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불합리한 독립유공자 서훈 등급,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석주 이상룡 선생의 공적을 재평가해 합당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이항증 전 대한광복회 경북지회장과 민주당 이용득·박찬대 의원이 그제 서울보훈청에 ‘이상룡 선생 서훈 등급 재심의’ 신청서를 내면서 이에 기폭제가 되고 있다. 나아가 틀에 박힌 상훈법과 허점투성이의 보훈 행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정부가 석주 선생에게 건국훈장 추서와 독립유공자 독립장(3등급)을 결정한 때는 1962년이다. 1949년 제정한 ‘건국공로훈장령’에 따른 것으로 1963년 각종 상훈 관계 법령을 통합해 만든 ‘상훈법’ 시행 이전이다. 1990년 또 한 차례 상훈법을 개정했지만 과거 불합리한 공적 평가에 대한 전면 재심의나 실정에 맞지 않는 서훈 결정 기준, 절차에 관한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되돌아보건대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명망 높은 독립운동가에게 고작 3등급 서훈은 격에 맞지 않는다. 대체 어떤 기준에 근거한 결정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신흥 무관학교 설립 등 전 재산을 조국 독립을 위해 쓴 우당 이회영 선생, 유관순 열사도 3등급이라는 점에서 좀체 납득하기 어렵다.

이번 사안이 남의 공적을 빼앗아 버젓이 유공자로 행세하며 수십 년간 연금 등 온갖 특혜를 누려온 ‘가짜 유공자’ 사건들과 본질적으로 무엇이 다른가. 온 국민의 혀를 차게 하는 부끄러운 일이다. 그동안 가짜 유공자로 적발돼 서훈이 취소된 사례만도 39건이다. 최근 국민적 공분을 산 ‘가짜 김정수’ 사건은 우리 보훈 행정이 얼마나 허술하고 후진적인지를 말해준다. 심지어 가짜를 알고도 쉬쉬하며 덮었다는 의혹마저 불거지는 마당이다.

‘가짜 김정수’ 사건을 계기로 피우진 보훈처장은 “1970년 이전 공적을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남의 공적을 가로챈 범죄자를 솎아내는 것도 시급하다. 하지만 제대로 된 평가 없이 홀대받아온 선열의 명예를 되찾는 것은 더 중요한 일이자 후대가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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