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로 만든 인공 섬 우로스
잉카 전통적 생활방식 보전
호수 멀리 안데스 산맥 손짓
해발 3,600m 위치한 라파스
도시 위'아래 1000m 고도차
대중교통 수단 케이블카 이용
◆티티카카호수의 움직이는 우로스섬
쿠스코에서 야간 버스를 타고 페루 남부 안데스산맥 중앙에 있는 약 3,800m
의 고산도시 푸노(Puno)에 도착했다. 푸노는 파란 하늘빛을 가득 담은 티티카카호수(Largo Titicaca) 안에 있는 섬들을 보다 쉽게 여행할 수 있게 해주는 베이스캠프 역할을 한다.
하늘 아래 가장 높은 호수라고 불리는 티티카카호수는 해발 3,812m에 위치하고 있다. 호수는 맑고 깊고 크기로 유명하다. 바다와 같이 넓은 호수는 강우와 빙하에서 흘러나오는 물로 채워지고, 가장 깊은 곳은 280m나 되며, 제주도 면적의 4.5배가 넘는다. 서쪽으로 페루, 동쪽으로 볼리비아의 국경 지대에 놓인 거대한 호수 중앙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선이 하나 있다. 바로 페루와 볼리비아를 구분 짓는 국경선이다.
푸노항구에서 배를 타고 약 30분가량 들어가면 여러 개의 인공 섬이 보인다. 많은 섬 중에서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찾아가는 섬은 우로스(Uros)다. '떠 있는 섬' '움직이는 섬'으로 유명한 우로스는 티티카카호수에 자생하는 갈대인 토토라로 만든 섬이다. 물에 잠긴 토토라가 썩으면 원주민들은 다시 토토라를 잘라 말린 뒤 새로운 섬을 짓는다. 그러다 보니 우로스섬의 모양과 크기는 시시각각 변한다. 조상 대대로 살아온 삶의 모습을 지금까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안겨준다. 물에 반쯤 잠긴 토토라 매트 위에 만들어진 갈대 집과 베네치아의 곤돌라처럼 생긴 갈대배 등은 호수 여행의 백미다.
우로스섬 이외에도 옛 원주민들의 독특한 생활을 엿볼 수 있는 타길레(Taquile)
섬이 있다. 푸노에서 45㎞ 떨어진 타길레는 티티카카호수의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타길레는 지면이 있는 일반 섬으로 원주민들은 고원지대에서 밭을 갈고 감자를 재배하며,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살아가고 있다. 푸른 호수와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 아래에서 오래된 잉카의 전통과 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하며 살아가는 타길레섬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태양신을 모시던 잉카인들이 있는 타길레섬은 크고 작은 돌을 가장자리에 박아 넣은 소담한 돌담길이 오르막 내리막으로 이어져 있다.
맑고 청명한 햇살,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신선한 바람, 손을 내밀면 닿을 것같이 성큼 다가온 푸른 하늘, 돌담길을 걸으며 연신 감탄을 쏟아냈다. 섬을 한 바퀴 돌고 돌계단을 따라 내려올 때는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호수의 아름다움에 잠시 넋을 놓았다. 호수 저 멀리 눈 덮인 안데스산맥이 아스라이 보인다. 설산의 매혹적인 자태가 호수 건너편에서 여행자를 유혹한다. 짙은 코발트색 호수는 햇빛을 머금고 투명하게 빛난다. 설산과 끝없는 푸른 물을 바라보고 있자니 차가운 탄산음료를 급하게 마신 것처럼 가슴이 따끔거리며 저려온다. 천상의 호수를 본 것 같아 타는 듯한 가슴의 아픔조차 즐겁고 행복하다.
이제 페루와 안녕을 해야 한다. 쿠스코의 파란 하늘, 마추픽추의 장엄함, 고대 잉카문명, 티티카카호수 사람들, 인간과 자연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며 살아 숨 쉬는 신비로운 땅 페루! 헤어짐이 익숙한 줄 알았는데 페루 여행에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순박한 페루 사람들과의 만남…. 사람이 가장 소중함을 다시 깨달으며, 그리움을 안고 페루를 떠나는 가슴에 따뜻한 바람이 불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시 라파스
아침 일찍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스(La Paz)행 버스에 올라 페루와 볼리비아 국경 마을인 융구요에 도착했다. 출국심사를 받고 걸어서 국경을 넘는다. 한 걸음 사이에 1시간이 빨라졌다. 볼리비아 입국심사를 위해 여행객들이 줄지어 서 있다. 남미에서 입국할 때 유일하게 비자가 필요한 곳이 볼리비아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다시 버스에 승차하여 얼마 후 코파카바나(Copacabana)에 도착했다.
볼리비아는 사면이 대륙인 바다가 없는 내륙 국가이다. 하지만 코파카바나에서 티티카카호수를 바라보면 이곳에 바다가 있는 것 같다. 티티카카호수의 수평선은 마치 바다처럼 끝이 보이지 않고, 바람 한 점 없는데도 수면에 일렁거리는 물결은 파도와 같다.
볼리비아가 태평양전쟁에서 칠레에 패하지 않았다면 태평양 연안의 항구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바다가 없는 볼리비아 해군은 티티카카호수에 배를 띄우고 훈련을 하고 있다. 태평양 연안과 맞닿은 잃어버린 국토를 되찾기 위한 볼리비아 사람들의 사무치는 염원이 담겨 있는 것 같아 볼리비아에서 바라보는 티티카카호수의 푸름이 더 애잔하게 보였다.
석양을 이고 라파스로 가는 길이 너무 황량하다. 라파스는 골짜기에 형성된 도시로 항아리의 안쪽같이 생겨서 도시의 아래쪽과 위쪽의 고도 차이는 1,000m에 달하며 높은 곳은 4,000m로 세계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볼리비아의 행정수도이다. 라파스는 1548년 알티플라노고원 약 3,600m 고지에 건설된 도시로 만년설이 쌓인 일리마니(Illimani)산이 호위하듯 곁에 서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메스티조와 스페인 양식이 조화를 이루는 산 프란시스코 교회가 눈을 즐겁게 해주는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알려져 있다. 라파스는 마치 도시 전체가 거대한 시장같이 끊임없이 계속 연결되어 있고 원색의 전통 옷들과 부적, 물약, 은 세공품, 과자 등 희한하고 재미있는 물건들로 가득하다. 인상적인 마녀시장에서는 어린 야마들을 산 채로 박제를 만들어 판매하는데, 가정의 안녕과 행복을 빌고자 걸어 둔다고 하지만 생소한 풍경에 다소 섬뜩하기도 했다.
라파스의 대중교통 수단이기도 한 텔레페리코 케이블카를 타고 라이카코타 언덕에 있는 전망대로 올라갔다. 이곳에서 구릉을 이룬 라파스의 시가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데, 언덕 위에 오밀조밀 붙어 있는 집들의 모습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고단함이 느껴졌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가파른 언덕에 다닥다닥 붙은 집들에서 불빛이 하나둘 켜지며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야경은 밤하늘에 무수히 쏟아져 내리는 은하수 같았다.
야경을 보고 내려온 거리에는 알록달록 다양한 의상을 입고 갖가지 형상을 한 행렬들이 요란한 타악기의 장단에 맞추어 행진하고 있었다. 화려한 치어리더 복장을 한 무리와 갖가지 소품으로 치장한 대열이 끝없이 이어지던 이날은 남미 최대의 청년연합 거리경연대회가 열리는 축제일이었다. 라파스의 중심 무릴요광장과 이어지는 대로에는 발 디딜 틈도 없이 사람들로 가득 찼고 광장을 거쳐 라파스거리 곳곳에도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붉은 모래 지형이 빗물에 침식되어 달의 표면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달의 계곡(Valle de la Luna: Moon Valley) 투어에 나섰다. 사실 라파스는 도시 자체가 계곡을 따라 형성된 곳이기에 이러한 침식 모래 지형이 달의 계곡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보게 된다. 시티투어를 이용하면 시내에서 남쪽으로 한 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달의 계곡을 쉽게 갈 수 있다. 자연적인 풍화 작용으로 이루어진 현상이지만, 색다른 풍경을 자아내니 참 신기하고 기기묘묘한 형상들이 흡사 금강산 만경대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드디어 지구 상의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는 하늘과 땅이 만나는 곳, 환상의 우유니 소금사막을 가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야간버스에 몸을 맡겼다.
ymahn1102@hanmail.net
댓글 많은 뉴스
"제대로 했으면 출마도 못해" "권력에 무릎"…'李재판 중단'에 국힘 법원 앞 집결
노동계, 내년 최저임금 '1만1500원' 요구…14.7% 인상
대북 확성기 중단했더니…북한도 대남 소음 방송 껐다
박홍근 "정당법 개정안 통과시켜 국민의힘 해산시켜야"
[앤서니 헤가티의 범죄 심리-인사이드 아웃] 대구 청년들을 파킨슨병에서 구할 '코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