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생산적인 댓글

대구 능인고 교사

민송기 대구 능인고 교사
민송기 대구 능인고 교사

지난주에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었지만 교육계를 가장 뜨겁게 달구었던 뉴스는 숙명여고 쌍둥이에 관한 것이었다. 인터넷 기사에는 엄청난 댓글이 달리는데 추천이 많은 댓글은 '수시 폐지, 정시 100%', '어디 그 학교뿐이랴', '아빠가 전교조'로 요약할 수 있다. 더 간단히 요약하면 '교육계에 대한 불신'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상당 부분은 인간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엄중한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댓글들이 좀 더 생산적인 방향으로 갔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현재의 수시 제도는 수능 중심의 결과 평가에 대한 대안으로 나온 것이었다. 취지는 동의를 하지만 실제로는 대학에서 이 학생은 이래서 떨어졌고, 이 학생은 이래서 합격했다는 것을 명확하게 말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문제들이 노출되고 있다. 수능보다 더 살벌한 내신 경쟁을 해야 하며, 때로는 학생의 능력보다 학생부에 기록하는 교사의 작문력이 입시에 더 크게 작용하기도 한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가 불만스러운 제도가 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로 회귀하자는 것이 올바른 대안이 될 수는 없다. 학교의 교육과정은 수능 중심이 아닌데 입시만 수능 중심이 되면 사교육 광풍과 강남·수성구 쏠림 현상, 학교 수업의 파행은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방적인 주장보다는 교육과정 수립 때부터 장기적인 공론화를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의심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어서 의심하는 것은 옳지만, 아무런 이유 없이 부모와 자식이 같은 학교에 있다는 것만으로 냉소하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니다. 대신 입시와 관련된 교사의 부정이 있을 경우 파면과 연금 전액 몰수, 교육계에 불신을 초래한 것에 대한 징벌적 성격의 벌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요구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생산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개인의 일탈을 소속 단체, 지역과 연관시켜서 이야기를 하는 것은 편 가르기밖에 안 되는 비생산적인 말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사립학교에서 전교조 소속 교사가 교무부장을 하고 교감으로 내정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기자들이 팩트 체크를 해 보면 알겠지만 2010년도에는 쌍둥이 아빠가 전교조 소속이었을지는 몰라도 현재는 다른 교원단체 소속일 가능성이 높다. 진실에 기반하지 않은 말들은 우리 사회에 독이 되는 가짜 뉴스가 된다. 생산적인 댓글은 우리 사회를 바람직한 길로 움직이는 동력이 되지만, 냉소와 혐오로 이루어진 말들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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