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지난달 현재 중3 학생부터 적용되는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의 주요 내용을 발표했다. 현재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를 추진하는 '공론화위원회'는 7월까지 대국민토론회, 온라인 의견 수렴 등을 진행한다. 이어 400명으로 구성된 시민참여단의 숙의 과정과 설문 응답으로 대입 개편안을 결정한다.
매일신문 교육팀은 4월 30일부터 이달 12일까지 대구시교육청이 주최한 학부모 강좌 및 교사 연수 참가자를 대상으로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에 관한 의견을 조사했다. 본격적인 공론화에 앞서 교육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대구지역의 여론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대구 학부모와 교사 총 827명이 설문에 응했다. 응답자는 학부모 537명(초중학생 학부모 339명, 고교생 학부모 198명), 교사 290명(초중학교 교사 126명, 고교 교사 164명)으로 구성됐다.
◆응답자 절반 이상 '수능 확대' 원해
교육부는 국가교육회의에 정시와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간 적정한 비율을 조정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설문에서는 ▷학종 확대 ▷현행 유지 ▷수능 전형 확대 등 대입 선발 방법에 대한 의견을 수합했다. 그 결과 '수능 전형 확대'를 원하는 응답자가 전체의 53.6%(444명)로 가장 많았다. '현행 유지'를 선택한 응답자는 21.6%(179명), '학종 확대'는 19.4%(161명)이었다. 그런데 학부모와 교사를 초중학교 및 고교 집단으로 나누어 분석한 결과, 초중학교 학부모와 교사일수록 '학종 확대'를 선택한 비율이 높아졌다. 초중학교 학부모 중 '학종 확대' 응답자는 25.1%(85명)로 '수능 전형 확대' 다음으로 많은 응답률을 보였지만, 고교 학부모에서는 '현행 유지'가 27.8%(55명)로 두 번째였다. 교사 집단에서도 초중학교 교사는 '학종 확대'를 18.3%(23명)로 두 번째로 많이 선택했지만, 고교 교사는 '현행 유지'를 28%(46명)로 '학종 확대'보다 더 선호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대입 선발 방법에 대해 '잘 모른다'고 응답한 비율은 학부모 5.2%(28명)와 교사 5.2%(15명) 모두 비슷했다.
곽병권 대구진학지도협의회장은 "수시 비중이 2019학년도 76.2%, 2020학년도 77.1%로 너무 높아 고 1, 2학년 때 학생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수험생에게 기회가 부족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최소 수능 전형이 30% 이상으로 확대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김창식 영남고 진학부장은 "본교 1, 2학년 학생에게 진학 희망 대학 및 응시 유형에 관한 설문을 받아 본 결과, 학생 90%가 희망하는 유형은 '학종'이었다. 다만, 학생 중심의 활동 수업과 과정 중심 평가가 교육현장에 안착되기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 있어서 변화에 뒤처진 학교에는 학종 확대가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교 교사 '수시정시 통합' 선호
학부모와 교사들 간 의견 차이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부분은 '수시와 정시의 선발 시기'에 관한 질문이었다. 문항은 ▷수시정시 통합 ▷현행 수시정시 구분 유지 ▷잘 모름 등 세 가지로 구성됐다.
분석 결과 '수시정시 통합'과 '현행 유지'를 선택한 응답자는 각각 46.6%(386명), 47%(389명)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고교 학부모와 교사의 응답을 별도로 분석한 결과 학부모들은 '현행 유지'를 50.5%(100명)로 가장 많이 선택했지만, 교사들은 '수시정시 통합'을 56.7%(93명)로 제일 선호했다. 도규태 경북대사대부고 교사는 "수시정시 분리 모집은 고교 3학년 2학기 수업 운영의 결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정상적인 2학기 교육과정을 위해서라도 수시정시 통합은 필요하다. 교사로서도 시기적으로 입시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예우희 서부고 3학년 부장교사는 "수시정시 통합으로 12월까지 교육과정 운영이 정상적으로 될 것"이라며 "특히 서구 지역 학생들은 수시 합격생이 많아 현재 2학기 교육과정 정상화가 힘든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능 '상대평가+절대평가' 방식 압도적
국가교육회의는 2022학년도 수능 방식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교육부는 수능 전 영역 절대평가인 '1안', 상대평가와 절대평가를 합한 '2안', 원점수제를 도입하는 '3안' 등 3가지 방안을 제안한 상태다.
수능 방식으로 ▷전 과목 절대평가 ▷상대평가+절대평가 ▷수능 원점수제 도입 중 의견을 물은 결과 현행 방식인 '상대평가+절대평가' 방식을 가장 많은 응답자인 48.6%(402명)가 선택했다. 수능 '상대평가+절대평가' 방식 다음으로 선호하는 수능 형태는 학부모와 교사 간 다르게 나타났다. 학부모들은 '3안'인 원점수제 도입을 두 번째로 선호했지만, 교사들이 '1안'인 수능 절대평가 방식을 두 번째로 많이 선택했다. 수능 방식에 대해 '잘 모름'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학부모 6.7%(36명), 교사 5.5%(16명)였다.
박용택 큰길교육입시컨설팅 소장은 "중3 학생에게 적용되는 2015개정교육과정의 안정적 정착과 정상적 운영의 전제조건은 수능 절대평가다"며 "수능 절대평가로 등급이 높아지는 수혜자는 일반고보다 특목고, 자사고, 강남권 고교라고 본다면 광역단위 자사고가 많지 않은 대구 학생들의 유불리를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다. 선택 중심, 과정 중심의 2015개정교육과정의 취지에 적합하게 운영하는 학교는 현재 수능방식의 평가에 적합하지 않다. 반면 개정교육과정의 취지에 맞게 운영하지 않고 기존의 교육과정을 변형하여 운영하는 경우에는 기존 수능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지역 학부모들은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학부모는 매일신문 교육팀의 '2020학년도 대입 개편안' 설문조사에서 평소 학종에 대해 갖고 있던 불만을 쏟아 놓았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학종은 개인 노력보다 학교 프로그램, 담임 선생님의 재량과 정보력 등 외적인 요소가 요구되는 전형이다. 취지는 좋지만 학교별로 능력 차이가 심하며, 교사들의 열의가 절실하다"며 "학교 성적과 수능으로 대학에 가는 체제가 됐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학부모들은 "학생부를 사교육을 통해 부풀리지 않고 좋은 대학에 갈 방법을 마련해달라. 교사들은 학교생활기록부 작성을 성의 있게 해야 한다. 고교 교사를 대상으로 한 교육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고 호소했다.
자녀들이 학종을 준비하며 겪은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들은 "아이의 적성이나 희망이 수시로 바뀔 수 있는데 학종은 이 경우 불리하다고 생각한다. 일부 고교는 학종 준비가 전혀 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 주요 대학은 학종 확대 추세여서 답답하다"며 "어떤 부모는 아이의 자기소개서를 돈을 주고 의뢰하니, 돈 없는 집의 아이는 수시로 대학에 가기 힘들다. 신뢰성 없는 공교육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또 정권마다 바뀌는 교육 정책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컸다. 학부모들은 "교육 지침이 선거와 정권에 영향을 받는 '눈치 보기식 수정 및 번복'은 없어져야 한다. 입시 제도의 개편이 너무 잦아 학생들이 극심한 혼란과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현 중3 아이는 실험 도구인지 묻고 싶다. 입시 제도의 개편을 자제해야 하며 복잡한 여러 제도는 사교육만 조장한다"고 말했다.
지역 교사들은 학교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수능 평가 방식 등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 교사들은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는데 그 취지에 맞게 고교 내신 평가 방법(상대평가, 절대평가)을 결정해야 한다. 진로과목 및 선택과목은 절대평가로 실시해야 아이들이 과목 선택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며 "수능을 미국의 SAT처럼 몇 차례에 걸쳐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말했다. 또 한 교사는 "학종은 금수저 전형이 아니다. 학종은 성적순으로 서열을 매기는 교육 구조에서 벗어날 방법임을 인지하고 그 틀 위에서 제도적인 보완을 해야 한다.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유일한 방법이다"고 했다.
이 밖에 ▷대입 사전예고제를 지킬 것 ▷전형별 모집요강을 단순화할 것 ▷재수생을 줄일 방법을 마련할 것 ▷학교마다 내신 유불리가 있는 만큼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유지할 것 ▷수시정시 비중을 학생들이 최소 초등학교 때 결정할 것 등의 주장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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