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평양선언 비준하며 '한반도 비핵화 앞당긴다'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지난주 유럽 순방 결과에 대해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폭 넓은 지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국제사회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뜻을 같이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렇게 포장하고 싶겠지만 국민이 보고 들은 것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래서 문 대통령의 발언은 대북제재 완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왜곡한 아전인수다.

문 대통령이 말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대북제재 완화를 통해 북한 비핵화를 진전시킨다는 구상이다. 이를 지지하고 역할을 해달라는 문 대통령의 요청에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유럽 주요국 정상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북한의 가시적이고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 이전 대북제재 완화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19일 발표된 아셈(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 의장 성명도 이를 분명히 했다. 아셈의 51개국 정상들은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재확인한 것은 물론 제재를 포함한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안의 완전한 이행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의 구상에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안 된다’고 한 것이다. 이 정도면 ‘외교 참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도 무슨 근거로 ‘폭 넓은 지지’ 운운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유럽과 아시아 각국 정상이 문 대통령의 선(先) 대북제재 완화를 비토(veto)한 것은 그것이 북한 비핵화를 위한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대북제재가 그나마 북한을 비핵화 협상으로 이끌어냈다는 사실은 그 판단이 정확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평양공동선언문과 남북 군사합의서 비준안을 의결한 것은 많은 우려를 자아낸다.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에서 그 이행 합의 성격의 평양공동선언을 정부가 비준 처리하는 것은 선후 관계를 뒤집었다는 논란을 떠나 남북 관계 개선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어서 그렇다.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움직임이 없는 상황에서 이런 결정은 유럽 순방에서 문 대통령이 확인한 국제사회 공동의 움직임을 거스르는 행위다. 그런 점에서 북한 비핵화 방법에서 문재인 정부는 국제사회가 공유하는 상식을 버리고 고립을 자초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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