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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제4회 시니어 문학상 시부문 당선작]전화번호를 지우는데-박윤우 당선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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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우
박윤우

접는다 해도 억울할 것 없는 나이, 이 나이에도 가만가만 찾아오는 기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귀한 상 주셔서 감사합니다.

궁금해 몇 발짝 들여놓았다가 그만 길을 잃은 골목 같은 것, 길을 잃을수록 환해지는 불빛 같은 것, 제겐 그게 시였습니다. 쓸모없는 짓 좀 하며 살자고 마음먹은 후 가장 쓸모 있는 일이었던 셈입니다.

제대로 한 줄을 쓰지 못해 자괴감이 앞서면서도 걷다 보면 도달할 곳이 생길 거라는 믿음, 그 믿음에 한발 다가선 기분입니다. 자신을 다그치라는 격려와 충고로 알고 더 열심히 읽고 생각하겠습니다.

벙긋벙긋 입모양은 보이는데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 거기 유리가 있고 창밖이 생기듯이, 창 너머에 네가, 혹은 내가 서 있듯이, 너머를 바라보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의 삶의 모습일 텐데요. 삶의 어떤 국면을 쓰는 게 시일 텐데요. 삶에 다가서면 시가 되질 않고, 시에 다가서면 삶의 진정성이 훼손되는 것이 제 시의 모양새였습니다.

발표도 하지 않을 시를 왜 쓰느냐고 스스로에게 물을 때마다 누군가 뒤에서 내 시를 읽고 있다는 느낌이었는데, 그 누군가가 매일신문사의 시니어문학상이 된 셈이라 더욱 기쁩니다. 자란 곳이고, 젊어 일한 곳이고, 아픔을 나눈 곳이어서 받은 상이 제겐 더 값지게 생각됩니다.

아는 것을 쓰는 것이 시가 아니라는 말씀, 세상은 표면, 표면이 아름다운 거라는 말씀, 쓰지 말고 쏟아내라는 말씀, 말씀들이 다 과제였습니다. 더 깊이, 멀리 말씀 속을 헤매보겠습니다.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세상을 버려 아쉽기 짝이 없지만 그래도 기뻐해 줄 딸이 둘이나 있어 행복합니다. 가르쳐주신 여러 선생님들 뵙고 인사 올리겠습니다. 시의 길로 이끌어준 황 시인 고맙습니다. 함께 고민하는 종각 문우님들과 이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심사위원님 감사드립니다. 시니어문학상의 의미를 되새기며 매일신문사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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