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 MB 고향 포항 덕실마을 주민들 분위기

"TV도 끄고 지내…대통령 '대'자도 꺼내지 말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23일 이 전 대통령의 고향마을인 포항 북구 흥해읍 덕실마을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23일 이 전 대통령의 고향마을인 포항 북구 흥해읍 덕실마을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23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유년기를 보낸 포항 덕실마을에는 정적과 침묵이 흘렀다. 간혹 보이는 주민들은 외부인만 봐도 귀찮은 듯 손사래를 치며 자리를 벗어났다. 어떤 이는 전날 구속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입을 닫고 침묵했다. '대통령 고향 마을'이라며 한때 떠들썩했던 흥해읍 덕성리 덕실마을은 이날 스스로 외부와 차단한 듯한 모습이었다.

60대 주민은 "이 전 대통령이 구속된 것을 보고 나서 TV도 끄고 지내고 있다.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봐야 덕실마을 분위기가 어떠냐고 물을 것이 뻔해 정말 급한 일이 아니면 외출도 하지 않으려 한다"며 "이 동네에서 대통령의 '대' 자도 꺼내지 말아달라. 이제는 말을 하는 것도 귀찮다"고 했다.

마을회관도 인기척이 끊겼다. 이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지난 14일까지도 이곳에는 노인 3, 4명이 모여 현 정부의 정치 보복을 비판하거나 고스톱을 쳤다. 하지만 이들이 우려했던 '구속'이 현실이 되자 이런 모습들도 이날만큼은 사라져버렸다.

회관 근처에서 만난 70대 주민은 "설마 구속까지 될까 걱정했는데, 결국 구속되는 것을 보니 참 마음이 안타까웠다. 그래도 이 마을에서 성장한 사람이 대통령까지 됐다는 점이 자랑스러웠는데, 이제 외부 사람들이 마을을 어떻게 바라볼지 우려가 된다"며 "주민들이 외부인을 피하는 이유에 이런 부분도 있으니 이해해달라"고 했다.

관광 편의시설인 덕실관은 여전히 '임시 휴관' 상태였다. 콘텐츠 보강을 한다고 휴관을 한 것이지만, 주민들은 '볼거리를 늘린다고 한들 이제 덕실마을에 관광객이 찾아오겠나'라는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건물을 바라보며 지나쳤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제대로 수사해 달라'는 주민도 있었다. 농기계를 손보던 50대 남성은 "언론을 통해 발표된 이 전 대통령의 잘못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이왕 수사를 하는 거면 제대로 수사해 한 점 의혹도 없게 해 달라"며 "그렇게 해야 마을 주민들도 현 정부와 수사기관을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이 임기 중 보여준 모습이나, 11'15 포항 지진 때의 모습을 지켜봤던 일부 시민들은 '무관심'을 나타냈다. 덕실마을 인근 지역 주민 정모(45) 씨는 "이 전 대통령이 포항을 고향이라고 생각했다면 지진으로 힘든 시기를 겪은 시민들을 찾아와 위로를 했어야 했다. 임기 중에도 포항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며 "그런 사람을 우리가 걱정해야 할 필요가 있겠나. 이 전 대통령과 포항을 연관시키는 것도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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