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시가 발행하는 '시흥화폐 시루'가 최근 국회 지방자치단체 지역사랑상품권 사례발표회에서 기초지방자치단체 우수사례로 소개됐다. 지난 9월 추석을 앞두고 전격 출시된 시루는 불과 한 달여 만에 올해 유통목표액 20억 원을 조기 달성하면서 시민들로부터 호평받자 최근 10억원을 추가 발행했다.
지역화폐를 도입한 전국 수많은 지자체 중 시흥시의 발행규모는 사실 미미한 편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특정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상품권인 지역화폐는 전국 61개 지자체에서 3천100억원 규모로 발행·유통된 것으로 집계됐으며 올해는 추가로 8개 지자체가 연내 도입할 예정이다.
이 중에서도 '시루'가 우수사례로 손꼽히는 것은 바로 민관 협력이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시흥시는 지역화폐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와 거부감을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극복하고 조기 정착시키며 성공 모델을 선보였다.
◆노점상에서도 통용되는 지역화폐 시루
최근 찾은 경기도 시흥시 신천동의 삼미시장. 이곳은 올 9월 유통을 시작한 시흥 지역화폐 '시루'가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는 곳 중 하나다. 삼미시장상인회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로 거의 모든 시장 상인들이 지역화폐 가맹점으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시장을 찾은 때가 출근 시간을 갓 넘긴 오전 10시 무렵이다보니 한산한 분위기였지만 깨끗하게 정돈된 상가 곳곳마다 '시흥화폐 시루 가맹점'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시장 아케이드 곳곳에도 "삼미시장은 시흥화폐 시루 사용을 적극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직접 1천원짜리 시루 3장을 가지고 작은 노점에서 파는 풀빵을 구매해봤다. "시루로 계산해도 괜찮으세요?" 조심스레 손을 내밀었지만 노점상인은 정말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당연히 괜찮죠!"라며 넙죽 시루를 받아들었다.
그는 "시루 유통 초기에는 사용하는 손님들이 꽤 많았는데 요즘은 좀 줄었다"며 "손님들에게 받은 시루로 다른 가게에서 장을 보는 용도로 많이 쓰고, 좀 금액이 많다 싶을때는 농협에 가서 환전하면 된다"고 설명도 덧붙였다.
시민 입장에서도 시루 사용으로 손해볼 일은 없다. 할인율 덕분이다. 시흥시는 처음 한 달간 출시기념으로 10%의 할인율을 제공해 . 현금 9만원을 내면 시루 10만원을 줬다. 1만원의 차액은 시흥시가 부담한 것이다. 앞으로는 5%의 할인율이 제공된다. 좀 더 싼값에 물건을 구매할 수 있으니 기왕이면 시루를 사용하는 것이 가계에 도움이 된다.
◆시루의 성공비결은 민관 협력
시루가 빠른 시간 내에 큰 거부감 없이 확산될 수 있었던데는 관 주도의 하향식이 아니라 민간에서 먼저 필요성을 절감하고 관과 협력하는 상향식 방식을 취했기 때문이다.
삼미시장의 경우 아예 민간 주도 단계에서부터 상인회가 함께 참여했기 때문에 시루 유통에 더욱 적극적일 수 있었다.
고미경 시흥시 소상공인과장은 "시민사회에서 먼저 지역경제를 살리고, 자본의 역외유출을 막기 위해 지역화폐 도입이 필요하다며 시흥시지역화폐추진회를 꾸려 연구 조사를 계속해왔고, 이를 바탕으로 민관이 협력하며 도입 모델을 만들어갔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5천여개가 넘는 가맹점을 확보하고 쉽게 유통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설문조사를 통해 도입 전 시민들의 관심도와 희망 사용처 등을 파악해 체계적인 모델을 만드는 자료로 사용하고, 명칭과 디자인 역시 시민 공모로 만들었다.
시루는 시흥의 시(始)와 '여러', '자주', '묶다'는 의미의 루(累)를 합친말로, 이사나 개업때 시루떡을 돌리듯 주민들의 나눔과 소통의 매개체가 되자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았다.
◆신뢰 확보하고 불편함 보완이 관건
지역화폐의 유통 규모가 작다보니 한계도 있다. 시루 역시 일종의 상품권 개념으로 발행된 것이다보니 액면가액의 70% 이상을 사용할 때만 현금으로 거스름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사용자와 가맹점 모두에게 문제가 되고 있다.
시루는 1천원, 5천원, 1만원권 3종으로 발행됐는데 만약 6천원짜리를 구입하고 1만원 권을 내밀 경우 상점 주인이 1천원권 시루 4장을 보유하고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현금으로 거슬러줘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할인율 차이가 있는데다 법정화폐와는 상당한 신뢰도의 차이가 있다보니 손님과 업주 사이에 자칫 마찰이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시흥시에서는 이런 한계를 내년 모바일 시루 발행으로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모바일의 경우 원 단위까지 필요대로 계산이 가능하고 거스름돈이 필요없다. 고미경 시흥시 소상공인과장은 "모바일 시루를 사용하게 되면 사용자들이 겪는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골목상권 이용은 젊은층보다는 중장년층이 많은데 종이 지역화폐는 눈으로 보고 신뢰감을 형성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비용이 들더라도 시루 발행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역화폐
국가의 공식화폐인 법정화폐를 보완해 공동체 또는 특정 지역에서만 쓰이는 통화를 말한다. 지역화폐는 이자가 없으며, 사용 지역의 제한으로 공동체나 지역에서만 돈이 순환하게 함으로써 화폐 본연의 역할인 지불과 교환, 유통을 진작시키는 특성을 갖고 있다. 법정화폐로 추산되는 경제에 속하지는 않지만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살림을 나아지게 하는데 기여하기 때문에 법정화폐의 '대안'화폐로 불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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