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 칼럼] 트럼프 리스크로 몸살 앓는 세계경제와 한국경제

법무법인(유) 율촌 고문, 숙명여대 겸임교수
법무법인(유) 율촌 고문, 숙명여대 겸임교수

미국발 무역전쟁 확산 경제 먹구름

신흥국 주식시장 원화 가치 하락세

세계 금융시장 요동, 변동성 커질 때

새로운 투자보다 쉬는 것도 한 방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무역전쟁이 관세에서 시작해 투자 제한, 통화 전쟁 등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에 먹구름을 불러오고 있다. 특히 미국에 대한 최대 무역흑자국이자 미래의 경제 패권을 노리는 중국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중국 지분이 25% 이상인 기업들의 대미 투자를 제한하는 규정을 마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의 미국 지식재산권 침해를 막겠다는 명분과 함께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책인 '중국 제조 2025'를 견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공세는 동맹국인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 한국 등에도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이에 대응하는 각국의 보복 조치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어 세계 금융시장과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이에 따라 트럼프발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세계 곳곳에서 커지고 있다.

지난달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경고에 이어 며칠 전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도 '미국발 무역전쟁이 세계 경기침체를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6월 3일에는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를 포함한 1천140명의 미국 경제학자들이 보호무역 반대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는 대공황 당시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제정하여 외국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허버트 후버 미 대통령의 보호무역정책에 미국 경제학자 1천28명이 1930년 6월 3일 보호무역 철회에 서명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트럼프발 무역전쟁 이후 최근 몇 개월간의 국제 금융시장 상황만 보면 이번 무역전쟁에서 미국이 중국에 판정승한 것처럼 보인다. 최근 3개월간 중국의 대표 증시인 상하이 지수는 10% 이상 하락했고 위안화 가치도 5% 이상 하락했다. 반면 미국의 대표 주가지수인 S&P 500지수나 달러화 가치는 오히려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미국도 무역전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미국 오토바이 업체인 할리 데이비슨이 유럽연합의 보복 관세를 피해 미국 내 일부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하기로 한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비난이 연일 이어지고 있고, 최근 미국 증시도 무역전쟁의 부메랑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무역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신흥국들이다. 신흥국의 주식시장과 통화 가치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 트럼프발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북미 협상으로 인한 한반도의 평화 분위기 조성으로 증시와 환율이 신흥국들과 차별화된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왔으나 최근 미중 무역전쟁 격화의 영향으로 증시와 원화 가치가 급락하고 소비자심리지수도 악화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한 대 맞으면 주먹으로 돌려준다'고 큰소리 친 중국이 굴복하지 않는 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11월 중간 선거 때까지 무역전쟁의 고삐를 늦출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따라서 무역전쟁으로 인한 세계 금융시장의 변동성 증대와 무역 침체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반기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되고 있어 경상수지가 나쁘고 해외 빚이 많아 위기대응 능력이 취약한 일부 신흥국의 경우 금융위기 가능성마저 거론되고 있다.

따라서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대외환경하에서는 개인이든 기업이든 정부든 리스크 관리와 위기대응에 초점을 맞춰 전략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소나기는 일단 피하고 보자'는 옛말처럼 불확실할 때는 새로운 것에 투자하기보다 쉬는 것도 한 방법이다.

권혁세 단국대 경영대학원 초빙교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