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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칼럼] 내가 하면 다르다는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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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매년 백두산과 헤이룽장(黑龍江) 사이 북중 접경 지대서 훈련을 한다. 시진핑 정부 들어 해를 거듭할수록 그 규모를 키우고 있다. 돌격 훈련에서 도강, 도해 훈련을 망라한다. 훈련에는 적어도 10만 명 이상의 병력과 수천 대의 탱크가 동원된다. 이번 춘제(음력 설) 기간에도 어김없이 북부전구 산하 육군 제78집단군이 전쟁 대비 훈련을 했다. 육'해'공군을 비롯해 로켓군부대까지 동원된 전면적인 훈련이었다.

그렇다고 중국이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위해 훈련을 한다는 생각은 비약이다. 훈련은 한반도 유사시라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성격이 짙다. 훈련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중국군은 레이더와 미사일 등 촘촘한 인프라를 갖춰 나가고 있다. 헤이룽장성에는 5천500㎞ 떨어진 거리의 미사일 발사를 탐지할 수 있는 폭 30m, 높이 24m에 이르는 초대형 조기 경보 레이더를 설치했다. 한'일 전역을 들여다볼 수 있는 탐지 거리 3천㎞의 레이더 텐보(天波)는 따로 운영한다. 선양엔 한국과 일본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2천800㎞의 둥펑-3 탄도미사일 기지를 배치했다. 이곳에는 '항공모함 킬러'로 불리는 둥펑 21 미사일도 있다. 중국은 막강한 군사력을 쌓은 후 훈련을 통해 이를 확인하고 있다.

그런 중국이 한국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쌍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쌍중단이라면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 활동을 중단하는 대신 한국과 미국은 연합훈련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남의 손발은 묶고 홀로 달리겠다는 그들만을 위한 전략이다. '평창동계올림픽 후 한미연합훈련 재개'를 요구한 아베 일본 총리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그건 주권 침해'라고 했다지만 중국의 행태야말로 주권 침해에 가깝다. 더욱이 이 주장은 핵과 미사일 개발을 주한미군과 한미연합훈련 탓으로 돌리는 북의 주장과도 맞닿아 있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자위권 차원에서 군사훈련을 소홀히 하는 나라는 없다. 일본이 군비는 소홀히 한 채 개화파와 척사파, 친중 친러 친일로 갈가리 찢어진 조선을 너무도 손쉽게 집어삼킨 것은 생생한 사례다. 미군 철수로 힘의 공백에 빠진 남한 역시 김일성에게는 더없는 먹잇감으로 보였을 것이다. 북한이 6'25 남침을 강행한 지 사흘 만에 서울을 내줬다. 한 달 만에 낙동강 이남을 제외한 전 지역이 북한의 수중에 떨어졌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원하건 않았건 이런 한국을 구한 것은 늘 미국이었다. 제2차 대전에서 미국이 일본의 항복을 받아내지 못했더라면 대한민국 건국은 요원했을 것이다. 아예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지금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6'25전쟁 당시 미군이 달려오지 않았더라면 지금 한반도엔 대한민국 대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자리 잡았을 것이다. 미국에 한국이 선택의 대상이었다면, 한국에 미국은 생존이 걸린 문제였다.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에 맞설 유일한 견제 수단은 미국의 핵우산이다. 대화하며 핵개발 시간을 벌겠다는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기 위해서는 첨단 무기가 총동원되는 한미연합훈련이 필수다. 북한의 환심을 사기보다는 한미 동맹을 과시하고 유사시에 대비하라는 것이 역사가 준 교훈이다.

평창올림픽 후 한미훈련 재개가 불투명하다. 미국의 '더 이상 연기는 없다'는 입장에 청와대는 '한미 간 협의 대상'이라며 얼버무린다. 남북대화를 빌미로 그동안 한미연합훈련은 두 차례 중단된 적이 있다. 첫 번째는 1992년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이유로 한미 합동군사훈련인 팀스피릿 중단을 요구했을 때였고, 또 한 번은 1994년 제네바 협상을 통해 북한이 NPT 복귀와 모든 핵시설에 대한 IAEA의 사찰을 허용했을 때였다. 하지만 결과가 좋았던 적은 없다. 북한은 챙길 것 챙기고 핵개발은 지속했다.

문 대통령이라고 다를 것 같지 않다. 내가 하면 다를 것이라는 환상은 버려야 국가와 국민을 안보 위기로 몰아넣지 않을 것이다. 남북대화와 관계없이 할 일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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