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에서 성폭력 피해 여성들이 2차 피해에 노출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직장 내 성희롱을 호소하는 여성들이 급증하는 가운데 성범죄를 객관적으로 판단해야할 재판정에서도 2차 가해성 발언이 나온다는 것이다.
대구여성회는 27일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이후 세상은 변했는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지역 성평등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법정에서 공공연한 2차 가해성 발언
대구여성회는 지역민들이 참여하는 '대구경북성평등인권지킴이단(이하 지킴이단)'을 꾸리고 최근 3개월 간 대구지법과 대구지법 서부지원에서 열린 성폭력 재판을 모니터링했다. 이들이 지켜본 재판은 31차례, 사건은 모두 118건이었다.
지킴이단은 재판정에서 판사가 성폭력 피해자를 신문하는듯한 발언이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일부 판사는 성폭행 피해 여성에게 "둘이 사귄 것 아니냐", "증인이 피고가 오해할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또 "준강간이라는 말은 사실 싫었지만 성관계는 허락한 것 아니냐", "합의가 안되면 피고인이 유죄로 교도소에 갈 수도 있는데, 그걸 원하느냐"는 등의 발언도 했다는 것이다.
지킴이단은 형량 결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제추행과 유사강간 피고인에게 검사가 실형을 구형해도 판사는 집행유예 판결을 내린다거나 '피고인이 몸이 아프다', '직장에서 성실하게 일했다'는 이유로 형량을 낮췄다는 것이다.
일부 변호인은 성매매와 불법 촬영 및 배포 혐의가 있는 피고인이 국립대 졸업 후 공기업에 합격했다는 이유로 선처를 부탁하거나, 준강제추행 혐의를 받는 피고인이 술을 마신 상태였고 대기업에 취업한 점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성희롱 예방 의무교육 대상 확대돼야
대구의 직장 내 성희롱과 이에 따른 2차 피해가 심각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대구여성회가 운영 중인 고용평등상담실에 따르면, 성별에 따른 고용상 차별과 직장 내 성희롱 상담건수는 2013년 393건에서 2015년 463건, 지난해 546건 등 4년 간 38.9%나 증가했다. 특히 직장 내 성희롱 상담은 2013년 152건으로 전체 상담건수 중 38.7%를 차지했고, 지난해에는 82.2%(449건)으로 두배 이상 폭증했다. 올 들어 10월까지 접수된 성희롱 상담건수도 309건에 이른다.
대구여성회는 '미투' 운동 등의 영향으로 상담 건수가 늘어난 반면, 직장 내에서 해결되지 못하고 외부 기관을 찾는 경우가 증가한 탓으로 보고 있다. 또한 상담실을 찾은 여성 중 90% 이상이 2차 피해를 겪고 있고, 여건이 열악한 일자리에 근무하는 여성들은 해고 위협에 노출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신미영 대구여성회 사무처장은 "가해자에 대한 징계 권한이 사업주에 있어 징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다 성희롱이 잦은 10인 미만 사업장은 성희롱 예방 의무교육 대상에서 제외된다. 징계 가이드라인과 성희롱 예방 교육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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