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식 신협중앙회 회장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국전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등 젊은 시절엔 전업 서예가로 살았다. 그러다 30대 후반부터 사업을 시작, 효성청과`아리아나호텔 등 손을 댄 사업마다 성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신협중앙회장이라는 큰 직책을 맡은 것은 올해다. 지난 3월 전국 신협을 대표하는 신협중앙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자산 85조원에 이르는 대한민국 신협을 이끌어가는 수장이다. 김 회장은 현재 전세계 109개국 6만8천882개 신협이 가입한 세계신협협의회(WOCCU`World Council of Credit Unions)의 이사이기도 하다. 이사진 14명 가운데 아시아 국가 출신 이사는 김 회장이 유일하다.
김 회장은 마음이 따뜻한 신협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대한민국 전체가 깜짝 놀랄만한 사회 기여 활동을 할 생각이라고 했다. 대표적인 것이 세자녀를 낳는 조합원에게 주택마련자금을 30년 거치, 2% 저리로 대출해주는 계획이다. 국가적 재앙으로 닥친 저출산 문제 극복을 위해 신협이 발벗고 뛰어보겠다는 것이다.
그는 금융은 사회에 대한 기여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금융의 생명은 신인도이고, 신인도는 바로 사회에 대한 기여에서부터 나온다는 것이 김 회장의 지론이다.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금융회사가 있다. 금융회사를 선택할 때 "왜 하필 신협을 골라야하나?"라고 누군가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 건가?
▶신협은 국제기구다. 국제기구화한 금융은 신협이 유일하다. 전세계적으로 1천900조원의 자산을 갖고 있다. 이런 모습만 봐도 신협은 믿을 수 있는 금융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한가지, 신협은 나라를 잘되게하는 금융이다. 우리나라의 신협은 이익을 내면 모두 조합원들에게 직접 배당을 한다. 그러니 국부 유출이 생길 수 없다. 신협은 국제기구이지만 각 나라를 살찌우는 금융이다. 엄청난 이익을 자국이 아닌 외국인 주주들에게 보내주는 금융과는 차원이 다르다. 신협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진짜 애국자다.
-개인적으로 어쩌다 신협과 인연을 맺게 됐는가?
▶우연한 기회였다. 20년전쯤이다. 내가 벌인 첫 사업이 대구의 효성청과인데 그 부근에 세림신협(옛 무태신협)이 있었다. 후배가 그 곳 이사장이었는데 부탁을 받고 세림신협 이사로 들어갔다. 자산이 60억원쯤 됐는데 열악했다. 이익도 안 나고, 직원들 월급 주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자산이든, 직원 숫자로 보든 전국 최하위 수준의 신협이었다. 내부를 들여다보니 자산이 워낙 적어서 대출할 재원이 없었다. 쉽게 말하면 물건이 없어서 상품을 못 파는 가게였다. 우선 자산을 불려야했다. 내가 직접 영업에 나섰다. "나를 믿고 이용을 해달라"고 부탁하면서 자산을 불렸고 그 결과 대출을 늘릴 수 있었다. 지금 세림신협 자산이 1천200억원으로 전국 꼴지 수준이었던 자산 순위가 중상위 정도로 올라섰다. 부실도 없고, 5명 뿐이었던 직원도 15명으로 불어났다. 세림신협을 알기 전엔 농협 거래를 했는데 세림신협에 발을 담그면서 신협과 인연을 맺게 됐다. 그러다보니 신협중앙회장까지 됐다.
-젊은 시절 전업 서예작가였다고 들었는데?
▶1997년 국전에서 최우수상을 받고 국전 심사위원까지 했던 전업 서예가였다. 서예는 초교 3학년때부터 시작했다. 중고교때는 잠시 붓을 놓았는데 군대에서 다시 붓을 잡았다. 제대 후에 어머니가 많이 편찮으셔서 병수발을 해야했다. 어머니를 바로 곁에서 지켜야해서 다른 일을 할 수 없었다. 어머니 곁을 지키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서예였다. 결국 전업 서예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아무런 사업 경험이 없는 전업 서예작가가 어쩌다 사업을 하게 됐나?
▶남들이 보면 꽤 늦은 나이인 38세 때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아버지께서 재력이 있어서 땅을 조금 물려받았는데 어려서부터 "땅을 잘 보라"는 가르침을 아버지로부터 많이 받았다. 처음에는 부동산 임대업부터 시작했는데 43세 때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효성청과였다. 당시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이 좀 시끄러웠다. 효성청과는 중도매인들이 주주였는데 경영상 혼란이 지속됐다.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을 관리`감독하는 대구시는 대주주가 존재하는 효성청과를 만들어 좀 더 통솔력있는 책임 경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열심히하면 될 것 같았고 효성청과의 대주주가 됐다.
-인수 당시 효성청과가 경영상 호조를 보이는 편도 아니었을 텐데?
▶내가 효성청과를 맡았을 당시 효성청과는 전국 농수산물 유통법인 98곳 중 최하위권이었다. 연 매출은 200억원 수준에 직원 월급 주기도 빠듯한 상태였다. 고쳐야할 것이 너무 많았다. 직원들에게 주인 의식과 열정을 심어주려고 노력했다. 직원들 마음부터 잡는 것이 중요했다. 경영자는 항상 직원들과 더불어 잘산다는 생각을 해야한다. 그러면 이익이 나온다. 급여도 많이 올려주고 연말 성과급도 지급했다. 해외연수도 보내주고 직원 자녀들에게 학자금을 전액 지원했다. 내가 온마음을 다해 직원들을 대우해줬더니 그들이 달라졌다. 물론, 회사도 달라졌다. 인수 당시 매출이 200억원이었는데 이제 2천억원대 회사가 됐다. 내가 대주주가 된 뒤 회사 규모를 10배 키웠다. 강소기업으로도 지정됐다.
-최근엔 호텔 사업도 시작했다는데 효성청과와는 영역이 완전히 다른 사업 아닌가?
▶대구 아리아나호텔을 인수했는데 준비작업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한지 1년반만에 이익을 내고 있다. 대구시내 호텔이 규모를 키우면서 어려워졌다. 규모만 키워서는 결국 덤핑 영업을 할 수밖에 없고 적자만 키운다. 덩치가 크니까 관리비가 많이 들어가고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 규모가 더 커진다. 적자가 쌓일 수밖에 없다. 관리 측면에서 새나가는 비용을 줄일 생각을 해야한다. 아리아나호텔을 인수하고 중앙집중난방을 개별난방으로 바꾸는 등 적극적 비용 관리 대책을 썼다. 새나가는 비용이 없으니까 고객에게 더 많은 것을 돌려줄 수 있다. 상업적 호텔과는 다른 고객친화적 호텔이 목표인데 관리부터 다잡으니까 그 목표로 갈 수 있는 힘이 생기고 서비스도 나아졌다. 아리아나호텔에서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가고 있다.
-사업수완이 뛰어난데 비결이 뭔가?
▶아버지께서는 항상 높이 올라갈수록 고개를 숙이라고 했다. 그리고 작은 것에도 만족할 줄 알라고 가르치셨다. 이 두 가지 가르침을 손에 꼭 쥐고 살아왔는데 이것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고개를 숙이고 살자는 마음을 가지면 상대 입장을 배려하는 마음이 생긴다. 돈을 쓸 때도 상대 입장을 생각하면서 돈을 써야한다. 돌아보면 안 그런 때도 있었겠지만 항상 겸손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내 자식들에게도 항상 겸손을 강조한다. 길을 걸을 때도 상대를 생각하고 상대가 정말 고귀하다는 생각을 가지려 노력한다. 그리고 항상 작은 것에도 만족하면 참을성이 생긴다. 화가 나도 참는 법을 익히면 큰 일도 잘 할 수 있다. 이런 마음가짐을 갖고 산 덕분에 큰 실패없이 순탄한 길을 걸어왔던 것 같다.
-사업에서 많은 성공을 거뒀고, 이런 경력을 바탕으로 이제 대구경북을 비롯한 전국의 신협을 변화시킬 위치에 섰다. 금융권 경쟁이 엄청나게 치열한데 각오가 어떤가?
▶지금은 4차산업혁명 시대다. 취임하자마자 4차산업대응단을 만들었다. 앞으로 신협에 오면 로봇을 이용해 금융상품에 대한 자세한 안내를 받고 게임도 즐기는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조합원이 600만명인데 이들이 생성해내는 데이터가 엄청나다. 빅데이터를 구축, 각 조합원들의 영업장 네트워크를 구성할 것이다. 조합원들이 이 네트워크를 이용해 다른 금융이 할 수 없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신협은 유일한 국제기구화한 금융인데 WCU에 2억4천만 명의 조합원이 있다. 전세계 조합원들을 엮는 빅데이터 서비스도 구현해낼 수 있다. 내가 아시아 유일의 WOCCU 이사인데 전세계 신협 데이터를 서로 호환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낼 예정이다.
-데이터를 굉장히 강조하는 데 이 부분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금융의 변화 속도가 정말 빠르다. 이제 전세계가 현금 없는 세상으로 간다. 현금 없는 세상 1단계가 신용카드 시대였는데 이 부분도 엄청나게 변화한다. 구글이 수수료 없는 결제 체계를 만들었다. 이제 수수료가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렇다면 금융회사는 뭘 먹고 살아야하느냐? 바로 구글이 지향하는 것처럼 데이터다. 수수료 대신 데이터로 먹고 사는 시대가 왔다. 이런 시대 상황속에서 우리는 빅데이터를 잘 쳐다봐야한다. 세계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신협은 경쟁력이 있다. 빅데이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확신한다. 앞으로 신협이 전세계에서 최고의 금융회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신협중앙회장이 되고 난 뒤 사회 기여를 굉장히 강조하고 있는데?
▶외국에서는 그렇지 않은 데 우리나라에서는 신협을 잘 몰라준다. 미국을 보면 백악관 신협, 국방부 신협, 미해군 연방신협 등 신인도 측면에서 굉장히 높은 평가를 받는 신협이 즐비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때 워낙 많은 신협이 무너지다보니 신협에 대한 인식이 별로 좋지 못하다. 대대적으로 홍보해 신협에 대한 인식을 확 바꿀 것이다. 사회적 선명성을 확보하고 신인도를 끌어올려야한다. 사회에 대한 기여가 필요한 이유다.
-3자녀를 낳는 조합원에게 파격적 대출을 해준다는데?
▶그렇다. 정말 주목받을만한 프로젝트를 하나 준비했는데 이것이 바로 세자녀를 낳는 신협 조합원들에게 최고 3억원까지 주택마련자금을 지원해주는 것이다. 연 2%의 저리로 30년 거치 조건까지 준다. 연소득 7천만원 이하의 조합원들이 세자녀를 낳으면 이런 파격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국가가 엄청난 재정을 쏟아부었는데도 저출산을 해결하지 못했다. 아내가 소아과 의사인데 아내 말에 따르면 저출산문제는 가족정책으로 풀어야한다. 아기를 왜 낳지 않나? 집 걱정, 교육 걱정, 의료비 걱정 등 때문에 겁이 나서 못 낳는 것이다. 가장 돈이 많이 들어가는 집 걱정을 신협이 나서서 풀어주겠다는거다. 8월부터 대출 시행을 할 것이다. 문의가 벌써부터 쏟아지고 있다. 이탈리아는 3자녀를 낳으면 1자녀에 대해 공무원 채용 혜택을 준다. 획기적 계획을 만들어 시행함으로써 국가가 풀지 못하는 저출산 문제를 신협이 풀어낸다는 메시지를 사회에 전할 것이다.
-사회적 기여를 많이 하겠다는데, 또다른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나?
▶저출산도 그렇지만 우리 사회의 또다른 걱정거리가 일자리다. 오래 사는 세상이 되어서 노인들도 일자리를 가져야하는 시대다. 60세 이상 노인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신협이 역할을 할 것이다. 노인들이 도배나 옷수선 등의 새로운 기술을 익힐 수 있는 자활센터를 전국 각지에 만들 예정이다. 지금 장소를 물색중이고 노인들을 가르칠 직업교육 선생님들도 찾고 있다. 또 우리 사회의 소외된 사람들에게 실질적 봉사를 하는 신협이 되어야한다. 노인들이나 장애인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이 이동권이다. 장애인들과 노인들이 어디든지 적은 비용으로 쉽게 갈 수 있도록 저상버스를 전국 각지에 기부해 각 지역별로 셔틀버스가 되도록 할 방침이다. 버스 도입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른 시일 내에 시작해볼 생각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신협이 가장 신뢰받는 금융으로 올라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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