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 세계 인구 6명 중 한 명은 살아있는 동안 뇌졸중 겪어

이준 영남대병원 신경과 교수

이준 영남대병원 신경과 교수
이준 영남대병원 신경과 교수

박대식(54·가명) 씨는 최근 미국 출장을 갔다가 공항에서 'FAST'라고 나오는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평소 고혈압이 있던 박 씨는 뭔가 예사롭지 않다는 느낌이 들어 함께 간 동료에게 무슨 동영상인지 꼼꼼히 물어봤다. FAST는 미국 뇌졸중학회가 중심이 되어 국민들에게 뇌졸중의 주요 증상을 설명하고 빨리 적절한 병원으로 갈 것을 홍보하는 내용이라는 설명이 돌아왔다.

흔히 중풍으로 알려진 뇌졸중은 날씨가 추워지면 환자가 급증하는 경향이 있다. 기온 변화로 혈관이 수축되어 혈압이 올라가면서 뇌경색이나 뇌출혈을 일으켜 뇌졸중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지는 탓이다.

세계 뇌졸중학회에서는 전 세계 인구 6명 중 한 명은 살아있는 동안 뇌졸중을 겪게 되며, 6초에 한 명씩 뇌졸중으로 사망하고, 2초에 한 명씩 뇌졸중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해 10만5천여 명의 뇌졸중 환자가 발생한다. 대체로 5분에 한 명씩 뇌졸중 환자가 발생하고, 20분에 한 명씩 뇌졸중으로 사망하고 있다. 더욱이 뇌졸중은 갑작스레 느닷없이 발생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 일시적 마비나 어지럼증 '위험신호!'

뇌졸중은 갑작스레 발생하며 주로 몸의 한쪽 편에서만 나타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갑작스런 한쪽 편 팔이나 다리의 마비, 의식장애, 언어장애, 시야장애, 보행이나 평형장애를 유발하는 어지럼증, 갑작스레 일어나는 심한 두통 등을 대표적 증상으로 들 수 있다.

박 씨가 미국 공항에서 본 FAST 동영상에서 'F'는 얼굴(Face)을 의미하며 안면마비를 나타낸다. 'A'는 팔(Arm)을 의미하며 팔의 힘이 갑작스럽게 빠지는 것을 나타낸다. 'S'는 말(Speech)을 의미하며 갑작스럽게 발음이 어눌해지거나 언어장애가 발생하는 것을 나타낸다. 'T'는 시간(Time)이다. 이런 증상이 발생하면 조금도 지체 없이 119로 연락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라는 뜻이다.

이준 영남대병원 교수(신경과)는 "갑작스럽게 뇌졸중 증상을 보이다가 수분 내지 수 시간 이내에 완전히 회복되는 경우가 있다. 이를 일과성뇌허혈발작(TIA)이라고 하며, 뇌손상이 발생한 뇌졸중과 달리 적절한 혈액공급이 다시 회복되어 뇌세포가 기능을 회복한 경우"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일과성뇌허혈발작은 증상이 완전히 회복되었더라도 뇌경색이 곧이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중요한 전조신호인 만큼 뇌경색과 똑같이 주의하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과성뇌허혈발작 환자가 고령이거나 팔다리의 힘이 빠지는 경우, 혈압이 높은 경우, 시간이 1시간 이상 지속되는 경우, 당뇨를 동반하거나 뇌의 큰 혈관 협착이 있는 경우는 뇌경색 발생 위험이 상당히 크고, 48시간 이내에 뇌졸중 발생 위험이 높기 때문에 빠른 치료를 받아야 한다.

◆ 시간이 생명이다

한국 뇌졸중학회 홍보 포스터에는 '뇌졸중, 시간이 곧 생명입니다'라고 적혀있다. 뇌졸중은 가능한 빠른 시간 내 효과적인 치료 시설을 갖춘 병원에서 적절한 진료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의식이 없는 환자에게 억지로 물을 마시게 하거나, 입으로 약을 복용하게 하는 것은 오히려 폐렴과 같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긴급 치료는 뇌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뇌경색에서 특히 중요하다. 뇌혈관이 막히면 혈관이 공급하는 뇌의 특정 중심부위는 4~5분 내에 죽게 된다. 그러나 그 주변 부위는 다른 부위에서 공급받는 혈액의 양에 따라서 일정 시간을 버틸 수 있다. 우회혈관이 발달한 경우는 좀 더 오랜 시간을 뇌세포가 버틸 수 있다. 일반적으로 4~6시간을 넘기게 되면 버티고 있는 주변 부위 뇌세포의 상당 부분이 죽게 되어 이후 혈액을 공급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막힌 혈관을 재개통 시키는 것이 급성 뇌경색 치료에서 가장 중요하고, 막힌 혈관을 재개통 시키는 치료가 바로 혈전용해술이다.

하지만 큰 뇌내혈관이 막혔을 때는 정맥내혈전용해제를 이용한 혈전용해술로 효과적으로 재개통 하는 것이 한계가 있다. 그래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직접 막힌 혈관의 혈전까지 카세터를 주입시켜 스텐트 장치를 하거나 또는 흡입기를 통해 혈전을 뽑아내는 치료이다. 이런 동맥내혈전제거술로 뇌내큰혈관폐쇄의 70~80%를 완전 재개통할 수 있다.

고혈압성 뇌출혈은 혈종의 크기가 작으며 환자의 증상이 경미한 때는 약물치료를 시행한다. 혈종의 크기가 중등도 이상이며 마비가 있으면 머리뼈에 조그마한 구멍을 내서 관을 넣어 혈종을 뽑아내는 수술을 할 수 있다. 혈종의 크기가 매우 크며 뇌가 심하게 부어오를 때는 응급으로 빨리 머리뼈를 절개해 혈종을 제거해 주어야 한다. 응급조치가 늦어지면 뇌압이 상승해 의식을 잃고 사망하기 때문이다.

이준 교수는 "뇌졸중 환자가 실제로 응급실에 도착해서 영상검사 등을 시행하고 뇌경색이 진단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증상 발생 이후 늦어도 3시간 30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해야 한다. 동맥내혈전제거술 역시 증상이 발생하고 8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급격히 떨어지므로 빠른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일반적으로 1시간 지연될 때마다 14% 정도 회복률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 재발률 높은 질환, 위험인자 관리를!

뇌졸중은 단순히 팔다리 마비처럼 신경학적 장애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일부 환자에게는 뇌졸중 후 우울증, 감정부조화, 불안감이나 이상행동을 동반할 수 있다. 또한 뇌졸중 부위나 이전 손상 정도에 따라서 기억장애, 언어장애, 실행력장애 등의 인지기능장애를 유발하여 혈관성 치매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뇌졸중 발생 후 긴급 치료가 이루어진 뒤에도 이러한 후유증을 감소시키기 위한 치료를 꾸준히 시행해야 한다.

특히 뇌졸중은 재발률이 높은 질환이다. 가장 대표적인 위험인자는 고혈압이며, 당뇨, 고지혈증, 심장판막질환, 심방세동 등의 심장질환, 심한 음주, 흡연 역시 대표적이 위험인자이다.

이준 교수는 "뇌졸중 예방과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과 같은 위험인자를 분명하게 인지하고, 건강한 식사습관, 적절한 운동과 음주, 금연 등을 실천해야 한다"면서 "요즘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대기오염 역시 뇌졸중의 위험인자인 만큼 초미세먼지 노출을 가급적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이준 영남대병원 신경과 교수

[뇌졸중과 뇌경색·뇌출혈]

뇌졸중은 뇌혈관의 문제로 인해 갑작스럽게 마비나 말이 어둔해지는 등 신경학적 장애가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뇌졸중은 크게 2가지로 구분한다. 하나는 뇌혈관이 막혀서 뇌에 손상을 일으키는 뇌경색이고, 또 다른 하나는 뇌혈관이 터져서 손상을 일으키는 뇌출혈이다. 따라서 뇌졸중은 뇌경색과 뇌출혈을 모두 포함하는 병명이다. 대체로 뇌졸중의 75~85%가 뇌경색으로, 뇌경색의 빈도가 뇌출혈보다 훨씬 높다.

[뇌경색 Vs. 심근경색]

뇌경색은 뇌혈관이 막혀 혈액공급이 되지 않아서 뇌 손상을 유발한다. 흔히 심장의 관상동맥이 막혀서 발생하는 신근경색과 비교할 수 있다.

심근경색은 대부분 심장혈관의 동맥경화로 인한 폐쇄가 원인이다. 반면에 뇌경색은 발생기전이 다양하며 크게 몇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심근경색과 마찬가지로 뇌의 큰혈관이 동맥경화로 인해 막히는 경우가 40% 정도이며, 뇌의 소혈관이 막히는 경우가 20%, 심장에서 색전이 발생하고 이 색전이 뇌혈관을 막는 경우가 20%, 나머지는 혈관박리·혈관염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