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확천금 생기는 거래일수록 경솔
협상·거래에 필요한 절차 잘 안지켜
합리적 과정 거쳐 결실·이득 얻으면
적어도 기업 위기·실패 피할 수 있어
기업은 영업 활동을 하면서 많은 우발적인 비용 발생의 위험에 노정되어 있다. 비용에는 제품이나 서비스 생산원가에 해당하는 생산적 비용도 있지만, 제조나 유통 활동과는 무관하게 휘발되어 버리거나 순수하게 손실로만 누적되는 비용들이 있다.
이러한 비용에는 기업가가 사업적 판단 실수를 하거나 경영 여건이나 환경으로 불가피하게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것들도 있지만, 법률 리스크 및 이를 회피하거나 만회하기 위하여 소요되는 비용처럼 합리적이거나 전문가적 의사 결정 과정을 거쳤을 경우 회피 가능하였을 경우들도 많다.
매출 채권 확보를 위한 보증이나 담보를 요구하지 않아 결손 처리가 되는 경우, 계약서상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였다면 권리 보장을 받을 수 있었음에도 이를 놓치는 경우, 나아가 거래에서 큰 사기를 당하는 경우 등이 이에 속하겠다.
흔히 이와 같은 법률 리스크는 당사자가 법률 지식이 부족하거나 전문가의 필요한 조력을 받지 못하여 생긴다고 생각한다. 물론 대부분 타당한 말이다. 그러나 기업의 생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우발 손해나 위험은 어쩌면 법률 지식의 부족보다는 정작 협상이나 거래에 임하는 기업가의 자세나 절차 문제에서 생기는 경우가 꽤 많다.
예컨대, 일확천금이 생긴다는 위험한 거래일수록 당사자는 아이러니하게도 경솔해진다.
과거 모 건설사 홈페이지에서 M&A 사기를 당하지 말라는 알림 글이 게재되었음에도 기업 사냥꾼들이 거래를 중개한답시고 다니고, 또 이를 경솔히 믿고 거래하려 했던 매수자들까지 나섰던 해프닝이 있었다. 패가망신할 거래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서둘러 잡지 않으면 다시 오지 않을 절호의 기회처럼 기업가에게 착시현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럼 이러한 유혹에 빠지지 않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곧 협상이나 거래를 개시함에 있어 철저하게 필요한 절차와 예의를 지키는 것이다. 협상을 위한 중요 논의는 공문으로 오고 가게 하거나 회의록을 남기고, 회의 일정은 사전 검토 후 진행되도록 충분한 여유를 두어 잡고, 중요 계약서는 안팎으로 수차례의 피드백 과정을 거쳐 작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상대방에게는 거래에 임하는 진지한 자세를 만들고 동시에 상거래의 에티켓을 철저히 준수하는 모습이 된다. 제대로 된 상대방에게는 좋은 인상과 깊은 신뢰를 주고, 사기꾼들은 포기하고 떨어져 나가게 하는 중요한 효과를 낳는다. 그 밖에 거래 당사자의 개별적 신뢰도나 개성은 도외시하고 철저하게 거래 자체의 속성만으로 평가하는 자세 역시 중요하다. 거래라는 체인에 연결된 인적 고리 역시 가장 약한 고리만큼만 신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둑의 격언인 위기십결 중에는 승부를 탐하는 걸 경계하라는 부득탐승이란 말이 있다. 물론, 탐욕은 경계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기업가라면 큰 이득을 노리는 욕심을 무조건 버릴 것도 아니다. 다만, 진지한 자세로 철저하게 합리적인 절차와 과정을 거쳐 정당하게 이득이나 결실을 얻으려는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적어도 기업의 위기나 실패는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불필요한 법률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만 있다면 그로 인한 기업가의 경비나 사회적 비용은 상상 이상으로 줄어들 것으로 확신한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예성강 방사능, 후쿠시마 '핵폐수' 초과하는 수치 검출... 허용기준치 이내 "문제 없다"
與 진성준 "집값 안 잡히면 '최후수단' 세금카드 검토"
[르포] 안동 도촌리 '李대통령 생가터'…"밭에 팻말뿐, 품격은 아직"
안철수 野 혁신위원장 "제가 메스 들겠다, 국힘 사망 직전 코마 상태"
이재명 정부, 한 달 동안 '한은 마통' 18조원 빌려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