수는 정선 고랭지 배추밭이 있는 곳에서 자란 자신의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배추 보이'라고 불리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것은 자신의 근거가 되는 지역에 대한 자긍심과 애정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경상도 사람들은 자신을 '보리 문디'라고 하는 것에 대해 비하로 생각하지 않고 지역적 유대감의 표시로 생각한다. 보리밥을 별로 안 먹고 자랐어도 그런 별칭을 붙이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지 않는 이유도 바로 자기 지역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지방 출신들에게는 서울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그런 정서가 있다. 이번 컬링 팀의 활약은 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침체되어 있는 의성 지역에 모처럼 활기를 불어넣은 좋은 소식이었다. 그들이 계속 '마늘 소녀'로 남아 분위기를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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