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송사에서 일하는 중견 방송작가 A씨가 매달 손에 쥐는 '원고료'는 140만원이 채 안 된다. 방송작가 경력 10년 차이고, 프리랜서이면서도 주 5일 꼬박 일하는 대가가 그 정도다. 그마저도 불규칙하게 입금돼 신용카드로 생활하는 날도 잦다. A씨는 "지역 방송작가는 섭외부터 구성, 원고까지 프로그램 제작 전반을 도맡으면서도 원고료는 수도권 막내 작가보다 낮다"며 "제작비가 줄면 가장 먼저 작가 원고료부터 줄이는 현실이 슬프다"고 했다.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부당한 지시 등 열악한 노동 환경에 처한 대구경북 지역 방송작가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조직적인 대응에 나섰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 영남지회(이하 방송작가노조)는 24일 대구MBC에서 출범식을 갖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방송작가노조가 설립된 후 전국 처음으로 설립된 지회다. 현재 대구MBC와 KBS, TBC, 교통방송 등 영남 지역 10여 개 방송사의 TV'라디오 프로그램 작가 50여 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대부분 20~50대 여성 프리랜서 작가들로 경력은 2년 차부터 24년 차까지 다양하다.
방송작가노조는 열악한 처우를 노조 설립 이유로 들었다. 노조 측이 지역 방송작가 19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지역 방송작가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7명(66.7%)은 월 200만원 이하의 급여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작가 중 71.2%가 방송국에 상주하거나 프로그램 제작 기간 동안 상시 근무하는데도 그렇다.
프로그램 기획 단계에서 사실상 상근하면서도 아예 급여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73.3%(140명)에 이르렀다. 아울러 작가 중 65%(125명)는 원고료 책정 기준을 알지 못했고, 서면계약을 체결한 작가는 4.7%인 9명에 불과했다.
응답자 10명 중 4명(43.2%)은 원고료가 인상된 적이 없었고, 10년간 원고료가 동결된 경우도 있었다. 이 때문에 작가 10명 중 8명(84.3%)은 생계에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현장 답사를 가거나 촬영에 동행해도 상해보험에 가입하는 경우도 드물다고 노조 측은 설명했다.
방송작가노조는 앞으로 ▷원고료 체계와 임금 인상 기준 마련 ▷방송작가 표준집필계약서 작성 ▷고용 불안 해소 ▷부당한 지시 근절 등 방송작가들의 처우 개선과 권익 보호 활동에 나설 방침이다. 염정열 지회장은 "지역 작가들은 '1인 작가 체제'로 프로그램 제작 전반을 담당하면서도 원고료는 수도권의 절반 수준이다. 지역 방송작가들의 울타리가 돼 합리적인 노동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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