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는 죽었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곧 알 수 있다. 오는 6월 지방선거 결과가 답을 내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작금의 여론조사 추이대로라면 보수의 참패는 불을 보듯 뻔하다. 70%대인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나 50%대인 여당 지지도를 볼 때 호남은 말할 것도 없고 수도권과 충청권까지 여권이 절대 강세다.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강원과 경남 그리고 부산과 제주의 경우에도 여권의 우세가 점쳐질 정도로 판이 기울고 있다. 현재의 예상대로라면 대구경북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여권의 압승 내지 승리가 예상되고, 그 예상이 적중한다고 보면 보수는 죽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근저에는 대구경북에서조차도 야당이 절대 우세하다고 말할 수 없는 점도 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보수는 죽었다! 라고 말해도 될지 모른다. 얼마 남지 않은 지방선거 결과에 큰 상관없이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쉽게 진단하고 손 털고 돌아서도 별 문제가 없는가? 아니다. 정말 대한민국에서 보수가 죽는다면 어떠할까? 그것은 아마도 이 땅에서 진보가 죽었다는 말과 등가의 의미를 가지고 등가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원래 한 국가나 한 사회의 건강한 발전은 좌우 양 축이 균형을 이루며 굴러가는 데에 있음이다. 역사의 수레는 좌든 우든 하나의 바퀴만으로 굴러갈 수는 없다. 보수와 진보, 진보와 보수가 균형을 잡으며 서로 견제하고 보완하는 데서 건강한 발전이 이루어진다. 이는 세계 역사가 증명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에서 보수가 죽는다면 매우 심각한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균형이 무너지고 견제가 사라진 국가나 사회에서는 필연적으로 역사의 후퇴가 일어난다. 그러므로 진보와 마찬가지로 보수도 죽게 해서는 안 된다. 이 점에서 민주 시민의 총체적인 각성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점에 주목하여 걱정하는 사람은 별로 안 보인다. 걱정은커녕 오히려 망해봐야 안다, 라며 자조하기에 바쁘다. 과연 그럴까? 망한 뒤에 알아차린들 이미 늦지 않을까.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한 번 망하면 그뿐이다. 균형이 무너진 것을 알고 그것을 다시 회복하려면 많은 시간과 함께 만만찮은 희생과 대가가 따른다. 그러므로 쉽게 자포자기해서는 안 될 뿐 아니라, 말이라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국채보상운동의 발상지이자 228 민주운동의 진원지인 대구, 그 대구 시민의 자존심과 얼을 되찾아야 한다. 만약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대구경북을 포함한 우리나라 전역에서 여권이 대승한다면 대한민국의 보수는 매우 위태롭게 될 것이고 어쩌면 궤멸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면 역사의 후퇴는 불을 보듯 뻔하다. 가까스로 대구경북에서라도 승리한다면 보수는 명맥을 유지할 것이다. 장담하건대 TK야말로 대한민국 보수의 성지가 될 것이 틀림없다. 이는 광주가 민주화의 성지로 자리매김한 것과 같은 역사적 의미와 무게를 가질 것이다. 이 점은 남북한 전체를 놓고 보수의 성지가 갖는 위상이 어떤 것이냐를 생각하면 더욱 분명해진다. 그러므로 진영과 이념을 떠나 국가와 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바란다면 이번 선거가 여야 진보와 보수의 균형을 이루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현안이 된 남북 문제에서도 균형과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박방희 대구문협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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