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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훈·남채은 'Between'전…대상과 대상 사이, 거기엔 빈 공간뿐일까

공병훈 작
공병훈 작 'Prism'

청년작가 공병훈, 남채은 작가의 2인전이 아트스페이스 펄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 주제 'Between'(사이)은 눈에 보이는, 혹은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과 대상의 빈 공간이다. 그 공간이 좁아지거나 넓어짐에 따라 대상에 대한 태도나 표현 방식도 달라진다. 두 작가는 대학 졸업 후 회화작업에 전념했다. 끊임없이 탐구하며 변화를 시도하였지만 생각만큼 작업 스타일을 변화시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지금도 변화해 가는 과정에 있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도 그 과정을 통해 나온 결과물 중 하나이다.

공병훈 작가는 대학 졸업 후 고전 회화(14~19세기)를 패러디한 작품을 선보였다. 고전적인 주제의 엄숙한 분위기에 변화를 주기 위해 인물과 배경을 대중적 아이콘인 캐릭터나 피겨로 대치했다. 그러나 고전 명화의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가 이런 아이콘으로 인해 갑자기 대중적인 이미지로 변한 것은 아니었다. 공 작가는 최근 산업자본이 만들어 내는 상품의 이미지 혹은 브랜드 가치가 가진 이미지의 상징성에 주목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주는 변화는 하나의 정물 혹은 정물의 일부를 마치 X-ray로 촬영한 것처럼 단일한 색으로 정교하게 그려 놓았다는 점이다. 일상의 오브제인 가방이나 시계, 그리고 넥타이 등 서로 다른 질감을 투명한 물체로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듯이 표현했다.

남채은 작가는 기억을 테마로 작업한다. 사라지는 과정을 포착해 사라질 것과 사라지지 않는 것 사이에 대한 생각을 비누 거품으로 그렸다. 그가 그리는 거품은 세월이 지나면 희미해지는 흔적처럼 또렷한 것이 시간에 씻겨 사라지는 것에 대한 은유를 '거품'이라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최근 남 작가는 '기억의 미화'라는 테마에 접근하고 있다. 사라지거나 추억으로 남아 있는 사사로운 기억을 붙잡아 두고 싶은 소망이 지금의 작업이 되었다. 남 작가는 "그리움이 만들어낸 미화 작용을 시각화하기 위해 비누 거품이라는 소재를 사용했다. 거품이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과정에서 무언가 정화하는 현상이 마치 시간이 지나 과거 기억을 미화하는 과정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또한 아름다운 기억은 소중한 것이지만, 시간이 지나 점차 사라지는 것이 더욱 안타깝고 허무하기에 '거품처럼 사라지는 것'을 떠올리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고 말했다. 4월 15일(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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