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北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결정] 미래核 제거 의지…풍계리 외 적합한 장소 없어

북미회담 보름 앞두고 단행

북한이 12일 외무성 공보를 통해 오는 23∼25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갱도 폭파 방식으로 폐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의 첫걸음을 내딛게 됐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20일 노동당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채택한 결정서에서 "핵시험 중지를 투명성 있게 담보하기 위하여 공화국 북부 핵시험장을 폐기할 것"이라고 밝힌 것을 이행하는 후속조치라고 할 수 있다.

핵실험장의 폐쇄는 북한의 미래 핵을 제거하는 조치의 하나로 받아들여진다. 북한이 핵무기를 소형화하고 성능을 개량하기 위해서는 지속해서 핵실험을 해야만 하는데 이 실험을 하는 장소의 폐쇄로 이런 활동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사실 북한에서는 풍계리 이외의 다른 지역에 실험장을 만들기도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풍계리의 경우 암반으로 이뤄져 있고 사람들의 거주 지역과 떨어져 핵실험 등을 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췄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이런 조건을 갖춘 곳이 북한에서 더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북한은 핵실험장의 폐쇄를 통해 당분간 미래에 핵을 개발할 수 있는 중요한 시설을 잃게 되는 셈이다.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이 당 전원회의에서 결정한 핵실험장 폐쇄를 단행한다는 것은 완전한 비핵화로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국제사회가 자신들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는 것을 불식하기 위해 선제 조치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을 꼭 한 달 앞둔 12일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구체적인 이행 방법을 밝혔다. 또 23∼25일 폐쇄 조치가 이뤄지면 정상회담을 보름 정도 앞두고 실행 조치를 취하는 셈이다.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은, 회담에서 체제 안전보장이나 경제적 지원 등을 최대치로 끌어내 보려는 노력의 하나로 볼 수도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도 11일(현지시간) "북한이 빠르게 비핵화를 하는 과감한 조치를 한다면, 미국은 북한이 우리의 우방인 한국과 같은 수준의 번영을 달성하도록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다 북한은 이번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구두로 약속했던 핵실험장 폐쇄의 국제사회 공개를 위한 언론인 초청 약속도 이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북한 외무성은 공보에서 "북부 핵실험장 폐기를 투명성 있게 보여주기 위하여 국내 언론기관들은 물론 국제기자단의 현지 취재활동을 허용할 용의가 있다"며 한국과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기자들에 대한 초청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이번 핵실험장 폐쇄 행사의 언론인 초청은 지난 5일 남북한 시간 통일에 이어 두 번째 김 위원장의 구두 약속 이행 사례로,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이행 의지를 여러 차례 표명한 김 위원장의 언급이 빈말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북한이 언론인 초청 의사는 밝히면서 전문가 초청에 대한 입장은 보이지 않았지만, 전문가 초청은 앞으로 관련 국가들과 직접 조율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연합뉴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