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대에 대구, 서울, 유럽무대 섭렵... 연말에 '표현진 표' '라보엠' 기대하세요

[문화인 인터뷰]오페라 연출계 샛별 표현진 씨

표현진. 사진 박노익 기자 noik@msnet.co.kr
표현진. 사진 박노익 기자 noik@msnet.co.kr

20대 때 대구오페라하우스는 표현진(36) 씨의 놀이터이자 배움터였다. 대학 시절 오페라 공연마다 무대에 섰다. 당연히 프리마돈나는 그의 꿈이었다. 무대 가장 빛나는 곳에서 찬사를 독점하는 그 자리, 막연하게나마 그 곳을 향해 가고 있었다.

대학 3학년 때 우연한 기회에 오페라 조연출을 맡게 됐다. 아주 짧은 기간이었는데 '날카로운 첫 키스'에 빠져들고 말았다. 운명이다 싶었고 아무리 부인해도 '내길'이었다.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하자 싶어 2006년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났다.

5년 만에 귀국하여 국립오페라단 연습감독으로 입사했다. 5년간 세계적인 거장들과 명작들을 협업하며 전문가란 이름이 부끄럽지 않게 내공을 쌓았다.

다시 5년 만에 프리랜서로 나섰다. '국립'이란 꼬리표를 떼고 '표현진 표' 오페라를 직접 만들어 보고 싶어서다. 대구와 서울을 분주하게 오가며 작품 활동에 열중하고 있는 오페라 연출계 샛별 표현진 씨를 만나보았다.

◆운명처럼 다가온 이소영 연출과의 만남="책 읽듯이 대사를 읽지 말고... 손끝의 방향과 시선을 일치시켜!" 2002년 영남대 오페라 '루치아 디 람메르무어' 리허설 현장. 학생 표현진은 연출을 맡은 이소영 씨에게 한시도 눈을 땔 수가 없었다. 연출가에 의해 극이 만들어지는 마법과 같은 과정을 처음으로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당시 표현진 씨는 음대 여학생회장을 맡으며 작품에 조연출로 참여하고 있었다. 오페라 제작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하며 올린 첫 작품은 학생 표현진에게는 대단히도 매력(치명)적인 경험이었다.

학생 표현진의 야무진 일 처리와 작품에 대한 열정이 맘에 들었던 것일까. 이소영 연출이 그를 불렀다. "다음 내 작품에 조연출 한번 해볼래?" 이 한마디는 표 씨가 성악가의 꿈을 접고 연출로 '전향'하는데 결정적인 작용을 했다.

이 후 많은 오페라 작품에서 다양한 연출가와 작업을 하며 오페라의 기본을 탄탄하게 배워나갔다. 대학을 갓 졸업한 열정 많은 표현진은 대구오페라하우스, 대구시립오페라단에서 조연출을 맡으며 소중한 경험을 발판삼아 한발 한발 큰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서 실무 경험="수십 편이 넘는 오페라를 감상하고 직접 참여도 했지만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었어요. 그 '해갈'은 오페라 본고장으로 직접 가보는 거였죠."

2006년 표 씨는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났다. 페루지아에서 어학을 준비하고 밀라노로 넘어가 아카데미에서 경력을 쌓은 후 2009년 토리노국립음악원 오페라 연출학과에 입학했다. 그녀가 들어간 '최고 연주자 과정'엔 동양인으로선 최초였다. 현지인들과 소통을 위해 어학에 집중했는데 뜻밖에 큰 결실로 다가왔다. 구술 면접에서 각국 지원자들을 제치고 1등을 했던 것.

여기서 시 읽기, 대본 분석, 음악극 등 모든 것을 경험하며 탄탄한 기초를 쌓아갔다. 오페라 본고장에서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는 우연하게 다시 한 번 그녀를 노크했다. 2009년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 '마탄의 사수'로 초대돼 대구에 왔던 독일 칼수르에국립극장의 극장장이 그녀를 독일로 초대했다. 무대를 뛰어다나며 진두지휘하는 그녀의 열정적인 모습에 반해 그를 추천한 것이다. 표 씨는 그해 독일로 건너가 가을 시즌 오페라 '코지 판 두테'에 조연출로 참여 했고 바로 이탈리아로 건너가 '라보엠'까지 함께했다.

◆5년 동안 국립오페라단서 연습감독으로=2011년 귀국하니 큰 행운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국립오페라단에서 러브콜이 왔다. 연습감독으로 입사, 불과 29세에 찾아온 영광이었다.

"국립오페라단에서는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연출들과 공동 작업을 많이 하는데, 통역과 유럽 현지 오페라와 한국 오페라 환경을 모두 이해하는 사람이 필요했던 거예요. 토리노 구술면접 수석이 위력을 발휘 했던 것 같아요." 그 때부터 5년 동안 국립오페라단 연습감독으로 수십편의 작품에 참여했다.

세계적인 거장들과 함께 작업 했던 기억은 그녀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 됐다. 국립오페라단에서 만났던 영국 연출자 엘라이저 모신스키, 프랑스 연출자 아흐노 베르나르, 2015년 오페라 전문 지휘자로 평가 받는 리신차우와 함께한 '마술피리' 부산공연, 대구국제오페라축제기간에 '마탄의 사수'를 연출한 독일의 아킴토어 발트 등은 소중한 인적 자산들이다.

◆2015년 프리랜서로, 부산ㆍ대구서 연출=2015년에 그녀는 국립오페라단을 나와 프리랜서로 전환했다. '국립 연습감독'이라는 타이틀에 안주하기보다 '표현진표' 오페라를 직접 구현해 보기 위해서였다. 때 마침 부산에서 '마술피리' 연출의뢰가 들어왔다. 이틀간 진행된 공연은 매회 만석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작년 12월에는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국립오페라단이 기획한 한국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오페라 '봄봄ㆍ동승'을 연출했다. 깊이 있는 해석과 연출로 명성을 얻으며 올해부터 지방 순회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 부산, 대구, 유럽을 넘나들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표 씨가 또 다시 대구 팬들을 찾을 계획이다. 연말에 공연하는 대구오페라하우스의 '라보엠' 연출을 맡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그가 연출한 영아티스트축제에서의 '라보엠'이 리허설 이었다면 연말 무대는 대구에서 본격 성인무대를 열어가는 메인 무대인 셈이다. 연말 대구 오페라 팬들은 '젊은 거장'의 화려한 귀환을 맞을 준비를 해야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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