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모든 실종사건 원점서 꼼꼼히, 16년 만에 모자 만나게 한 경찰

달서경찰서 실종전담팀 성과

오랜 기간 실종됐던 아들을 16년 만에 만난 어머니 최모(80) 씨는 기나긴 탄식과 함께 쉼 없는 눈물을 쏟아냈다. 부모에게 연락 한 번 없이 종적을 감췄던 아들 정모(52) 씨도 작은 체구의 노모를 끌어안고 묵묵히 눈물만 흘렸다. 둘을 지켜보는 아버지(83)의 눈시울도 붉게 물들었다. 정 씨(당시 37세)는 지난 2002년 11월 가족에게 빚만 남기고 돌연 종적을 감췄다. 사행성 게임 '바다이야기'가 한창 세상을 떠들썩하게 휩쓸던 때, 정 씨도 도박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수천만원의 빚을 냈다. 부모와 누이에게까지 4천만원 넘는 돈을 빌렸으나 기껏 차린 노래방이 망하고, 남은 돈도 탕진했다.

가족을 볼 면목이 없던 그는 빚 독촉을 피해 어디론가 사라졌다. 어머니 최 씨는 한동안 아들이 미웠다. 친구 아들은 결혼도 하고 손주도 안겨주는데 정 씨는 결혼도 하지 않은 채 빚만 남기고 훌쩍 떠나서다. 수년째 연락조차 안 되자 최 씨는 차츰 아들에게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눈앞을 가렸다. 실종신고도 했지만 생사를 전혀 알지 못했고, 아들 걱정에 몸이 쇠약해지면서 당뇨와 고혈압, 심장질환에다 위암 말기라는 큰 병까지 얻었다.

그러던 지난 2월 믿기 어려운 소식이 들려왔다. 올해 1월 발족한 대구 달서경찰서 실종전담팀 소속 안상진 경사가 지난해 9월 서울역에서 정 씨가 무임승차를 하다 경범죄 처벌을 받은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실종전담팀은 정 씨가 변변한 직업 없이 노숙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라 추측, 한 번에 3명씩 서울에 가 노숙인 시설을 탐문했다. 간혹 정 씨의 흔적이 나타났으나 신분을 숨기기 위한 거짓 정보일 때가 많아 허탕도 쳤다. 그러던 중 경찰은 정 씨가 최근 노숙인 생활을 청산한 뒤 서울 한 빌딩에서 경비원으로 지내고 있음을 파악했고, 어렵사리 정 씨와 노부모의 만남을 성사시켰다.

달서경찰서 실종전담팀장 박상열 경위는 "가족의 귀중한 생명이 달린 만큼 사소한 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모든 실종사건을 원점 재수사하던 중 결실을 얻어 기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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