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영호의 새콤달콤 과학 레시피] 3D 프린터로 몸의 일부를 프린트한다!

인공손 선물받은 중국 소년. sbs tv 캡처
인공손 선물받은 중국 소년. sbs tv 캡처

"나도 이제 공을 던질 수 있어요!" 라고 말하며 소년이 활짝 웃었다. 손에 장애가 있어서 친구들과 공놀이를 맘대로 못했었는데 모양의 보조기구를 끼고 공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유튜브에서 이 소년의 영상을 보면서 소년이 친구들로부터 많은 상처를 받았을 것이라는 생각과 앞으로는 좀 더 자신 있게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잔잔한 감동이 마음에 밀려왔다. 과학기술이 단순히 무언가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주는 것 이상으로 한 사람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요즘 3D 프린팅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일반 복사기를 사용해서 문서를 복사하는 것처럼 3차원 형태를 가진 물건도 3D 프린터로 프린트할 수 있다니 참 신기한 기술이다. 복사하고 싶은 물체를 올려놓고 3D 스캐너로 스캔한 후에 3D 프린터로 프린트내면 똑 같이 생긴 복사물이 즉석에서 만들어진다. 또한 기존에 존재하는 물체를 똑같이 만드는 것 뿐만 아니라 무엇이든 머릿속에서 상상하는 물체를 그려서 3D 스캐너로 3차원 입체를 가진 물체를 만들 수도 있다. 최근에는 우리 몸의 일부를 프린트해서 만드는 기술이 한창 개발되고 있다는데 그 현장을 살짝 들여다보자.

◆몸의 일부를 만들어주는 3D 프린팅

3살 중국 소녀가 수두증에 걸려서 보통 아이보다 머리가 4배나 커졌다. 이 소녀의 머리 속에 뇌척수액이 차올라 머리가 커졌는데 실명의 위험과 혈액순환 장애도 심각했다. 의료진이 소녀의 뇌척수액을 제거하고 머리뼈 전체를 3D 프린터로 만든 보형물로 이식하는 수술을 진행하여 성공했다. 이것이 2015년에 세계 최초로 머리뼈 전체를 3D 프린터로 제조한 보형물을 이식한 수술이었다. 이와 비슷한 일이 네덜란드에서도 있었다.

3D 프린터로 만든 두개골 임플란트(한국생산기술연구원/인천국제기계전시회)
3D 프린터로 만든 두개골 임플란트(한국생산기술연구원/인천국제기계전시회)

보통사람보다 3배나 두꺼운 두개골을 가지고 있어서 위험한 환자를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교의 의료진은 3D 프린터로 만든 두개골을 이용해 치료했다. 그리고 코가 없이 태어난 7살 어린이에게 3D 프린터로 코를 만들어준 일이 2013년 미국에서 있었다. 또한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의 연구팀은 3D 프린터로 귀를 만들었다.

지금까지 의료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3D 프린터로 치과 보철물, 정형외과용품, 대체 두개골, 보청기 등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다. 미래에는 혈관조직, 심장판막, 뼈, 인체장기, 인공피부, 환자 맞춤형 기구 등 보다 다양한 우리 몸의 일부를 3D 프린터로 만들어서 환자에게 사용할 것이다.

◆인체 장기도 3D 프린터로

만약 심장, 간, 신장과 같은 장기를 3D 프린터로 제조할 수 있다면 장기이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많은 환자들을 보다 빨리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코나 손 모양 보조기구는 모양을 비슷하게 만들어 쓰면 된다. 그렇지만 심장이나 간은 모양만 비슷하다고 장기로서의 기능을 하는 것이 아니다. 3D 프린터로 인체 장기를 프린트해서 만들 때에 모양도 비슷해야 하지만 각 장기의 고유한 생물학적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몸에 이식해 넣었을 때에 제대로 작동한다. 최근 과학자들이 멋진 새로운 아이디어를 고안해냈다.

살아있는 세포를 3D 프린터로 프린팅해서 인체 장기 모양으로 만들면 어떨까? 그러면 그 세포가 살아서 장기로서의 고유한 기능을 할 것이다. 좀 황당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런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서 과학자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사실 살아있는 세포들만 모아서 3D 프린팅하기에는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살아있는 세포들이 잔뜩 들어있는 생체친화성 폴리머용액을 만들어서 그 용액을 3D 프린터로 프린팅해서 장기 모양으로 만든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살아있는 세포는 점점 더 증식해서 진짜 세포들로 만들어진 장기로 변하고 그 동안 폴리머 물질은 점점 분해되어 없어진다. 결국 살아있는 세포들로만 이루어진 진짜 장기가 만들어져서 그 장기로서의 기능을 하는 것이다.

최근에 미국 인공장기 전문업체인 오가노보가 사람 세포를 이용한 3D 프린팅 기술로 인공장기 제조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더욱이 환자 자신의 세포를 이용해서 만들기 때문에 면역거부반응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 한다. 이와 같은 기술이 아직은 개발 초기 단계에 있어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있다. 그러나 이 기술이 좀 더 개발되면 언젠가 실제 환자에게 3D 프린터로 만든 장기를 이식할 날이 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의료용 3D 프린팅이 급성장하는 이유

세상에 3D 프린터가 등장한 것은 1984년이다. 아주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건축, 자동차, 의료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의료분야에서 3D 프린팅 기술이 급성장하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왜 의료분야에서 이렇게 인기가 많을까? 바로 기존 기술로는 할 수 없었던 것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기존에 물체를 가공하기 위해 사용하는 주조, 압출, 사출 등과 같은 기술로는 복잡한 3차원 형태를 정교하게 만드는 데에 한계가 있다. 그런데 3D 프린터는 매우 복잡한 3차원 형태도 척척 만들어낸다. 게다가 3D 프린터를 이용해서 복잡한 3차원 형태를 만들면 시간과 금전적 비용도 적게 든다.

3D 프린터(미국 전자제품박람회)
3D 프린터(미국 전자제품박람회)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는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해서 소비하던 시대였지만 앞으로는 개인에게 딱 맞춘 맞춤형 제품을 생산해서 사용하는 시대로 패러다임이 변했다. 특히 병원에서 환자에게 사용하기 위한 제품은 환자 개인에게 딱 맞는 맞춤형 제품을 만들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머리 두개골이나 귀 모양을 3D 프린터로 만들어서 환자에게 사용할 때에 그 환자 개인에게 딱 맞는 것을 맞춤형으로 만들어서 사용해야 한다.

이처럼 높은 인기는 국내외 시장 전망을 보면 피부로 와 닿는다. 의료용 3D 프린팅의 세계시장은 2015년에 5,900억원에서 2021년에 1조4,200억원으로 연평균 15.4% 성장할 것으로 전문 리서치기관에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의료용 3D 프린터 시장은 2015년 87억원에서 2021년 403억원으로 연평균 29.1% 성장할 것으로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전망하고 있다.

3D 프린터로 의료기기 제품을 만들면 환자에게 사용하기 전에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시험을 거치고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된다. 따라서 최근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3D 프린터로 만든 의료기기 제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하였다.

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최근 3D 프린터로 다양한 의료기기들이 개발되고 있다. 환자 개인에게 딱 맞는 맞춤형 의료기기 제품을 개발하여 사용하기 위한 기술이어서 앞으로 정형외과와 치과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의료용으로 사용될 것이다. 이러한 의료용 3D 프린터 기술은 단순히 환자의 불편한 부분을 해결해주는 것을 넘어서 삶의 질을 향상시켜 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줄 것으로 기대된다.(*)

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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