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의 탈춤<끝>-한국의 탈춤, 인류무형문화유산을 위한 제언

1. 하회별신굿탈놀이 등재로 '세계유산 그랜드슬램' 달성
2. 유네스코와 세계문화유산 보존
3. 하회별신굿탈놀이,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잰걸음
4. 하회별신굿탈놀이, 가장 완벽한 민족문화 정수
5. 하회탈·하회별신굿탈놀이, 한국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
6. 한국의 탈춤-산대놀이 등 중부 이북 탈춤
7. 한국의 탈춤-야류놀이 등 중부 이남 탈춤
8. 지구촌의 탈과 탈춤-아시아의 탈춤
9. 지구촌의 탈과 탈춤-한·중·일 탈춤
▶10(끝). 한국의 탈춤, 인류무형문화유산을 위한 제언

유네스코는 특정한 국가의 독점적인 소재만을 인정하기 어려운 문화유산을 공유하는 나라·지역·집단이 협력해서 이를 보호할 수 있도록
유네스코는 특정한 국가의 독점적인 소재만을 인정하기 어려운 문화유산을 공유하는 나라·지역·집단이 협력해서 이를 보호할 수 있도록 '다국가 등재'를 제도화하고 있다. 탈춤의 경우도 나라마다 전해오고 있어 한국의 탈춤도 국가간 공동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올해 탈춤페스티벌 기간에 열렸던 탈문화 관련 국제학술심포지엄 모습. 엄재진 기자

유네스코가 무형문화유산의 공동등재, 즉 다국가 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특정한 문화유산이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 존재하고 있다는 전제 아래서 시도되는 문화보호 정책이다.

이는 최근 국가를 단위로 문화유산 등재 움직임이 과열 조짐을 보이자 국제적 협력과 협의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배경에서 시작됐다. 문화유산을 국가라고 하는 지역적 경계 안에 가두고 특정한 국가의 독점적인 소재만을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을 뒤늦게나마 깨닫게 된 것이다.

'다국가 등재'란 특정한 무형문화유산을 공유하는 나라·지역·집단이 협력해서 이를 보호할 목적으로 목록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문화권이라는 용어를 공개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지역이나 나라를 초월해 공유하는 문화를 공동으로 보호하면서 국제협력을 도모하자는 취지다

◆인류 공동유산 보전위한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함한희 유네스코 인가 무형문화연구원 원장(전북대 교수)은 지난해 이마코가 주관한 '탈 문화 보존과 지속발전 가능'에 대한 학술심포지엄을 통해 유네스코가 추진하는 국가간 공동등재에 대해 소개했다.

함 원장은 "유네스코에서는 1980년대 후반부터 일본과 한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무형문화재'라는 용어를 차용해 무형문화유산이라는 개념을 확정했다"며 "유네스코의 목적은 점차 사라지고 있는 각국의 무형문화를 소중히 여기고, 인류의 공동유산으로 보전하려는 것"이라 언급했다.

▷전 세계에 널리 퍼져 있는 무형문화유산의 보호 ▷관련 공동체와 집단 및 개인이 보유한 무형 문화유산의 존중 ▷지방·국가·국제적 차원에서 무형문화유산의 중요성 인식과 상호 이해 증진 ▷국제적 협력과 지원도모 등 무형문화유산의 보호·관리는 자국의 전통문화를 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나아가서 인류의 문화자원을 지키는 방안이라는 점을 협약으로 강조해놓고 있다는 것이다.

함 원장은 "협약을 전 세계적으로 알리는 방법의 하나로 2008년부터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을 선정 발표하기 시작했다"며 "각 회원국에서 긴급보호를 요하는 유산을 발굴하거나 보호활동을 모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사례를 소개하고, 인류의 문화다양성 유지에 기여하는 인류무형 문화유산 대표목록을 선정한다"고 했다.

특히 "여러 나라가 공유하는 이른바 다국가 무형문화유산의 발굴도 권장한다. 등재시킬 수 있는 다양한 목록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최근 회원국들은 인류대표목록 등재에만 주목하고 있다"며 "그러다보니, 국가 간의 경쟁이 심해져서 이를 우려한 유네스코에서는 최근 들어 부쩍 다국가 무형문화유산 목록화를 장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탈문화, 보편적·독특성 지녀 등재 가치 충분

지난 2012년 국가간 공동등재 신청대상으로 선정돼 2015년 12월 공동등재된 '당진 기지시 줄다리기'. 고대영 줄다리기 박물관 학예연구관은 "2012년 공동등재 신청종목 선정 때 당진의 줄다리기 종목과 함께 논의됐던 것이 안동에서 신청한 탈놀이 문화였다"며 "누가 뭐라 할 것 없이 탈문화의 가치는 분명하고 보편적이면서 독특성을 드러내기 때문에 등재 가치 역시 충분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다국가 등재를 위해서는 앞으로 신중한 검토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견해다. 정책적인 판단이나 결정을 하기 전에 학술적 검토가 무엇보다도 필수적이고 다국가 문화요소가 존재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을 단순히 묶어서 하나의 무형문화유산으로 만드는 것은 위험하기까지 하다"는 의견이다.

또, 지금까지 다국가 무형문화유산 목록으로 등재된 것들의 경우도 문화를 통한 국제적 협력이라는 차원에서는 바람직할지 몰라도 문화연구의 입장에서는 무의미한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고 학예연구관은 "탈문화의 다국가 등재가 관심이라면, '왜' 탈놀이가 각 공동체의 단결과 합심을 이루는지를 설명하는 것도 필요할 뿐 아니라, '어떻게' 행위자들이 탈놀이를 통해서 공동체의 일원임을 인식하게 되는 지가 더 필요한 부분"이라 했다.

다시 말해, 다국가 공동유산을 등재하기 전, 그것을 보유하는 공동체나 집단의 구성원의 행위와 이야기에 주목해 보자는 것이다. 행위와 이야기가 공동체 구성원(참여자)들의 의 식을 어떻게 만들고 있는 지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고대영 학예연구관은 "무형문화유산을 통해서 연행자들은 공동체를 위해서 무엇을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공동체의 가치와 공동노동, 공동체적 삶의 중요성을 의식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이라며 "이러한 점에서 공유성과 차별성을 다시 한 번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내외 탈춤 전문가들은 안동과 안동사람들은 선조로부터
국내외 탈춤 전문가들은 안동과 안동사람들은 선조로부터 '하회별신굿탈놀이'라는 위대한 문화유산을 물려받은 축복받은 사람들, 축복받은 곳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안동시 제공

◆안동, 선조들에게 탈놀이 유산 물려받은 축복

"놀랍다, 한국에 이러한 가면이 있다는 것이. 안동사람들의 얼굴인 하회탈과 안동사람들의 정신과 삶의 모습들이 잘 갈무리되어 있는 탈놀이를 가지고 있는 안동은 선조들로부터 위대한 유산을 물려받은 축복받은 곳이다."

이 말은 중국이 세계에 자랑하는 경극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북경희극대학교의 학장이 하회별신굿탈놀이 공연을 보고나서 밝힌 소감이다. 또, 영국 엘리자베스대극장에서 공연을 지켜본 영국왕실의 문화참사관들의 평이기도 했다.

그동안 세계를 돌며 한국을 알리고 안동을 알리기 위한 하회탈춤 해외공연 때마다 외국인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하회탈이 가지고 있는 예술성과 탈놀이 속에 담겨 있는 메시지가 한마디로 놀랍다는 것이었다.

손상락 안동민속박물관 학예연구팀장은 "문화전통을 생산하고 지켜나가는 것은 그 지역의 축적된 모든 역량이 결집돼야만 창조될 수 있다. 하회별신굿도 마찬가지였다"며 "비록 연행은 상민들이 주도했지만 마을사람들의 삶과 역사, 전통을 바탕으로 한 생태환경까지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우리의 생각과 감정, 느낌까지 놀이에 담아낼 수 있었던 것은 학문이 높은 지식인들에 의해 창조되고 생산됐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의 탈춤 속에는 소통과 어울림을 통해 지역공동체를 하나로 아우르는 힘이 담겨져 있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인간답게 살고 싶은 행복 추구의 권리와 자유를 갈망하고 평등한 삶을 누리고자 하는 염원을 담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바탕 신명으로 풀어내는 놀이판은 민초들의 삶의 애환이 고스란히 녹아 있고, 신분사회 속에서 꽉 막혀 있는 숨구멍을 터주는 통풍구이기도 했다"며 "더 나은 세상을 염원하는 희망을 노래하는 난장이기도 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별신굿이 열리는 기간동안만이라도 사회적 제약에서 해방되고 신분차별에서 오는 억압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으며 남녀노소․반상의 구별 없는 대동세상을 꿈꾸고 지향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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