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모든 새로운 것에 도전
극단 둥지 단원들을 만난 건 23일 저녁 상주시생활문화센터에서였다. 연출을 맡은 윤현주(49'여) 대표를 비롯해 최미영(44'여), 오수빈(19'여) 씨, 정형민(15) 군은 연습실에서 리딩 연습 중이었다.
"상주는 자전거로 유명하지, 삼백의 고장이기도 하고…."
여느 연극 무대에서 흔히 쓰이는 대사가 아니었다. 드라마 간접 광고, PPL(product placement) 같기도 했지만 자세히 들어 보니 대놓고 홍보하는 말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애써 감추려 해도 슬며시 드러난다는 낭중지추의 미덕은 고려하지 않은 홍보였다. "주문자 생산 방식 드라마냐"고 물으니 윤 대표는 부정하지 않았다.
"지역 홍보용 맞춤 공연이죠. 저희도 지역에 뿌리를 둔 극단이니까요. 지역 문화 예술 홍보 대사라는 의무감도 있어요. 연극 본연의 모습은 정기공연 같은 무대에서 보여주고요. 필요에 따라서 이런 짧은 무대도 만들죠. 앞으로도 관광 홍보나 관광 자원을 활용한 콘텐츠를 개발할 거니까요."
손발이 오그라들지만, 발주처의 입맛에는 딱 맞을 것 같은 무대에 거부감은 없어 보였다. 오히려 일종의 프로젝트로, 색다른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들, 성극에도 도전했었다. 2011년 문경에서 '최양업 신부 일대기'라는 연극을 선보인 바 있다.
대략적인 소개가 늦었다. 극단 '둥지'는 상주를 둥지 삼아 연극 무대를 만들어가는 이들이다. 소속 단원은 20명 남짓. 전업배우도 5명 있다.
#2. 상주를 둥지 삼아 25년
지역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라면 이들은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극단 이름인 '둥지'도 상주를 둥지로 삼아 날아가겠다는 포부로 지었다고 한다. 소재는 화수분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다양하다. 상주라는 도시의 역사성 덕분이다. 임진왜란 게릴라 전투의 영웅 정기룡 장군을 비롯해 당시 사설 의료기관이던 존애원 등은 최근 몇 년간 무대에 올린 소재다.
장수 공연도 지역 특산물에서 나왔다. 상주의 대표 특산품인 '곶감'을 소재로 2008년부터 무대에 올린 것이 '호랑이와 곶감' 시리즈다. 웬만한 시즌제 드라마 못지않게 여러 가지 제목과 형식으로 무대에 올렸다. 2008년 '호랑이와 곶감'으로 시작한 연극은 '호랑이는 곶감을 무서워해'→'호랑이 살려'→'곶감이 무서운 호랑이'→'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곶감'으로 바뀌었다. 호랑이가 상주 곶감만은 먹는다는 결론으로 바뀌지 않아 천만다행이다.
한국연극협회 경북지부장이기도 한 오영일 씨는 "어찌 됐든 지역 콘텐츠와 연결하려 한다. 지역을 알리려는 목적을 우선순위에 둔다"고 했다.
2008년 귀촌한 뒤 극단에 들어왔다는 최미영 씨는 "빈 객석을 보면 아쉬움도 있지만 우리가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역을 알리는 데만 초점을 맞추면 관객과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농부가 밭을 탓해선 안 된다'고 했다.
#3. 취재 후기
정말이지, 우여곡절 끝에 만날 수 있었다. 어처구니없게도 만날 장소를 구하기가 마땅치 않아서였다. 극단 둥지 단원들을 만난 곳은 상주시생활문화센터(옛 상주자전거박물관)였다. 극단 둥지는 불과 한 달 전까지 삼백농업농촌테마공원 내 홍보영상관에 상주해 있었다. 무대, 조명 등 장치를 늘 활용할 수 있어 정말 '둥지 같은' 곳이었다.
상주시는 최근 홍보영상관을 작은영화관으로 개조했다. 극단 둥지는 그 자리를 비워줘야 했다. 이날 만난 이들은 무대연습은커녕 책상 앞에서 대본 리딩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날도 연습 공간을 알아보느라 수소문하다 온 곳이 상주시생활문화센터였다. 새로운 둥지를 틀어야 할 상황이었다. 1993년 창단한 극단의 25년 유랑기는 진행형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들이 연습하고 있던 공연은 27일 경북도민체전 개회식에서 선보일 '상주여행, 귀촌여행'이라는 5분짜리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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