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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빈의 시와 함께] 봄날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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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아침

이진흥(1945~ )

이상한 일입니다 그녀의 입김이 닿으면 산이 풀리고 들판이 온통 몸살을 합니다 차고 어두운 땅 속을 흐르는 대지의 피가 나무를 타고 올라와 마른 껍질을 뚫고 어린 배추벌레처럼 곰실거리며 연둣빛 잎새로 기어 나와 참새의 혓바닥 같은 꽃잎을 내밉니다 참으로 놀랍습니다 그런데요, 이 놀라운 세상에서 오늘 아침 이렇게 가슴 두근거리며 숨 쉬고 있는 나는 누구인가요

―시집 『어디에도 없다』 (동학사, 2016)

중국 고대 신화집 『산해경(山海經)』에는 새의 몸에 사람의 얼굴을 한 나무의 화신 '구망'이 등장하는데, 이는 구부러졌던 새순이 삐죽삐죽 싹이 트는 모습을 가리키어 봄의 생명력을 상징한다. 따스한 입김으로 우주 만물을 소생시키는 '그녀'야말로 이 신화 속의 인물 '구망'과도 같은 존재, 곧 봄의 신령이다. "어린 배추벌레처럼 곰실거리며 연둣빛 잎새로 기어 나와 참새의 혓바닥 같은 꽃잎을 내미"는 모습에서 눈앞에 꿈틀대는 봄의 생동감이나 신령스러운 기운이 느껴진다. 얼어붙은 대지에 스미어, 잠든 뿌리를 흔들고 나뭇가지마다 꽃잎을 내밀게 하는 봄이란 것이 참으로 신기하고 놀라울 따름이다.

"이 놀라운 세상에서 오늘 아침 이렇게 가슴 두근거리며 숨 쉬고 있는 나는 누구인가요."

외경심이 가득한 눈으로 어린 생명이나 위대한 자연을 바라보던 시인은 이렇게 난데없이 '나'에 대한 존재론적 물음을 던진다. 대자연에 비해 '나'란 얼마나 미미한가를 들여다보는 순간이다. 개뿔도 쥐뿔도 아니라고 스스로 여긴다. 하지만 곧, 대지의 숨소리에 귀 기울이며 자연의 섭리에 따르는 범우주적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경이로운 봄날의 새로운 신화 탄생이 기대되는 삼일절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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