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한해가 저물어 간다. 올 한해는 슬픈 일이 많았다. 내가 가장 사랑했던 할머니가 떠났고, 어제까지 함께 했던 친구가 떠났고, 사랑했던 고모와 고모부가 한꺼번에 떠나셨다. 슬픔에 젖어 별 생각없이 명복공원이라는 화장터에 처음으로 갔었는데, 몇 달 후 다시 그곳을 찾게 되었다. 내 감정과 관계없이, 이곳을 방문할 일은 앞으로도 많이 있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어떤 구간들은 온 몸으로 서서 버티며 그 자리를 지켜나가는 것 또한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순간 오랜 세월을 묵묵히 견디고, 그 자리에 서 있는 어르신들이 대단하게 보였다.
내가 태어날 때부터 함께 있어 그 사람의 존재가 가지는 무게가 얼마인지를 몰랐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기댈 수 있는 존재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봤다. 아이들 같이 웃고 떠들며 그 순간이 즐거워 그렇게 행복이 지속되길 바랬던 그날들, 곁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은 친구가 떠난 후에 더 깊이 느꼈다.
갑작스런 사고로 고모와 고모부가 떠났을 때는 차원이 다른 슬픔이었다. 삶과 죽음이 이렇게 가까이 맞닿아 있다는 걸 눈으로 확인했다. 육체가 곁에 있고 머릿속 가득한 생각으로 함께 있는데, 어디까지가 죽음이고 어디까지가 삶인가. 무척이나 슬펐다. 그래도 정신을 차리고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챙겨야 할 사람이 많았다. 누구는 심장이 멈춘 사람 때문에 울고, 누구는 남겨진 이들 때문에 울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함께 울어줬다. 많은 이들이 위로해 주셨다. 도움이 되고, 힘이 되었다. 감사했다. 그 많은 도움을 받고나니,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평소 감사하며 생활하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했지만, 사회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고 상당부분 비판적이었다.
많은 도움들이란 사고현장에서 도와준 이웃들, 불길 속을 뛰어들어 진화한 소방관들, 구급차가 갈 수 있도록 길을 터 준 사람들, 끝까지 최선을 다해준 의료진들, 먼 길을 달려와 손을 잡고 위로해준 많은 사람들, 슬퍼하고 걱정해준 분들, 사고 지원팀과 사회지원 부서에서 받았던 도움들 등.
나는 하루하루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었는데, 그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유치원 때 배웠던 것이 떠올랐다. '벼 한 톨, 한 톨에 농부 아저씨의 땀과 수고가 담겨 있으므로 남기지 말고 깨끗이 먹어야 한다.'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수고와 노력, 희생과 투자로 많은 이들이 잘 살아간다.
다가오는 2019년 돼지해에는 올해보다 더 따뜻하고 더 나은 대구 나아가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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