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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당신의 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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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주 메시지 캠프 기획실장
안현주 메시지 캠프 기획실장

티 없이 맑고 순수한 사람을 만났다. 어려움이라고는 겪어보지 않았을 것 같은, 그렇기에 세상의 좋은 모습만 바라보는 당신. 나보다 더 많은 시간을 살고, 더 높은 자리에 있지만, 한낱 나보다 이상적이고 순진하다 생각했다. 당신은 편하게 살아온 덕에 이 바닥의 추악함을 아직 보지 못했다. 그것이 행운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다. 착하다는 말은 더 이상 칭찬이 아니게 됐다. 세상물정을 모른다는 가엾음의 탄식일지도. 한때는 나도 당신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저 착한 사람, 좋은 사람.

이제는 대나무로도 부족해 강철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그 약간의 흔들림조차 용납하기 싫다. 이 세상을 살아가기에는 내가 너무도 유약한 것 같을 때가 있다. 별 것 아닌 일에 상처받고 혼자 아파하기에.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짓궂은 장난을 치는 것처럼 위악(僞惡)을 방패막이로 삼아 의지할 때가 있다. 혹자는 사회생활을 하면 성악설을 믿게 된다고 했다. 호의를 권리인 줄 아는 세상이다. 내가 할 일은 밀어내고 타인의 공을 가로채며, 내가 잘하기 보단 타인을 짓밟음으로써 위로 올라가는 쉬운 길을 택하려 한다. 무시당하지 않도록, 음해하는 자가 있다면 징벌할 수 있도록 내게 힘이 있었으면 좋겠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차라리 상처를 주는 쪽이 되고 싶다.

그럼에도 위선(僞善)의 가면을 놓지 못하는 인간의 표리부동함이란! 위선이 나쁘다는 것을 알지만 거부할 수 없다. 상처받기 싫고 이기적으로 굴고 싶지만, 동시에 그와 같은 이유로 비난 받고 싶지 않다. 세상을 살다 보면 나는 종종 방관자가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자신과의 타협 하에 말이다. 방관자만큼 비겁한 것이 있을까. 그러나 정무적인 판단이란 그런 것이다. 옳고 그름이 아닌, 어떤 말과 행동을 해야 여론에 환영 받을 수 있는지는 따지는 것이다. 세상에 용기를 냄으로써 비난의 최전선에 내몰렸을 때 아무도 나를 보호해주지 못하기에.

언제부터인가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 놓기 시작했다. 나는 단정 지어 말하지 않는다. 지금의 생각도 삶을 겪고 겪어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과 같이 순수한 열정이 넘쳤던 내가 위선의 갑옷에 숨어살게 된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좋은 사람은 아니더라도 굳은 살이 생긴 지금이 스스로를 위해 더 좋은 것 같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만은, 꺾이지 전까지만 흔들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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