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해진 예술의 틀을 따르기보다 새로운 예술의 틀을 제시하는 프런티어가 되고 싶어요. 예술가로서 지난 10여 년 간의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한 것이 결코 쉬웠던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제 일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했으면 좋겠어요."
올해 황금돼지해를 맞은 1983년생 돼지띠 장은경(37) 작가는 이화여대 회화조소과를 졸업하고 독일 뮌헨미술대학교 조소과 디플롬(DIPLOM·학사와 석사 학위 통합과정)을 마치고 2017년 독일 테건제시 오렌지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던 재원이다.
"7년간 유학생활을 결산하는 졸업전을 본 독일의 갤러리 관장이 저를 찾아와 개인전을 제의해 와 열게 된 겁니다."
장 작가는 독일에서 현대미술 중에서도 뚜렷한 장르 제한이나 구분을 두지 않는 '개념 미술'을 공부했다. 개념 미술이란 작가가 구상한 아이디어나 생각을 그때그때 알맞은 표현 매체를 찾아 작품으로 재현하는 분야이다. 이 때문에 굳이 장 작가의 이름 앞에 예술적 분야에 관한 수식어를 붙이자면 '설치개념 미술가'가 적당하지 싶다. ('설치개념 미술가'는 인터뷰 중 장 작가와 기자가 합의해서 정한 용어이다)
머릿속 생각을 생활 속 여러 사물을 이용해 구체적 형상으로 구현하는 설치개념 미술가 장은경 작가의 본격적 국내 활동은 2017년부터이다.
"'왜 전업 작가의 길을 가고 있느냐'는 물음은 스스로도 많이 하는 편입니다. 경제적으로 볼 때 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제 지갑은 마이너스이죠. 그래서 엄마는 '차라리 그림을 그리면 팔리기나 하지'라며 타박하기도 해요."(웃음)
이럴 때마다 장 작가는 그림 그리는 기술자가 되고 싶지는 않다고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다. 같은 예술이 반복되다 보면 기술자가 되기 때문이다. 그녀는 작품을 통해 사회적 담론을 만들고 싶어 한다. 현실적으로는 돈이 되지 않아도 미래에 대한 열정이 있으니 희망적이지 않으냐는 게 그녀가 지향하는 예술의 이정표이다.
"좋은 예술이란 관객과 소통이 있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현재 장 작가는 수창청춘맨숀 '포스트 공동체 1/ing'전에 작품 '사라진 벽'을 선보이고 있다. 이전에 벽이었던 바닥에 목탄으로 선을 그어놓고 관람객이 오가며 서서히 지워질 선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오갔던 사람들의 기억에 관한 생각을 재현'한 이 작품은 단순 설치물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수창청춘맨숀 건물의 도면을 이용해 미로 도면을 재생산해 한 권의 책자로 만들어 놓았다.
"미로의 목적은 길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그녀의 말처럼 '사라진 벽:감각의 암호화 또는 벽의 암호화' 책은 수창청춘맨숀 건물 벽을 분할해 검은 선으로 미로작업을 해놓았다. 관람객은 장 작가의 이 책, 아니 이 또 다른 작품을 통해 미로의 입구에서 출구를 찾아가는 행위를 통해 과거와 현재의 기억을 더듬는 예술에 동참할 수도 있다.
2018년 초 부곡호텔 아트레지던시 시절 작업한 '부곡 판타지'란 작품(책자)을 보면 부곡온천에 소재한 24곳의 호텔에 모두 투숙해가며 각각의 호텔에 관한 정보를 모아 아카이브한 내용을 소형 책자로 만들었다. 이 책에 있는 QR코드를 찍어보면 각 호텔의 내부영상이 드러나고 가상의 호텔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고 책 말미엔 장 작가가 쓴 소설이 실려 있다.
"제 작품은 이미지나 시각적인 오브제를 보면서 누구나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어요. 이게 정말 흥미로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작품 해석에서 제가 의도했던 것을 제대로 알아주는 관람객이 있다면 무척 반가운 일이겠죠."
자신이 좋아하는 작업을 경제적 관점에서 보지 않고 혼자서 '무소의 뿔'처럼 묵묵히 걷고 있는 설치개념 미술가 장은경 작가. 그녀는 바로 이런 점이 자신이 작가인 존재 이유이기에 작업을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그녀는 지금 금호아시아나 문화재단 산하 금호창작스튜디오 14기 입주 작가로도 작품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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