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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혐의 입증 "어렵다 어려워"… 대구고법서 무죄 판결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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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계 사법부 불신 가중, "재판부가 '위력'을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해석" 비판도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1심 무죄 판결을 계기로 경직된 성범죄 처벌체계에 대해 비판이 높아지는 가운데 대구에서 성범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들에 대한 무죄 선고가 잇따르고 있다.

여성계는 재판부가 성범죄에서 '위력'(威力 ; 상대방을 압도하는 힘)을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해석하고, 여성에게 피해자다움을 요구한다며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대구고법 제1형사부는 지난 23일 준강간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과 장애인 성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에 대한 항소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준강간 혐의를 받던 A(20) 씨는 지난해 7월 4일 오전 1시쯤 경산시 하양읍 B(20) 씨 집에서 술에 취해 잠든 B씨를 간음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B씨는 "함께 술을 마시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A씨가 성관계를 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1, 2심에서 모두 A씨의 무죄를 선고한 이유는 당시 두 사람이 볼을 맞대고 찍은 사진이 결정적이었다. 사진 속 다정한 표정과 자세로 볼 때 B씨가 항거불능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알게 된 지 3일 된 사이였다.

장애인 성추행 혐의를 받던 C(33) 씨는 지난해 3월 오후 7시쯤 달서구 두류공원 야외음악당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시던 중 옆자리에 있던 지적장애 2급 여성의 허벅지를 만진 혐의(장애인 강제추행)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 여성은 "팔을 자꾸 의자에 올렸다내렸다 하면서 손가락이 자꾸 허벅지에 닿는 느낌이 들어서 하지 말라고 눈치를 줬는데도 계속 손을 댔다”고 진술했다.

이 같은 피해자 진술을 두고 재판부는 "C씨가 기습적으로 허벅지를 만졌다거나 위력으로 추행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구속됐던 성범죄 피의자가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받아 풀려나는 사례도 있다. 대구고법은 23일 강간 등의 혐의로 기소된 D(22)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D씨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과거 교제했던 여성에게 두 사람의 모습이 나온 성관계 동영상을 빌미로 협박하고, 3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하고 용서를 받았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처럼 성범죄 사건에 무죄 선고가 잇따르면서 여성계는 사법부에 대해 강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성범죄 피해 여성에게 ‘피해자다움’을 요구하거나 위력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한다는 것이다.

대구여성회 신미영 사무처장은 "재판부가 피해자의 입장보다 남성 가해자에게 관대하게 법을 적용하고 있어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며 "재판부가 합의를 강조하다보니 피해자 입장에서는 합의를 시도하려는 가해자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다. 합의에 따라 감형하는 양형 기준도 손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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