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여론조사 결과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하락세를 이어가 처음으로 50% 아래로 주저앉으면서 '집권 2년 차 징크스'가 표면화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여론조사에서는 직무수행 부정평가 이유로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41%) 부분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데 이어 '최저임금 인상', '일자리 문제·고용 부족' 등이 꼽히면서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제 침체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와 함께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국민적 기대감 역시 서서히 줄어들고 경제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며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비롯해 집권 초기 추진했던 정책들이 논란이 되고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앞으로 국정 동력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현 정부 정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지표 최악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소득 분배 및 일자리 상황 악화가 이어지면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대한 비판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저소득층 소득을 높이기 위해 소득주도성장을 밀어붙였지만, 오히려 상·하위 계층의 소득 격차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역대 최악으로 가장 많이 벌어진 상황에 직면했다.
실제 최근 6개월 지표로 보면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 성장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득주도성장은 임금·소득은 늘리고 생계비 부담은 줄임으로써 소비를 촉진해 경제 선순환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취업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서민의 소득은 감소해 선순환이 작동할 기본 여건이 충족되지 않고 있다.
통계청의 올해 2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를 보면 분배 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전국 2인 이상 가구)은 올해 2분기 5.23배로, 매년 2분기 기준으로는 2008년 2분기(5.24배) 후 최근 10년 사이에 가장 높았다. 5분위 배율은 수치가 클수록 소득 분배가 불균등한 것을 의미한다.
5분위 배율이 역대 최고인 5.95배까지 치솟았던 올해 1분기 수준은 아니지만, 소득 격차가 여전히 심각한 상황인 셈이다.
소득 수준에 따라 전체 가구를 5등급으로 나눠보면 1분위(하위 20%)의 올해 2분기 소득은 작년 동기보다 7.6% 줄었고 2분위와 3분위도 각각 2.1%, 0.1% 감소하는 등 서민의 소득 상황도 좋지 않았다. 특히 1·2분위(하위 40%)의 소득은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까지 두 분기 연속 감소했다.
일자리 상황도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악화했다. 작년에 월평균 31만6천 명이던 취업자 증가 폭은 올해 2월부터 6개월 연속 10만 명대 이하를 기록했다.
올해 7월에는 5천 명을 기록해 취업자 수가 사실상 정체 상태(증가율 0.0%)다. 실업자는 7개월 연속 100만 명을 넘었고 30·40대 취업자는 올해 들어 월평균 약 14만 명 감소했다.
◆전문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오히려 독"
전문가들은 유연성이 부족한 경제 정책이 일자리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다수의 저임금 노동자층에게는 오히려 독이 됐다고 평가했다.
김형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소득주도성장 취지는 동감하나 정책이 잘못 적용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특히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가장 큰 타격을 줬다"면서 "정부가 급격하게 밀어붙인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상황을 급격하게 악화시켰고, 의도와는 다르게 소득이 낮은 계층을 중심으로 충격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이어 "선진국은 자영업자 비중이 작고 부가가치도 높지만 우리나라는 자영업자 시장이 굉장히 영세하다. 이러한 현실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한 채 성급하게 정책을 추진한 결과"라며 "급격한 임금 인상이 경영악화와 폐업으로 이어져 결국 고용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고 특히 지방의 경우 말 그대로 직격탄을 맞았다"고 비판했다.
경제 정책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과 함께 수정·보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교수는 "영세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살 수 있는 정책부터 시행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기 전에 동반성장 정책으로 대기업 중심의 고질적인 경제구조부터 바꿔야 한다"며 "경제구조와 산업구조를 바꾼 다음 노동정책을 시행하거나 적어도 같이 해야 한다. 이후 최저임금을 서서히 올리고 지역·업종 간 최저임금 차등화 문제도 같이 고민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 정책은 엇박자… 소득주도성장 방어에는 총력
정부가 핵심 경제 정책인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혼선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좌충우돌 행보는 곧 신뢰도 추락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먼저 경제 투톱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에서 드러난 일련의 시각차나 양자의 갈등설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장 실장은 지난달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의 고용·가계소득 지표는 소득주도 성장의 포기가 아니라 오히려 소득주도 성장을 속도감있게 추진하고 역설하고 있다"며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난관을 극복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소득주도성장 등 정부 경제 정책 기조를 고수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김 부총리는 다음 날인 2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최하위 계층 등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을 일부 귀담아들을 부분이 있다"고 말해 온도 차를 보였다.
앞서 지난달 19일 열린 당정청 회의에서 김 부총리가 경제정책의 수정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장 정책실장은 정책이 효과를 내면 고용상황이 개선될 것이니 기다려달라고 요청한 것을 계기로 엇박자 논란은 불거졌다.
소득주도성장을 둘러싼 논란의 불씨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은 만큼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은 연일 소득주도성장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일 당정청 전원회의에서 "경제가 어려울수록 소득주도성장을 통해 일자리와 민생을 챙기는 일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강조하고 나섰다.


◆소득주도성장 둘러싼 치열한 논쟁 계속
하지만 야권은 최저임금 인상과 고용률 악화 등으로 체감 경제가 어렵다고 판단, 문재인정부의 경제 정책에 제동을 걸며 공세를 퍼붓고 있다. 국회는 연일 소득주도성장을 비롯한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둘러싼 치열한 정책 논쟁을 벌이고 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 "잘못된 신념에 대통령과 청와대가 붙들려 있는데 이는 일종의 악마의 유혹으로, 여기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면서 "야당만 문제를 제기하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든 경제학자가 걱정하는데 정부가 도대체 잘못된 프레임에서 빠져나올 기미가 없다"고 일갈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소득주도성장에서 전환하라고 하니까 현 집권 세력은 '과거 대기업 중심의 독식 구조로 가자는 얘기냐'라고 한다"면서 "경제 체제가 어떻게 소득주도성장과 대기업 중심만 있느냐"고 반문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함몰돼서 국가재정을 깨진 독에 물을 퍼붓다시피 하면서 국가재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에 나섰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소득 양극화를 해소하자는 취지와 구호는 좋지만, 현실에서 당초 의도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게 이미 증명됐다"며 "최악의 결정은 유례없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께 강력히 촉구한다. 소득주도성장의 환상에서 벗어나 경제 현실을 직시하라"고 요구했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