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의 딸'들이 써내려가던 '겨울 동화'가 끝을 맺었다. 금메달은 놓쳤으나 그들이 흘렸던 땀과 그동안 보여준 경기력은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했다.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은 당당히 은메달을 거머쥐면서 평창올림픽을 가장 빛나게 한 별이 됐다.
한국은 25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스웨덴과 결승전을 벌였다. 연일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였던 터라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게다가 스웨덴은 예선에서 7대6으로 승리한 적이 있는 상대. 하지만 스웨덴은 치밀하고 정확한 플레이로 한국을 몰아붙였다. 9엔드 후 점수 차가 3대8로 벌어지자 한국 선수들은 패배를 깨끗이 인정, 상대에게 악수를 청하며 승부를 끝냈다.
경기 후 한국 선수들의 눈시울은 붉어졌다. 첫 올림픽 메달을 땄다는 기쁨과 결승전 패배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잠시 눈물을 훔쳤던 한국 선수들은 관중의 환호에 웃음을 되찾았다. 경기장 곳곳을 돌며 응원해준 이들에게 인사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스킵 김은정을 주축으로 김영미, 김경애, 김선영, 김초희로 구성된 한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 초반만 해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들의 인기는 치솟았다. 세계랭킹 8위였던 한국은 1위 캐나다를 비롯해 스위스(2위), 영국(4위), 스웨덴(5위), 미국(7위) 등 강호를 연파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한국은 컬링 불모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국 컬링 역사는 일천했다. 국내 최초의 컬링 전용 경기장이 2006년 경북 의성에 생기기 전까지 선수들은 일반 빙상장에서 훈련하고 경기를 치러야 했다. 올림픽 도전의 역사도 짧다. 2014 소치올림픽 여자 컬링에 출전한 게 처음이다. 당시 대표팀은 3승 6패로 10개 팀 가운데 8위를 차지했다.
지원도 변변치 않았지만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은 승승장구했다. 이리저리 얽힌 인연은 이들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막내 김초희 외에는 모두 의성에서 나고 자란 데다 의성여고 출신. 주장(스킵) 김은정과 김영미, 김경애와 김선영은 각각 친구 사이다. 김영미와 김경애는 친자매. 이 덕분에 팀워크는 어느 팀보다도 끈끈했다.
컬링 강국인 유럽과 북미 선수들에 비하면 체구도 작았다. 김초희 외엔 키가 160㎝를 넘는 선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들은 주눅이 들지 않았다. 정교하고 대담한 플레이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대회 개막 후 고향 특산품인 마늘처럼 이들은 '작지만 매운' 실력으로 눈길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은 이들의 매력에 푹 빠졌다. 스킵 김은정은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고, 그가 경기 도중 자주 친구 '영미'를 외치자 '영미'는 곧 유행어가 됐다. 김영미에겐 '국민 영미'라는 별명도 새로 붙었다. 고향 의성에서도 그들이 경기를 하는 날은 곧 잔칫날이 됐다.
시련을 뚫고 이들이 펼친 활약은 한편의 동화 같았다. 연장 접전 끝에 일본(6위)을 8대7로 누른 준결승전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김은정이 11엔드의 마지막 샷을 절묘하게 버튼 가까이 붙이며 경기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은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서진 못했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해피엔딩'이라 부르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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